미셀러니(신변잡기)

K-Pop과 개밥

홀쭉이 2011. 11. 1. 23:00

2011.10.30(일)

1. K-Pop의 확산

 

요즘 국제정세가 여러가지 혼란스럽고 불안한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만 혼자 방방 날고 있는 것같다.

반만년의 역사상 이런 때가 예전에 있었나 싶다.

 

세계경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휘청대고 최근 다시 불거진 유럽발 신용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일부 주가하락과 부동산 경기침체를 제외하고는 실물경제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좀 더 고성장을 추구하는 정책이나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여타 OECD 선진국들이

처한 사정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욕심이 커서 탈이지 현상황 자체는 그렇지 못한 여타국들의 부러움을

살만 하다.

 

이미 귀에 익숙해진 어떤 제품이 세계시장 점유율 1등을 했다거나 스포츠 스타의 올림픽 금메달 소식 혹은

프로골프 우승소식 뿐만 아니다.  일부 클래식 음악에서도 한국출신 연주가들이 권위있는 국제콩쿨에서 상을

휩쓸었다던가 한국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요즘은 뭐니 뭐니해도 K-Pop의 세계진출이 한국의 존재감을 가장 크게 알리는 소식으로 들린다.

아무래도 보편적인 동시대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이 있는 대중음악(Pop송)이야말로 그 중심에 있다 할 것이다.

 

 

최근 기업형으로 성장한 엔터테인먼트회사들이 오랜 기간 투자하여 길러낸 아이돌 그룹들이

일본과 동남아를 넘어 유럽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미국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남미에서도 성공을 이어갔고 인제 마치 마지막 거대시장인 미국 점령을 위해 치밀한 작전을

짜고 있는 듯이 보인다.  대부분 기업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미국지사를 설립하고 미국시장 공략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스튜디오를 갖추고 대공습을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선진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했던 해외마케팅 전략과 아주 흡사한

방법이다.  실제 해외시장 경험이 많은 대기업 간부와 현지 엔터테인먼트 업체 관계자와 현지 교포들을

스카우트하여 전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고 한다.  마치 인천상륙작전을 준비하듯이 미국시장 첫

D-Day와 상륙후 북미대륙 순회공연 스케줄 등...

 

참으로 대단한 발전이고 훌륭한 성공전략이다. 

큰 박수와 함께 격려를 보낸다.

 

 

2. 니는 아나?  K-Pop을...

 

두 주 전에 내가 일하는 곳에서 벌인 행사의 식전행사로 소위 아이돌그룹이라는 몇몇 가수들을 불렀다. 

당초 행사보다도 식전행사에서 노래와 춤을 보인 그 아이돌그룹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흥을 돋구었다. 

아무튼 청소년들을 위시한 사람 끌어모으기에는 아이돌그룹 만한 미끼가 없었다.

 

그 행사 기간중 나름 지명도가 있는 티아라, 비비보이즈, 달샤벳 등이 공연하여 청소년들의 괴성과 함께

환호를 받았다.  흥겨운 리듬에 박력있고 절제된 몸동작의 군무 게다가 발랄하고 깜찍한 무대매너까지...

경제성장기에 태어난 우리 젊은이들의 티없이 밝고 건강한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민망하고

낮뜨거운 면이 있었다.  하나같이 수려한 얼굴과 늘씬한 몸매에 깜찍하고 도발적인 복장 그리고 귀여운

춤동작...   사실 노래 가사는 잘 들리지도 않았고 비쥬얼에 현혹되어 그냥 화려하고 섹씨한 이미지만 

뇌리에 남았다.  아마 Boy Group의 이미지도 아줌마 부대에게는 내가 Girl Group에서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것으로 짐작한다. (아줌마들에게 소위 짐승돌이라는 근육질 몸매에 동안의 미소년이 대세란다. ㅎㅎㅎ.

지난 2009년에 미국의 비욘세가 한국공연을 한 이후 꿀벅지 걸그룹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래서 지나고 나면 누가 누군인지 구분도 안된다.  하여 서로 간의 구분도 안되고 가수와 노래 연결도 안된다.

지난 2009년 겨울 미국 LA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기다렸던 대한항공 라운지에서 당시 잘 나갔던 걸그룹

2NE1을 보았다.  더러 딸이 보는 TV 프로에서 보긴 했지만 누군가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모를 뻔 했다.  최근에

다시 2NE1을 TV에서 보았지만 전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나이들어 감흥이 예전같지 않아 그런가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요즘 잘 나가는 불과 두세개의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이름을 아는 정도...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별로 없었다.  예전에 윤도현밴드가 순회

공연을 왔을때 몰려갔던 아줌마들에게 윤도현의 무엇이 좋으냐고 했더니 노래는 잘 모르겠고 잘 생겼지 않느

냐고 베시시 웃고 넘긴 기억이 있다. 

 

니는 아나?  우리 아이돌그룹들을?

오히려 중년의 남성에게는 걸그룹을 잘 안다하면 원조교제로 몰릴 것같은 민망함이 있다.

 

딸에게 듣고보니 Girl/Boy Group이 20개도 넘는다.  근데 잘 알려진 몇개를 제외하고는 수명이 불과 1년 내외

란다. 가사를 듣고보니 대체로 사춘기의 콩닥거리는 풋사랑부터 이별을 노래하는 연가 일색이다.

 

하기야 MTV가 출현하여 음악도 보는 시대로 전환된 만큼 그런 가사나 메시지가 중요하겠냐 하겠지만 그래도

생명력을 가지려면 뭔가 메시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강렬한 이미지라도 있어야 할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한편으론 염려도 된다.

어떤 상품이나 문화가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 10년 이상 일상에서 반복되고 생활화되어 뇌리에 남아야 한단다.

그렇지 못하면 한 때 반짝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잘 나가는 연애기획사도 1999년 IT 붐으로

상장러쉬를 이루어 왕창 돈을 긁어 모았지만 지속적 성장동력 부족으로 사라지고만 숱한 벤쳐기업들 처럼

말이다.  그렇담 정말 '개밥'되는 거다.

 

아무튼 우리의 잘 나가는 아이돌그룹들이 이제 먹고 살만해진 한국의 경제여건과 유복한 부모 덕택에 세상에

존재를 알리는 정도를 넘어서 뭔가 우리만의 개성과 창의력으로 여태까지 축적된 우리의 잠재력을

발산하여 미국 팝, 프랑스의 샹송, 이태리의 칸소네, 일본의 엥카 하는 식으로 K-Pop이 자리잡기를 바란다.

 

 

 

 3. 레이디 가가

 

지난 주 생일을 맞은 둘째 딸의 선물로 제 언니가 레이디 가가의 3집 앨범을 사 주었다. 

신이난 둘째 딸은 주말에 음악을 크게 켜 놓고 노래에 맞춰 레이디 가가의 역동적이고 기괴한 춤을 추었다.

중3과 대학1학년인 두 딸에게 레이디 가가는 대단한 음악영웅이다.  물론 딸들은 한국 아이돌그룹의 노래나

춤도 좋아하지만 굳이 레이디가가와 비교하여 한국의 아이돌그룹들을 비릿내나는 풋내기로 취급했다. 

 

 

레이디가가의 3집 앨범의 대표곡 "I was born this way.", "Judah", "Americano", "Government Hooker" 등을

같이 들었다.  좀 있다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도 같이 보았다.  한결같이 기괴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도발적이고 파괴적인 가사내용 그리고 독특한 창법과 춤동작 그리고 스케일 큰 연출이 위압적이였다.

 

 

수록된 노래의 가사를 살펴보면 그녀는 마치 사회운동가 혹은 사상가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I was born this way'에서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극단적으로 부각시켜 자신을 악마의 분신으로 묘사하고

타락, 폭력, 살상, 파괴를 일삼는다.  가가는 이 곡에 스스로 "우리가 빛으로 걸어나오기 위해 먼저 어둠을 

이해해야 한다."는 해설을 달았다.  'Judah'에서는 막달라 마리아의 분신으로 예수보다는 예수를 팔아먹은

Judah(유다)를 사랑하여 삼각관계 속에 마침내 유다와 결합하여 이름까지 'Judah GaGa'로 바꾸고 막달라

마리아의 변심에 예수는 질투와 비탄에 빠져 죽는다.  그리고 'Americano'에서는 스페인계 남미인들이 미국내

불법이민하여 불안하게 살아가는 비참한 현실을 묘사하며 American Dream을 비꼰다.

 

이것만 봐도 그녀의 노래는 심각하고 무거운 사회이슈를 다룬다.

 

그녀의 뮤직비디오나 공연실황을 보면 섬찟할 정도다.

기괴하면서 파격적인 분장과 엽기적인 복장은 패션쇼를 하는 것 같고 스케일 크고 화려한 무대연출은

객석을 압도한다.  어떤 때는 생고기를 얇게 썰어 핏물이 흐르는 옷으로 걸쳐입고 나온 것을 본 적도 있다.

거기다 온몸을 사용하여 큰 동작으로 역동적인 춤을 춘다. (우리애들도 레이디가가의 노래

한곡에 맞춰 춤을 추면 우리나라 아이돌 노래 몇 곡을 하는 것보다 힘들고 지친단다.)

 

 

처음에는 그녀의 그런 시도가 예술적이기 보다는 인기와 시선끌기를 위한 일탈정도로 생각했다.

그렇게 반짝하다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매년 빠짐없이 앨범을 내고 베스트앨범과 빌보드챠트를

석권하며 전세계인의 찬사를 받고있다.  그녀의 쇼킹한 퍼포먼스 보다도 탄탄한 스토리와 음악적

재능이 훨씬 크기 때문일 것이다.

 

3집 앨범 설명서에는 이미 레이디가가는 인터넷 트위트 팔로우어 전세계 1위, 음원 다운로드 횟수 1위,

유튜브 동영상 조회 1위, 대중음악계 영향력 1위, 앨범 판매수 1위 등등 각종 기록에서 미국1위를 넘어

전세계 에서 가장 위대한 팝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는 '레이디

가가와 명성의 사회학'이란 강의가 개설되기도 했다.

 

#.1의 기록

*. 전세계 싱글 판매고 5,100만장 / 앨범판매고 1,500만장

*. 그래미상 5회 수상

*. 빌보드 선정 '2010 올해의 아티스트'

*. 타임, 포브스 선정 2010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 트위트 팔로워 수 전세계 1위 (1,000만 명)

*. 페이스북 추천 수 전세계 1위 (3,100만)

*. 유튜브 뮤직 비디오 조회수 10억건 기록

*. 인터넷 최다 검색 여성 기네스북 등재

 

첫싱글 Born This Way

*. 빌보드 역사상 1,000번째 싱글차트 1위 및 6주 연속 1위

*. 아이튠즈 역사상 최단기간(5일) 1백만 다운로드 기록

*. 전세계 23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

*. 국내 디지털, 라디오, 비디오 차트 1위

 

 

그런 명성과 인기 뒤에는 탄탄한 실력이 있었다.  

음악인 부모 덕에 4살때부터 피아노를 만졌고 13살에 발라드 곡을 만들었고 16살에 뉴욕명문 예술학교

에 조기입학을 한 신동이였고 본인의 노래 작곡과 작사에 안무를 직접 한다.

비욘세(Beyonse)와 피쳐링도 같이 하였고 자작곡을 선사하기도 하여 히트곡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싱어송

라이터'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유력 평론가는 가가를 '비틀즈' 혹은 '퀸'의 반열에 드는 미국 팝음악의

클래식을 구축했다고 평했다.  좀 더 극성스런 평론가는 가가 이전과 이후의 음악을 나누어 'Bofore GaGa'와

'After GaGa'라고 까지 농담으로 전한다.

 

 

내게는 무엇보다 가사가 압권이다.

위 세곡의 가사내용만 봐도 미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개방적이고 자유스러운지를 알 수 있을 것같다.

그리고 얼마나 창의적인 컨텐츠로 앞서 나가는지...

 

PS :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레이디가가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컨텐츠의 질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하는 것같다.

우리의 삼성과 LG가 수출하는 고화질 TV로 그들은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넣었다.

이제 세계는 컨텐츠 싸움이다.

 

지난주 조선일보에서 스티브잡스의 사망소식을 다루며 전세계 IT 업체를 비교분석했다.

자랑스럽게도 삼성은 당당히 매출부문에서는 1위 였으나 미국의 Apple, IBM, Microsoft, HP, Intel에

비해 수익성은 뒤졌고 기업가치도 최하위였다.

바로 그 차이는 컨텐츠였다. 

그릇을 잘 만드는 기업과 그 그릇에 담을 내용물을 잘 만드는 기업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우리 아이돌그룹으로 대변되는 K-Pop이 그런 컨텐츠를 갖춘다면 대한민국의 위상과 저력을 널리 알리고

K-Pop이라는 장르가 세계 음악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