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 (넋두리)
희망가? (넋두리)
2012.1.16
주말을 쉬고 월요일 출근 길
나이 오십을 지나 계속 되는 직장생활
새로운 일이나 환경도 모두 힘에 부친다.
사회적으로는 사오정과 전후세대(1955~1964년생)의 은퇴가 겁을 주고 맥빠지게 한다.
아직 연금을 받는 정식 퇴역날까지는 십여년이 남았는데 그동안을 버티는 것이 여간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아직도 애들이 학교에 다니며 돈 쓸 일은 창창히 남아있는 형편에 은퇴는 언감생심이다. 차라리 결혼을 일찍 해서 자식들이 졸업하고 분가를 앞둔 친구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하여 자연스레 현재의 직장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운 일이다.
또한 나중에 은퇴 후 할 일없이 무료한 것이 두렵다. 매체에서도 경제적으로 준비가 탄탄히 되어야 그나마 비참하지 않은 노후생활을 한다고 떠들어 댄다.
갑작스레 다가온 변화된 은퇴세대에게 출구를 찾기가 너무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혼자만의 넋두리이자 희망가는 발상을 바꾸고 꿈을 꾸어보자는 것이다.
예전 우리국민 다수가 그랬지만 내 학창시절에 우리 집은 참으로 가난했었다.
그때는 그래도 어렵게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었고 미래에 내가 가꿀 단란한 가정과 누릴 풍족함을 상상하곤 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지금 힘든 사회생활로 거기에서 떨어져 나갈까 두려워 하지만 나중에 은퇴후 누릴 인생 제2막의 홀가분한 자유와 즐거움을 생각한다면 좀 위안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은 힘들지만 고된 사역을 마치면 더 이상 치열한 삶의 전장터에서 스트레스 받고 잘릴 불안감없이 충분히 쉬며 그간 못다한 재미꺼리로 소일할 수 있는 신천지로 들어갈 것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후 누릴 즐거움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부터 차근히 그 시기에 누릴 꺼리를 먼저 생각하고 환경을 만들어 나가면 될 것이다.
자꾸 이 사회의 주류들과 멀어지는 것이 두려워 그들 곁에서 기웃기웃 하게 되면 초라해지고 푸대접만 받기 쉽상이다. 차라리 은퇴자 친구끼리 즐겁게 함께 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가는 것이 희망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제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혹자는 몇 억 어쩌고 하는데... 모두 쓰기 나름이고 즐기기 나름인 것같다.
솔직히 좋은 친구와 주변 환경만 된다면 최저생계비 이하로도 가능하다. (내가 아는 한 선배는 시골집을 하나 사서 채마밭을 가꾸며 동네사람들과 친하게 어울리는데 한달에 기십만원으로 부족함이 없단다.) 편한 위안으로 나는 최소생계비 정도만 있으면 될 것같다. 그것도 시골에서 산다면 도시보다는 훨씬 적게 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회제도는 여태까지 성장하기에 바빠 은퇴세대를 등한시 했다면 지금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성장의 주역세대인 베이비부머세대를 그냥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이 대통령부터 의회의원(국회/도/시/구)과 지자체장(광역/기초)까지 모두 선출하는 마당에 표가 되는 그들을 도외시 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과의 비교해도 아직 우리의 사회복지는 많이 뒤져있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예산과 다양한 정책으로 노인세대를 보살필 것이다. (벌써부터 국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확대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ㅎㅎㅎ.)
그렇다면 즐길 꺼리에서 환경적인 요소로 친구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실속을 차린다면 가족만큼이나 친구를 잘 사귀고 지켜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즐김을 같이 만들고 나눌 사람으로 친구는 동시대인이라 세대차도 없고 오랜 기간 사귀어 서로가 같이 즐길 것이 이미 비슷해졌고 척 하면 서로 알아보기 때문이다. 특히, 일탈에서는 더욱 그렇다. 부부라 하더라도 일탈을 같이 즐기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내가 자주 만나는 다섯 명의 무리는 은퇴후 1박2일로 포커판을 벌이자 하면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동참할 것이고 2박3일의 지리산 종주를 하자해도 혹은 한달짜리 백두대간 종주를 하자해도 다리가 부러져 치료를 받고 있지 않다면 빠짐이 없을 것이다. 어쩌다 취기가 올라 객기에 홍등가를 기웃거린다 해도 마찬가지다. 암만 나이가 들어도 그런 무리나 객기도 부려보고 싶은 것이고 적어도 그것을 같이 나눌 친구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즐길 꺼리다. 친구 무리중 너무 혼자 고상한 취미로 나머지 친구를 압박한다면 그것도 고문이고 불화의 불씨가 된다. 그렇다면 서로 비슷한 취미와 놀꺼리가 공유되어야 하고 또한 여러가지를 섞어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허구한 날 산만 타자면 그것도 노동이 될 것이다. 하여 몇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때에 맞게 잘 설계하는 프로그램 매니저가 필요하다.
예전 영국에서 한 이웃 할머니가 무척이나 계획적이면서 바쁘고 즐거운 은퇴생활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혼자해도 이렇게 다양했다.
- 월요일에는 아침에 학교 앞 건널목 안전지도(일명 롤리팝 레이디)와 함께 학교에서 어린이에게 동화 읽어주기--- 학교에서 식사까지 하고 애들과 같이 오후에 하교했다.
- 화요일에는 집안 살림 챙기기와 할아버지와 함께 뒷마당 정원과 채마밭 가꾸기 --- 수확한 과실이나 야채를 우리집에까지 나누어 주었다.
- 수요일에는 동네 클럽에서 친구들과 먹고 마시며 담소 하기 --- 제일 여유있는 날이였다.
- 목요일에는 구청주관의 봉사활동참여 혹은 노인대학 --- 주로 동네사람들과 함께.
- 금요일에는 친구들과 취미활동 (운동, 독서토론, 여행, 등) --- 하루 종일 보이지 않고 저녁이나 다음날 나타났다.
- 토요일에는 가까이 있는 자녀들이 손자들을 데리고 와서 같이 지냈다. --- 주로 자녀들이 외출한다고 손자들을 맡기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대충 이런 식이다.
이러니 대체 무료할 겨를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웃 할머니에게 뭔가를 같이 즐기자고 제안을 해도 위의 스케줄을 보고 끼어들 수 있는 짬을 만들어야만 가능한 것이였다. 항상 바쁘며 부지런하고 밝고 활달해 보였다.
이런 즐거움을 거액을 내고 실버타운에 입주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으로 대신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지는 않을까 한다.
단지 그것을 만들어 나갈 서로 잘 맞는 친구가 몇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우쨌던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가족부양하고 저축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노후를 같이할 친구를 잘 지켜가야한다. 그리고 지금은 힘들지만 다가올 복락의 신천지를 꿈꾸며 악착같이 참아내며 나중에 은퇴할 때 아무런 미련없이 속 쉬원히 떠나버리는 거다. 마치 군대제대하듯이 말이다.
그래 그쪽으로 오줌도 안누고 새 세상에서 하루 하루를 즐겁게 놀 생각만 하는거다.
kw
PS : 아... 주꺼따! 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