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저수지 폭탄

홀쭉이 2013. 6. 6. 14:25

저수지 폭탄

2013.6.6

지난 4월 12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의 산대저수지가 붕괴되어 아래 동네를 덮쳤다.

장마철이 아닌 봄에 둑이 터졌다.

 

예전 식량 자급자족을 외치며 경작지를 늘려 나가던 시절 새마을 운동 붐을 타고 방방곡곡에

저수지를 만들었다.

농사를 짓는 시골마다 서로 큰 저수지를 가졌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시냇물은 예전과 달리 쫄쫄 흐르고 건천화 되어 갔다.

하천의 유역면적이 줄어들고 강폭이 좁아 들었다.

 

내 고향 진주에서 남강은 어린 시절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드넓은 모래벌판에서 씨름도 하고 지치면 물에 들어가 멱을 감기도 하고

장마로 물이 불어나면 은어낚시도 하고 겨울엔 썰매도 타고...

 

그랬는데 이후...

상류에 남강댐이 생겨 물을 가두어 버리니 한 여름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강물이 한쪽으로만 쫄쫄 흘렀다.

임진왜란 때 논개가 진주성 촉석루 아래 의암에서 적장을 안고 몸을 던졌다는 그곳도

어른이 물에 빠져 죽기에는 너무 얕아 보였다.

(익사가 아니라 머리통이 깨져?)

 

△ 1950년대 남강에서 식수를 긷는 아낙네들

△ 1950년대 남강의 진주대교와 백사장

 

△ 2010년대 남강과 진주 촉석루

 

그리고

한참이나 강 안쪽으로 들어가 높은 둑을 쌓자

어린 눈에 마치 사막처럼 넓어 보였던 모래벌판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곳에

시외버스 터미널과 주택가가 들어섰다.

나중에 강물이 너무 빈약해 보이니 몇 개의 수중보를 만들어 풍성하게 보이도록 해서

유원지 처럼 보트도 띄우고 10월이면 유등축제를 벌였다. 

누군가는 훌륭한 기획이라 하겠지만 자연의 순리 측면에서는 강을 두 번 죽이는 것이였다.

 

 

최근 쌀 수입이 자유화되고 상공업이 발달하게 되니 논 농사가 줄어들어

그 많은 저수지가 원래 목적을 상실하고 애물단지가 되 버렸다.

저수지 물을 사용할 일이 적으니 관리도 부실하게 되고 해빙기나 장마철에 하나씩 무너지는 것이다.

 

물이 부족하다고 4대강을 막아 댐과 보를 만들어 자연의 순리를 거스리기 전에

전국의 17,505개나 되는 농업용 등 다목적 저수지를 이용하거나 가꾸어 볼 생각은 안 했는지

그것은 어차피 이미 있는 것이고 지난 수십년간 이미 생태가 그렇게 바뀌어 버린 것이니

그걸 활용할 생각은 왜 안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 궁금증은 내가 공직(公職)을 잠시 나마 해보니 이해가 되었다.

울나라 대부분의 대단위 건축.토목공사는 거의 대부분 업자들이 기획하고 들쑤셔 판을 벌이는데

이미 있는 저수지를 활용하는 것은 그들에게 별로 돈이 안되는 사업이고

새로 짓는 대규모 댐이나 둑 공사 그리고 그것으로 생기는 유휴부지를 활용해

개발하는 것이 훨씬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었다.

 

미입주 공단이 전국 각지에 있고 휴폐업으로 빈 공장이 많아도 새로운 공단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나 재건축.재개발 보다는 신시가지 건설이나 그린벨트 해제 혹은 용도변경으로 새로운 아파트나 건물을

짓는 것이 그들에게 훨씬 큰 돈이 되기 때문이다.

 

토건정부의 끝은 어디인지...

전국적으로 공사판은 그칠줄 모른다.

 

맑고 깨끗해야만 되는 최상류 강원도 산골의 자그만 실개천

거기서도 우악스런 포크레인이 구비구비 신비한 하천을 마구 긁어대고 상처를 내놓아

누런 황토물이 내려온다.

 

곧 우리에게도 최고의 복지가 온전한 자연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될 것이다.

파괴된 자연을 복구해서 돌려주는데는 훨씬 긴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어째 좀 각성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고 원통하다.

 

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