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신변잡기)

다시 또 피다.

홀쭉이 2013. 9. 14. 20:30

다시 또 피다

(중국난)

2013.9.14

 

퇴근해서 아파트 문을 열면 화사한 난향이 스트레스로 구겨진 얼굴을 펴게 한다.

베란다에 놓아 두었는데도 그윽한 향기가 온 집안 구석 구석을 채우고 있다.

옷도 벗기 전에 바로 다가가 고개 숙여 코를 박고 그 진한 난향을 폐속 깊이 채워 넣는다.

갑자기 기분이 전환된다.

 

 

 

 

 

8년만에 피어난 고놈이 정말 세기는 세다.

저리도 화려하고 진한 향기를 뿜어대니 말이다.

얼마나 억제했고 눌렀는지...

눈물이 핑 돌지경이다.

 

.....................

 

 

그런데 고놈을 여러 화분 중 좀 잘 보이는데로 꺼내 애지중지 하는데

바로 뒷편의 두개의 중국난 화분에서도 불쑥 올라온 꽃대가 언듯 보였다.

이런...   이런 횡재가...

 

 

 

 

그 두 화분도 꺼내놓고 이리 저리 감상하며 하루가 갔다.

아마 먼저 핀 놈이 질 무렵이면 그 두 넘도 따라서 꽃을 피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제일 먼저 나가보고 퇴근해서도 제일 먼저 들러 코를 박을 것이다.

이넘들이 회사에서 열받고 지친 나를 살아 있게 한다.

그리고 은퇴 후 만끽할 전원생활에 대해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한다.

 

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