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쇠말뚝박기
일제의 쇠말뚝박기
2013.9.28
몇 년 전인가 모 역사학 교수가 일제가 저지른 만행 중 조선의 정기를 단절하기 위해
전국의 명산과 기(氣)가 센 곳에 쇠말뚝을 박은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일본을 오가며 광범위한 문헌조사와
현장 답사를 통해 결론을 내리고 논문으로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그 결과는 일제가 그런 말뚝박기를 모의하거나 사주한 적이 없다는 것이였다.
그 근거는 우선 일본에는 조선과 같은 풍수지리설이나 지맥, 지세와 같은 이론이나 풍습이 없다고 한다.
하여 조선 땅에 말뚝박기로 조선의 정기 부활을 막겠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만약 일제가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정당한 논리적 근거와 실행에 따른 상당한 규모의 예산집행과 인원동원이 따라야 하는데 그러한 흔적을 찾아 내질 못했단다.
당시 기술로 주로 높은 명산 꼭대기에 올라 1m가 넘는 쇠말뚝을 박는데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는 전언이다.
아무튼 그 논문 발표 당시 해당 역사학자는 전국의 사림과 각계 각층의 보수 우익진영으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협박으로 슬며시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조영남이 지난 2005년에 발간한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으로
여론의 뭇매로 진짜 맞아 죽을 뻔 하여 번복 해명을 하고 꼬리를 내린 것과 비슷하다.
당시 방송출연 정지, 공연계획 취소와 광고취소로 거의 골로 갈 뻔했다.
다시금 일반 대중의 반일감정을 확인한 셈이었고
일본에 대한 이해보다는 골을 더욱 깊게 하여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엄포가 되었다.
나는 탄식했고 절망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오늘자(2013.9.28) 조선일보 문화면 B7에서
우석대 교양학부 김두수 교수는 학부에서 '풍수지리학'을 강의하는데
일제의 말뚝박기는 측량의 목적으로 기준점을 찍기 위한 용도는 있어도
조선의 기운을 단절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체가 나라를 빼앗긴 자의 '주인의식 결여와 피해의식의 산물'이라고 한다.
'경기도 안양 삼막사에서 발견된 일제 혈침 추정 쇠말뚝 2개'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2009년 12월 10일 사진 / 뉴시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27/2013092702422.html
나는 아프고 슬프다.
우리의 이런 지독한 열등감, 피해의식이...
바로 이런 것이 일제의 잔재다.
중국이나 미국의 식민지는 괜찮아도 일본의 식민지는 안된다.
적어도 구한말 친청파, 친러파는 매국노라는 소릴 듣지 않았지만 친일파는 매국노다.
지금까지 철천지 원수이고 청산의 대상이다.
그들의 만행을 쉽게 묻어 버리고 용서하자는 것이 아닌 제대로된 사실인식과
주체적인 사고가 아쉽다는 것이다.
무조건 목소리 큰 사람 따라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생각과 목소리를 내는
그 다양한 소리들은 정녕 아름다운 화음이 되기 어려울까.
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