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줄 알아야 된다
놀 줄 알아야 된다
2013.10.27
몇 주 전 결혼한 조카 딸의 함을 받고 형님이 사위에게 건넨 덕담.
"놀 줄 알아야 된다"
어린 시절 우리 4형제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자랐고
그 중 둘째 형님은 일찍 철이 들어 집안의 생계도 분담할 정도로 고되게 살아왔다.
그래도 늘 씩씩하고 활달했고 패기가 넘쳤다.
그런 투지와 성실함으로 대기업 임원과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자식들 교육이나 노후준비까지도 넉넉할 정도로 해두었다.
요즘은 강원도에 제법 넓은 농토를 사서 묘목사업과 특용작물 재배를 하고 있다.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에 어쩌다 한번씩 보게 되면 형님은 불과 1년 사이에 완전히 농부가 다 된 것같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팔자 걸음까지도
처음보는 사람들이 형님을 보면 아마도 '농부'라고 생각할 것같다.
그런 형님이 사위에게 "놀 줄 알아야 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 노는 것도 연습이 되어야 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형님은 주변 사람들이 술마시며 가십들을 얘기하거나 노래방이나 무도장에서 음주가무를
하게 되면 도대체 무료하고 지겹단다.
그러면서 어제 못다한 일이 생각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달려나가야만 직성이 풀린다.
명절날 고향의 부모님댁에서 제사가 끝나면 부리나케 농장으로 달려가고
몇 주전 조카 결혼식이 끝난 다음날에도 영락없이 농장으로 달려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과로로 몸살도 앓고 몸이 상해가는 데도 내색을 잘 안한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사위에게 그런 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것은 형님 스스로에게 되내는 독백이자 자책이었다.
KW(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