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4
2013.12.29
응답하라 1994
17번 tvN 종편 채널 드라마
애들과 wife가 하도 재미있게 보길래 몇 번 기웃거리며 보았다.
채널을 돌리다간 온 가족으로부터 몰매를 맞을 것같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다.
그러다 이내 중독이 되어 어제 끝난 종영까지 다 보고 말았다.
수십 개의 종편 채널이 생겨나 아직 시청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tvN은 이 드라마 한편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심었다.
(마치 '모래시계'로 정규방송 막내로 자리잡은 SBS 처럼)
적어도 이 드라마 방영시간 만큼은 기존 지상파 방송을 능가할 정도였다.
이미 이 드라마에 출연한 주연과 조연 모두 CF를 여러 개나 찍어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다.
(CF중 가장 비싼 휴대폰, 화장품 광고를 포함한 몇 개가 골든타임에서 나온다.)
하지만 주연이나 조연 대부분이 우리가 정규방송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무명 배우들
쾌거였다.
아다시피 TV조선이 방송 초기에 강력한 충격요법으로 시청율을 올리기 위해
오락프로 간판스타인 강호동과 전속계약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로 그를 매장시키기 위해 부동산 투기와 탈세로 매도했고
국세청은 무려 6개월간의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는 년 매출액 100조가 넘는 재벌도 그런 장기간의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없는
유래가 없는 보수진영의 보복이었다.
ㅎㅎㅎ
하지만 tvN은 돈지랄이나 그런 공작없이도 시청자 잡기에 성공했다.
무엇이 시청자를 열광하게 했을까.
우선 94학번, 새롭게 이 시대의 주역이 된 삼삽대 후반(39세)
모래시계의 주역인 70.80학번을 지나 90년 학번 시대의 도래
그리고 그 시절 지방에서 상경한 유학생들의 대학가 하숙집
실제 서울의 대학교 학생의 2/3 이상이 지방출신
바로 그들의 대학가 하숙집 생활을 그렸다
출신도 다양했다.
말씨로 분명한 영남과 호남 학생들
배우들 모두 실제 그곳 출신으로 의심받을 정도로 사투리가 사실적이었다.
대본 상의 대사를 말한다기 보다 그냥 평상시 하는 말투로 얘기하는 것 같았다.
고증도 철저했다.
당시 시사적 배경을 철저히 활용하고 바탕에 깔았다.
IMF, 월드컵, 서태지, 메이저리그, X-세대, 이메일, 삐삐, 휴대폰도 등장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했던 시기
이미 그런 것들이 90년대 학번 신주역들에게는 추억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그들 세대의 다수들이 공감하는 사랑얘기
시간을 왔다 갔다 당시와 현재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두 주연의 결혼골인에 대한 호기심 유발
모두 의도된 연출이었지만 당시 시대배경을 철저히 고증하여 사건과 배경을 만들었고
리얼한 사투리 구사와 다수의 상경 대학생들에게 공감하는 하숙생활
그리하여 완성도를 높혔다.
요즘 '개천에서 용나기'는 불가능하다는 세태를 딛고 일어선 희망
열과 성을 다해 만든 치밀하고 꼼꼼한 작품
막장으로 시청율을 유지하던 드라마에 던진 신선한 충격
아무튼 정성들여 잘 만든 작품이 잘 팔린다는 평범한 원리
그것은 아직 그늘에서 헤매는 우리네 일상의 흐믓한 희망이 아닐까
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