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혁명아, 정도전 (鄭道傳)
2014.7.5
지난주 종영된 KBS 주말 드라마 '정도전'
제대로 본 것은 마지막 두 편 정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내가 아는 정도전을 왜곡하여 실망시킬까봐 드라마를 볼 수 없었다.
하여 주저하다 종영을 기다려 막판 두 편을 보고서야 흡족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도올 김용옥 교수도 '정몽주와 정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정도전의 원대한 포부와 열정을 보여주었고 재평가를 주장하였다.
정몽주든 정도전이든 이방원이든 그들을 이해하려면 고려말부터 조선초까지의
혼란의 격동기에 대한 충분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나는 홀가분함을 느꼈다.
여태까지 고려 멸망과 조선건국에 이르는 혼자만의 이해와 선입견이
모두 드러나고 공유되어 독선이나 외골수에서 해방된 그런 홀가분함...
한편으로 내 정체성의 한 조각이 대중화로 흩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지...
나는 가끔씩 경복궁과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스카웨이를 따라 팔각정에 올라
정도전이 천년 왕국의 도읍지를 설계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북악산과 북한산을 뒤로 하여 왕궁과 그것을 둘러싼 사대문을 내고
좌청룡 우백호로
좌측으로 종묘를 모시고 멀리는 수락산과 불암산
우측으로 인왕산 아래로 사직단을 두고
앞으로는 남산 그리고 더 멀리는 한강을 앞에 두었다.
그가 만들고자 했던 세상은 '민본(民本)사상을 뿌리에 둔 평등세상
즉,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었다.
민본이란 그가 해석한 '백성(白性)'에서 잘 나타난다.
김씨, 박씨, 이씨, 조씨 등 세상의 모든 성씨가 모여서 백성이 되고
그것이 곧 하늘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백씨들의 뜻에 따라 선출된 자가 지도자가 되고
왕은 상징적인 존재로 군림만 하는
그러기에 그의 꿈은 불가능한 꿈이었다.
절반의 성공에 그친 그의 혁명정신을 이어받은 사림(士林)들은
선비정신으로 그 기개를 이어갔다.
군권(君權)과 신권(臣權)의 끊임없는 대립
한마디로 그것은 조선왕조 오백년의 정치사(政治史)였다.
그런데
오늘날 이런 시국에 드라마 '정도전'이 관심을 끄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강력한 대통령에 '허세총리'와 '환관정치'라는 말이 유행하고
북의 포격을 받아도 세월호가 침몰하고 많은 백성이 죽어가도
인사권자 눈치보느라... 지시만 기다리는 이 시대의 지도층에 대한 각성의 울림이 아닐지
아버지의 후광으로 딸이 대통령이 되어 군림하는 정치판과
또한 그런 세태에서 세습한 재벌 대기업들이 이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오늘날의 한심한 작태에 정도전은 분연히 일어나 꾸짖는 것은 아닐지
(하여 KBS의 기획의도는
"2014년,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진짜 정치가가 온다!"란다.)
그리고
비굴과 무기력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는 나 자신에 대한
질책의 재찍질이 아닐지.
기웅아!!!
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