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에게 통합의 에너지가 있을까?
과연 우리에게 통합의 에너지가 있을까?
2015.11.17
5천년의 중국 역사를 일견하면 분열보다는 통합의 에너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대체로 왕조말기에 조정의 부패와 지방 탐관오리들의 수탈에 의한 반란 혹은 북방 이민족국(자신들은 오랑케라 한다)의 침입에 의해 분열과 멸망에 이르렀다. 그리고 일단 분열되면 지방 제후들이나 영웅들은 한결같이 천하통일이라는 명분으로 궐기했다. 하여 부패하고 분열되는 과정 보다는 통일의 과정에서 훨씬 역동적이고 강력한 에너지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뭔가 통합되지 않으면 위태롭고 힘이 약해져서 남의 먹잇감이 되는 불안한 상황, 그리고 통합되면 안정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 같은… 물론 후세 역사가들이 그런 영웅들 편에서 정리를 해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일본 역사에서도 그런 통합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하여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통합을 깨는 분위기 조성이나 그런 인물에 대해서는 극도의 경계를 하고 가장 큰 중범죄인으로 치부한다.
반면 다소 주관적이지만 인도는 오히려 통합이 더 불안해 보이는 역사로 보인다. 엄청난 희생과 고통으로 통합된 왕국에서 분열이 너무도 짧은 시간에 훌쩍 일어나고 정화와 새로운 통합의 에너지가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그쪽 사람들의 선택이나 특징이거니 받아 들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사분오열 상태가 불안하고 짜증스럽다.
전세계적으로 20세기에 접어들어 국경과 민족 등 국가의 정체성이 확립된 현대에 이르러 분단되어있는 곳은 한반도 밖에 없다. 그것도 분단된 상호가 적국으로 대립하고 있는 지경이다. 역사상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일본과 중국이 다시 강국으로 부상하여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 판국에도 남북 어느 곳에도 위기를 절감하고 통합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먹고 살기 좀 나은 남측에서도 그렇고 쫄쫄 굶으며 외국 원조에 의존해야 하는 북측도 자신들의 정권을 지키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남측의 집권정부세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진보를 자처하는 야권은 어떤가. 그야말로 사분오열 지리멸렬이다. 우리 정치판에선 이런 말이 있단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스스로 분열하면서 민족통합을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통탄할 노릇이다. 이웃 일본과 중국이 국경확장과 군비증강에 나서고 동맹연대 구축에 나서는 요즘 우리는 다시 남북이 나뉘어 그들에게 줄을 서야 하고 또한 그래서 멀어지고 적대시화 하여 우리의 통합은 영영 멀어질 것이다.
현 정권이 말하는 ‘통일대박’은 말 그대로 어쩌다가 굴러들어온 요행수, ‘흥부의 박’일 뿐이다. 현실적인 구체적인 작은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 엄청난 노다지를 바라는 것은 요행수이고 또한 주체적인 완전통합을 이루기 어렵다.
그리고 소위 남측의 진보들은 서로 삿대질을 하며 지리멸렬하여 대체 통일에 대한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아마 있더라도 자신들 눈 앞의 밥그릇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분열의 세력에게 남북통일을 바래서도 안되고 해봐야 또 분열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진보의 분열에 참으로 지긋지긋하고 믿었던 것이 후회스럽다. 아니면 그들을 진정한 진보가 아니었다라고 부인해야 한다.
인제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묻는다. “과연 우리에게 분단을 극복할 민족통합의 에너지는 있는 것일까?”
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