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다른 꿈 (주말 낮잠)
같은 시간 다른 꿈 (주말 낮잠)
2016.4.16(토)
기묘한 이야기
왠지 이건 글로 남겨 두어야 할 것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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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도 잔무 때문에 출근해야하는 경림일 여의도 사무실까지 태워주고
나온 김에 우리 부부는 파주 공릉천 드라이브를 했다.
그리고 자유로를 따라 행주산성 아래서 원조국수를 먹고 돌아와
약간 피곤한 상태에서 TV 채널을 돌리니 우리 둘 다 졸음이 쏟아졌다.
아예 편하게 자자고 침대로 옮겨서 본격적인 낮잠을 잤다.
두어 시간 정도 단잠을 자고 일어나기 직전
우리 부부는 동시에 꿈을 꾸었다.
나는 둘째 경은이를 낳는 꿈이었다.
Wife는 진통과 함께 경은이를 낳는데 고스란히 지켜보며 애를 내 손으로 받았다.
갓 태어난 아이의 찡그림이나 낮선 모습도 없이 말쑥하고 깔끔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곧 경은이는 방실방실 웃으며 우리 부부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기뻐 어쩔 줄 몰라 꼭 끌어 안고 이리 저리 쳐다보는데
"아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죠?"
대체 어찌 갓 태어난 애가 말을 다 하는지???
너무 놀라 우리끼리 얘기했다.
태교나 평소 부부관계가 그리도 중요한 거구나라고...
그런데 한편으로 옆에 누운 Wife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도 악몽을 꾸면 더러 울다가 깨는지라
그런가 보다 하며 우선 내 꿈을 깨지않기 위해 못 들은 척하며 웅크려 있었다.
하지만 Wife의 우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악을 쓰는 듯한...
할 수 없이 내꿈을 그 정도에서 그만하고 깨어
Wife를 흔들어 잠을 깨웠다.
한동안 훌쩍이다 들은 꿈얘기는 기가 막혔다.
Wife가 친정엄마(장모)와 둘이 같이 있었는데
장모가 갑자기 화장을 곱게 하고 예쁜 옷을 차려입고 조용히 눕더란다.
Wife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주더란다.
다시 다그쳐 물으니 몇 해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불러 천사를 보냈단다.
하여 천사가 오니 조용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더란다.
깜짝 놀라 Wife는 아직 엄마가 건강하고 멀쩡한데 아직 가면 안된다고 울며 소리를 질렀다.
천사를 기다린다는 엄마와 안된다고 말리는 딸이 서로 울며 불며 서로 소리를 지르다 잠이 깼다.
잠에서 깬 Wife는 한동안 더 서럽게 울었고 눈이 퉁퉁 부어서야 일어났다.
침대를 빠져 나와 꿈얘기를 하며 서로에게 놀랐다.
어찌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동시에 잠을 자고 이렇게 정반대인 꿈을 꾸다니
하나는 새로운 생명을 또 다른 하나는 죽음을 말이다.
오전에 다녀온 파주 공릉천이 영감을 준 것일까.
스러짐과 새로운 삶이 태어나는 그곳 말이다.
아. 공릉천!!!
봄날의 공릉천은 봉하마을의 화포천과 함께
그리운 친구를 떠올리며 강바람을 맞는 레파토리가 되었다.
풀빛마져 서러운 4월
KW(81)
PS : 뒤늦게야 오늘이 장인 기일이고 세월호 참사 2주기임을 알게 되었다. (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