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영화·문학·음악·사진)

문화현상 (한류와 BTS)

홀쭉이 2018. 1. 12. 11:20

문화현상

〔부제 : 한류와 BTS]

2018.1.12(금)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미국을 강타한 '방탄소년단(BTS)'.  그 문화충격으로 내 머리는 계속 혼란스러웠다.  음악 DJ 겸 문화평론가인 김갑수씨와 동병상련. 그에게 내 의견을 어찌 전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고....  그러다가 지난 몇 주간 미국의 팝송이 세계를 휩쓸기 시작하던 60년대 히트음악을 듣고 따라 노래하고 가사를 해석해보고... 뭔가 촉이 오고 있었다.


 장구한 중국의 역사에서 최고의 융성기는 당.송시대(唐宋時代)라고 한다.  그리고 동시대의 우리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은 사회전반에 걸쳐 당.송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우리의 한자(漢子)도 당시에 들어와 아직까지 그 시대 한문(漢文)을 일상에서 쓰고 있다. 그래서 현대 중국인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고문(古文)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외 행정제도와 복식도 당.송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웃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7세기 쇼토쿠 태자는 당나라의 우수한 문명을 배우기 위해 견당사(見唐使)를 파견하여 국가의 기틀을 잡고 중흥을 이끌었다.


전성기의 당.송은 제국으로서 피점령국에서 바치는 조공과 영토확장으로 인한 부(富)가 넘쳐났고 거리마다 화려함과 멋부리기가 극에 달했다. 덕분에 문화적인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부터 수많은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과 정원들. 후세들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즉, 인생무상을 느끼는 그 때가 바로 그 시절이었다.


 미국은 원주민 인디언의 땅에서 17세기 이후 종교와 정치적 갈등으로 도망오거나 자신의 나라에서 살기가 팍팍했던 유럽인들이 이주하고 자리잡아 주인행세를 하는 '이민자의 나라'가 되었다. 우연의 역사에서 미국의 독립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보면 대체 정말 독립의 의지가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원래 미국이란 나라가 없었기에 단지 영국의 속박(세금징수)에서 벗어나고자 저질렀던 것이다. 하여 그 선언문의 시작은 "영국여왕의 신민(臣民)으로서 충성을 다하며 그리하여 어쩌구 저쩌구 하고자 하노라." 는 식이다. 하여 미국은 기회의 나라 이전에 자신들의 출신 모국 입장에서 보면 비주류의 떨거지 나라로 치부되었다. 그리고 당시의 미국 이주민들은 그런 열등감을 안고 살았다.


 하지만 그 열등감을 떨치고 거친 황야를 개척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고 그들의 출신국 유럽에서 벌어진 1, 2차 대전을 모두 평정하여 졸지에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하여 20세기는 '미국의 시대(Pax Americana)'가 되었다. 그렇게 군사력과 경제력이 막강해지니 뒤이어 모든 학문.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 폭발적인 문화융성이 일어났다. 대중음악으로 우리가 어릴적 자주 들었던 이태리의 '칸소네'나 프랑스의 '샹송'은 곧 시들해지고 모든 음악은 미국의 '팝송' 일색으로 바뀌었다. 우리의 대중음악도 예전 왜색짙은 트로트에서 재즈, 컨트리, 록, 디스코, 테크노, 랩으로 미국의 변화를 따라 갔다.  영화도 홀리우드 영화로 도배되었다. 요즘은 소위 '미드'(미국 드라마)가 대세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이걸 '미류(美流)' 라 해야 하나. 아마도 그걸 넘어 전세계의 미국화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


 최근에 폭발하듯이 터져나오는 한국의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다.  '한류(韓流, Korean Wave)'로 통칭되는 문화융성은 공화정 70년만에 성장한 우리의 경제발전과 민주화 진전의 산물(産物)로 볼 수 있다. 1960년대까지 한국은 전세계에서 최약체국, 최빈국으로 여러 나라로부터 원조와 차관을 받아 경제를 일으키고 압제의 군사정권 하에서도 민주주의의 큰 진전을 이루어 2차 대전 이후의 신생독립국 중 가장 모범생이 되었다. (참고로 6.25 전쟁 당시 필리핀, 이디오피아, 콜롬비아, 터어키 같은 나라도 참전하여 우리를 지원했다.) 적어도 지금은 양적, 질적으로나 우리의 수준을 함부로 평가절하하는 나라가 드물게 되었다.  20년 전 처음 주재근무했던 영국의 런던 근교 동네사람들은 한국이란 이름과 위치조차 거의 몰랐다. 이후 15년 전 두번째 네덜란드 주재시에는 아인트호벤 근교 동네사람들 대부분이 한국을 알고 호의적인 편이었다. 요즘 만나는 외국인들 대부분은 한국을 휴대폰, 가전제품, 자동차 같은 질좋은 제품을 만드는 나라를 넘어 문화강국 그리고 지도국의 반열로 치켜세운다.  미국에서 우리 아이돌의 K-Pop 공연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10년 전 걸그룹 '원더걸스'의 'Nobody'에서 "이건 뭐지?!"  ▷ 3년 전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는 "허... 재미있네."  ▷ 작년 말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시상식에서 부른 'DNA'에서는 "와!! 대단해." 하며 열광하는....   그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K-Pop에 열광하는 한류의 진원지는 중국 포함 동남아국들이고 미국이나 유럽에는 겨우 초기 진입 단계로 볼 수 있다. 중국과 동남아는 태평양 전쟁 이후 독립한 신생국으로 우리와 동병상련의 처지가 아니겠는지.  


 '강남스타일'이나 '방탄소년단'으로 대변되는 문화현상의 바탕에 지난 100년 간 우리의 질곡과 융성이 있었고 경제적 풍요와 삶의 질 향상,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는 자부심, 미래에 대한 자신감.... 뭐 그런 것에 대한 발산이 아닐까 한다. K-Pop의 음악적 형식이나 가사 혹은 안무에서 딱히 한국만의 독창성은 찾아 보기 힘들다. 차라리 'SM'이나 'JYP' 같은 연예기획사의 사업적 성공 차원에서 근본원인을 찾는 것이 빠를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컨텐츠 부족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의 과거 질곡의 역사와 그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한국 그 자체가 컨텐츠이고 그것을 노래로 춤으로 발산하는 것이다.  어차피 '~류(流)', '~Wave' 라 부르는 것처럼 그 또한 흘러가는 것이다. 


 이런 자문자답과 깨달음으로 여태 어색하게만 보였던 우리 젊은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공연이 훨씬 부담없이 다가오게 되었다. 김갑수씨와 이런 느낌을 나누고 싶다. 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