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에 다녀온 산(여성봉-오봉-자운봉)
2010에 다녀온 산(여성봉-오봉-자운봉)
2010. 1. 31(일)
어제 일본출장을 다녀와 약간 뻐근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를 기다려준 친구들이 있고 또한 산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00학번 여자후배도 동참하겠다 하니 간만에 토끼와 함께 산행을…
그래서 북한산과 도봉산의 여러 코스 중 송추계곡에서 시작하는 여성봉-오봉-자운봉(도봉산) 코스를 택했다. 2년전 늦가을에 지금의 동지들과 함께한 코스였다. 여자후배가 기묘하게 생긴 여성봉을 보고 뭐라 할지 궁금해하면서 산행을 시작했다. 불광역에서 만나 버스를 갈아타고 송추유원지 입구에서 내려 걸어 올라갔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기온 차가 심했다. 개울도 폭포도 모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YK (양규)
JR (종렬)
HY (현영)
KW (본인)
안개도 짙고 구름이 하늘을 가려 시야가 좋지 않았다. 조금 헉헉대며 올라가자 서리같은 안개가 싸락비처럼 내렸다. 눈은 분명 아니였다. 그렇담 정상부근에는 혹시 상고대를 볼 수 있지나 않을까 기대가 컸다.
첫번째 여정인 여성봉에 도착. 유일한 여성동지 HY는 이미 헉헉거리며 진을 뺐는지 그 기묘한 바위 앞에서도 별 감흥이 없었다. YK는 굳이 그걸 설명해주느라… “에이… 조져놨다.” 암튼 거길 올라 우리는 우람한 오봉을 배경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내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니 정작 내 사진이 잘 없는데 HY가 JR, YK와 나를 넣어 삼총사 사진을 찍었다. 배경이 기가 막힌 곳이라 흐릿한 안개속에서도 좋은 사진 몇 장을 건졌다. 액자에라도 넣어두고 싶다.
여성봉을 지나 오봉정상을 가는 동안 안개는 나뭇가지에 맺히며 결빙되는 상고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안개는 산을 넘어가며 정상부근의 나뭇가지에 처음에는 적시는 정도다가 나중에 기온이 떨어지자 한쪽으로 긴 서릿발을 새털처럼 만들었다. 그래도 좀 더 높이 올라야 제대로다 싶어 오봉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비비고 들어가 소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YK가 준비해온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컵라면에다 오곡밥, 김치, 막걸리, 마무리 커피까지. (땡큐 YK!!!)
근데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우리앞의 소나무 아래로 다가와 먹이를 재촉했다. 자세히 보니 재작년 양주의 불곡산 정상바위에서 본 ‘바위종다리’ 였다. 조금 있으니 한마리가 더 날라왔다. 이게 왠떡!!! 살그머니 일어서 카메라를 갖다 댔다. 엄동설한에 얼마나 굶주렸는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먹이를 기다렸다. 요리 조리 돌려가며 별의별 요염한 포즈로 수십장의 사진을 찍었다. 굶어 죽을 판이니 사람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였다.
바위종다리(겨울철새)
혼자 들떠서 새사진을 찍어대니 눈치가 보여 장비를 챙겨 다음여정인 자운봉(도봉상정상)을 향해 줄발했다. 해발 700m가 넘고 드디어 상고대의 서리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런 횡재가!!! 백번 산에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하다는 상고대를 오늘에야. 그것도 서울도심의 도봉산에서… 자운봉 근처는 인산인해였다. 줄을 서서 올라가고 내려왔다. 상고대도 자운봉 정상에서 절정을 보여주었다. 습하고 흐릿한 안개가 차가운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가고 모든 나뭇가지와 바위에 새털처럼 긴 서릿발을 내렸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이런 횡재가…
‘일타쌍피’…. 아니 ‘고도리’에 ‘쓰리고’라고 봐야 하나?! 이러니 주말이 되면 안달이 나지.
도봉산역으로 하산길이 험하고 힘들었지만 까이껏… 글고 산아래 선술집에서 한잔하면 힘든 것 모두 잊고 떠들어댈건데… 간단이 요기를 하고 JS(점석)를 불렀다. 마침 집도 근처이고 해서 불러내 이미 부른 배를 붙잡고 2차를 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컨텐츠로 2010년 1월의 마지막 날도 채웠다.
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