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은?
2019.3.23
잘 나가던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여태까지의 정황상 미국이 정상회담 직전에 미리 결렬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과 참모들은 미리 알고 취재규모와 의전 자체를 모두 줄여 놓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좋지 않은 합의보단 결렬이 낫다.」란 그럴듯한 포장을 한다.
그간 미국은 여러 다른 국제간의 문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중국과의 무역협상 그리고 북한문제를 한 꾸러미로 엮어 일괄처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미국과 UN의 대북 경제제재에서도 북한 대외 교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여 버텨왔기에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미국의 대중국 협상과 북.미교섭의 속도는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 하노이 정상회담 시기에 두 가지 협상이 거의 동시에 타결되는 시나리오가 있었다. 하여 하노이 정상회담이 끝나고 이어서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의 수순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회담 직전에 막바지로 치닫던 미.중 실무협상에서 먼저 합의불발이 터져나왔다. 내용상으로는 합의해놓고 최종 합의문 작성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어찌보면 트럼프가 말한 좋지않은 합의란 그전에 이미 협의하여 작성된 북.미간의 합의문보다 미.중 간의 합의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트럼프의 입장에서 실익은 미.중간 무역협상의 비중이 북.미문제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북미문제는 실익보다 명분이 크다. 북한문제 해결로 큰 돈이 안된다. 하지만 미.중 간의 협상의 결과는 크든 작든 간에 미국의 승리로 간주할 수 있다. 냉전이 끝나고 전세계가 자본주의화되어 미국은 진영싸움에서 확실한 승리와 함께 새 질서 속의 패권국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자본주의 질서교란범인 중국을 손봐줘서(기술탈취, 무역장벽, 특허, 자국진출기업 차별 등을 시정) 경찰국 노릇도 하고 자국의 무역역조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 입장에서 최선은 북한을 개방하여 미국과 우호적인 자유진영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을 위시한 자유진영 경제강국들이 진출하여 자본으로 지배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최전선을 남한에서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했지만 지금은 그 베트남이 중국의 남방 진출을 막는 교두보 역활을 한다. 그 보다 완벽한 승리와 자국 미래의 안전보장이 있을까. 그러나 북한에 대해 미국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당연히 중국이고 그래서 중국부터 손을 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6.25에서 미국은 북한군에겐 이겼지만 중국군에겐 패한 전쟁이었다. 중국의 국경까지는 북한군을 패퇴시켜 올라갔고 거기서는 중국군에 패퇴하여 지금의 휴전선까지 후퇴했기 때문이다. (개전 초기 정규균 기준 남한 10만, 북한군 17만, 중국참전군 130만) 미군희생자의 대부분도 북한군보다는 중국군에 밀리면서 발생했다.
미국 입장에선 미.중 혹은 북.미 협상과정에 일견 에너지 소모와 출혈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보면 판을 흔드는 것이다. '채찍과 당근'을 반복하며 길을 들이는 중이라 보면 될 것이다. 미국과 자본주의 경제강국은 눈에 보이는 경제보다는 자본의 게임으로 실익을 챙긴다. 세상에 어떤 쟁쟁한 업종이든 기업이든 그런 것은 자본으로 사고 팔면 된다. 거기서 이익을 거두면 되는 것이다. 북한의 개방에 미국의 유수 제조기업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단지 '짐 로저스'나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가들만 흥분하여 떠들어 댄다. 그들이 투자할 잘 달리는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판은 그들이 깔아준다. 또한 최근 타결될 듯 말 듯한 미.중 협상으로 월가의 투자가들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경기가 좋아 주가가 올라도 돈을 벌고 나빠도 예견만 된다면 선물투자로 돈을 번다. 미국이 협상을 주도하고 그 결과로 조금만 더 예측이 빠르거나 정확하다면 자본을 가진 미국의 투자가에게 엄청 유리한 게임이 된다. 아마 트럼프 진영에선 트럼프가 주도하는 세계와의 무역전쟁으로 차기 선거에 필요한 실탄을 차고도 넘치게 확보해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입장에선 지금 그럭저럭 재미를 보는 것으로 끝낼 순 없다. 뭔가 대미를 장식해서 확실한 성과로 미국민에게 어필해야 하고 재선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곧 벌어질 '뮬러 특검'에 이은 레임덕 상황 그리고 선거패배 그 다음은? 청문회에 서고 역대 한국의 전직 대통령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그리 만만한 대통령 혹은 사업가는 아니다. 적어도 미국 역사상 냉전 이후 새로운 질서 속에서 미국을 '신사적인 제국' 이미지에서 다소간 치사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실속있는 패권국' 으로 이행하는 최초의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전제 하에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북.미협상도 긍정적인 전망이다. (KW_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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