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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by 홀쭉이 2021. 4. 19.

요즘 울나라에서 잘나가는 문화 예술활동은 외국에서 먼저 유명해져서야 국내에서 인정을 받는 모양이다.

최근에야 <범내려온다>로 유명해진 <이날치밴드>의 원조인 <씽씽밴드>도 해외 유명무대 초청과 순회공연을 하고서야 응 그런 밴드도 있었군 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 도발적이고 혁신적인 씽씽밴드를 겨우 알만하니 어느새 해체를 하고 또 다른 시도로 거듭나고 있단다.

 

재작년엔 영화 <기생충>도 그냥 잘 만들었네 하며 겨우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가 다음 해에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포함 4개부문 석권을 하자 재개봉을 하는 법썩을 피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BTS도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다가 미국에서 빌보드 차트에서 수상을 하고 여러 주 동안 석권을 하자 한국에서 난리가 났고 소속사인 <빅히트>는 무명의 작은 연애 기획사에서 일약 한국 간판 엔터사로 거듭나 작년에 상장(IPO)을 하여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영화 <미나리>는 한국에선 개봉도 하기 전에 미국과 유럽에서 왠만한 영화제를 휩쓸고 아카데미 수상 후보작이 되고서야 한국에서 개봉을 했다. 지난 3월 3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코로나의 영향인지 아직 백만 관객돌파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2주 전에 본 이 영화는 그 극장에선 하루 1번 상영하고 그 날은 우리 부부 포함 내 나이 또래의 두 커플만 이 영화를 지켜봤다. 

 

영화 <미나리>를 보고 새삼 놀란 것이 있었다. 지금 외국에선 온통 배우 <윤여정>의 연기와 함께 <조연상> 수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근데 영화 내용상 남우주연으로 <스티브 연>과 여우주연으로 <한예리>가 중요하고 영화 전체의 스토리 전개와 긴장감을 조성한다. 아마도 한국에선 그들의 연기나 수상이 이슈가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를 위시한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흥행성공을 하는 것에 우리는 참으로 자랑스럽다. 근데 어쩌면 이 영화는 한국의 영화라기보다 미국의 영화이고 그들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래서 그 주연 부부보다 조연인 친정엄마역의 윤여정이 더 돋보였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에선 소수의 외국 이민자에 대한 얘기지만 미국에선 그들의 정체성이 담긴 주류의 역사와 현실일 것이다. 

 

갠적으로 다행스런 것은 영화의 스토리가 질질 끌지 않고 또한 판에 박힌 <고난 끝에 자수성가> 혹은 <이민자의 아메리칸 드림 실현>같은 판에 박힌 결말이 아닌 갈등과 타협 그리고 고난의 연속으로 끝나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일련의 동양인 차별과 테러사건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 영화에서 그 정도로 보여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이민자가 그들의 부나 기회를 앗아가는 침략자가 아니고 미국땅에서 아둥바둥 정착하려 안간힘을 쓰며 고통받는 소수인으로 보여지는 것이 그렇다.                 

 

우리가 식민지 해방 후 그럭 저럭 먹고 살만해지고 국제사회에서 얼굴을 내밀 정도가 되었지만 우리의 입지는 여전히 주변 강국들 틈바구니 속에 가슴을 졸이며 살아야 하는 현실이 그대로 보인다. 바로 이 영화에서...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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