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근시(近視)이고 싶다
2011.7.2(토)
몇년전부터 遠視 아니 老眼이 오기 시작했다.
글씨가 잘 안보이고 더러 계단을 헛디디고...
안경을 코밑으로 내리고 보면 조금 나아지는데 짜증이 났다.
마침 wife도 그렇다고 해서 같이 동네 안과를 찾았다.
老眼이 왔다며 근시안경을 써거나 근.원시를 모두 커버하는 멀티렌즈안경을 권했다.
멀티렌즈는 편하긴 하지만 눈이 적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근시안경을 하나 맞추었다.
근데 막상 근시안경을 맞추긴 했는데 세상살아가는데 별로 쓸 일이 없었다.
어쩌다 근시안경을 끼고 책이나 신문을 보다 깜빡하여 원시안경으로 갈아끼지 않고 바깥을 나가
정상인 노릇을 못한 경험으로 근시안경은 항상 먼지를 뒤집어 쓰고 놓여 있다.
그리고 앞만 보며 바쁘게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근시안이 별로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여 진취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을 멀리했고 궁극적으로는 자신과의 거리가 생겼다.
그것도 습관이 되어 요즘은 책 한권을 읽어내기가 참으로 힘들다.
최근 책 한권을 온전히 읽고 푹 빠져 본 적이 있는가 싶다.
그러다 보니 너무 쉽게 TV를 켜고 신문의 제목들만 휘휘 둘러본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토요일 아침
가족들은 학교로 체육관으로 가버려 휑뎅그레한 거실에서 나는 씻지도 않고 근시안경을 찾았다.
대강 대충대충 지나치던 글씨들이 보이고 오래된 물건들이 보이고...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내면의 자신과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니 오데 갔다 인자 왔노?!"
그러나 그는 원망보다는 반가운 기색이 완연했다.
비록 짧지만 그들은 그렇게 간만의 해후를 했다.
kw
사족 : 아기는 태어날 때 지독한 근시란다.
가까이 있는 엄마 얼굴과 젖꼭지 정도만 보인단다.
오히려 냄새로 더 잘 찾는단다.
산후 엄마 젖꼭지가 검게 변하는 건 엄마의 하얀 살결에 선명한 검은 점으로
아기 눈에 잘 보이라고 말이다.
자라면서 시력을 갖게 되는 것은 엄마 젖 말고도 다른 것을 먹기 위함이다.
자연계의 모든 동물들이 그렇다. (좀 그럴듯한 괘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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