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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안철수의 위대한 분노

by 홀쭉이 2012. 1. 29.

안철수의 위대한 분노

2012.1.29

 

작년 10월 안철수가 뜬금없이 서울시장후보로 나선다는 발표 이후 거의 평생을 사회봉사단체를 이끌어 온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으로 정치무대에 등장하고...  이후 몇 개월.  우리나라 정치판은 유래가 없는 대격변을 겪고 있다.

 

여당이나 야당을 막론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급조하여 인적쇄신, 정강정책의 대개혁을 추진하고 불과 석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국회의원)에서 공천부터 당의 운영까지 예측불가의 안개정국을 맞이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퇴조와 자본주의 4.0의 등장, 중동의 민주화물결(쟈스민혁명) 그리고 아직도 진행중인 유럽발 금융위기와 월가시위 등 여러가지 요인도 있었지만 국내적으로는 청춘콘써트에서 젊은이들에게 분노의 불씨를 제공한 '안철수의 등장'이다.

 

청춘콘써트는 제대로 끝까지 본 적은 없지만 안철수는 내 동년배(62년생. 81학번)이기도 하고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비슷한 직종(IT)에서 그가 겪어온 구조적 사회문제에 대해 평소부터 공감해온 편이다.  하여 평소 62년생 범띠를 내세우는 대표주자로 안철수 그리고 예능계에서는 조수미를 꼽아왔다.

 

 

 

청춘콘써트나 여타 매체에서도 안철수는 나이브(Naive)하다할 정도로 순수하고 소박하여 다소간 세련되지 못한 무대매너를 보여주었다.  오히려 그것이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지는 가식없는 모습이기도 했다.  수더분한 얼굴로 후덕한 미소를 짓다가도 대기업과 기득권의 부도덕한 작태를 언급할 때면 상기된 얼굴로 홍조를 띄며 말을 더듬고 침을 튀기며 흥분하는 모습은 거짓과 가식으로 가득찬 세상의 희망으로 보였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27세에 서울대 의대 최연소 학과장이 된 그리고 최초의 컴퓨터 백신을 개발하고 성공한 벤쳐기업가의 모습이였다.  

 

그의 성장과정은 여러 경로로 보도되어 익히 아는 바이지만 비슷한 IT 업계에 종사하면서 주변 지인들로부터 줏어들은 그는 철저히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겸손과 포용의 덕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의 평소 생활 자체가 그렇게 올곶으니 주변사람들은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그런 그가 지난 10월 이후 잠재적인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이 되면서 대부분의 설문조사에서 여태까지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박근혜 전대표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안철수는 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한 적도 없는 현직 대학교수인데도 모든 언론과 정치권은 그를 차기 대권후보로 치부해버렸다.  심지어 여.야를 막론하고 그를 대선후보로 영입하려고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참으로 우리 정치사에 희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분노가 얼마나 컸으면 그리고 현재의 기득권들은 그의 분노가 얼마나 두려웠으면 지례 겁을 먹고 이합집산을 하며 이 난리법썩을 피우고 있는 걸까?

 

 

 

그런데 지난 설에 친척들을 만나 얘기를 해보니 의외로 안철수가 무엇에 분노하는지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은 왜 그에게 열광하는지를 잘 모르는 편이었다.  하여 내가 경험하고 추측하여 아는 그의 분노를 주변사람들에게 설명해보기로 했다.

 

그는 의대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학위를 수료하고 최연소 학과장까지 되었지만 그가 아니더라도 인술을 베풀 의사가 많다는 것을 알고 당시 보급되기 시작했던 개인용 컴퓨터의 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헌신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상업적인 의도는 없었으나 너무 빈번하게 쏟아져 나오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차리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회사가 이름도 어줍찮게 '안철수연구소' 일명 '안랩(Ahn Lab.)이다.  시작 때부터 그랬듯이 지금도 기본 버전은 무료다.

 

안랩이 한국형 S/W 벤쳐회사로 성장하면서 기업의 전산보안을 위한 BtB 사업확대를 모색했다.  하지만 가장 큰 고객인 재벌 대기업들은 안랩을 한갖 S/W 노무자 취급했고 대기업 컴퓨터회사들은 백신프로그램을 자사 PC에 끼워팔기 정도로 치부했다.  기업들의 완벽한 보안 방화벽 구축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회사경영에 결정적인 역활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막대한 부가가치를 인정하기 보다는 소요된 인건비를 계산하는 식으로 기껏 최소 이윤을 포함해 지불하는 식이였다.  심지어 안랩의 재무제표를 제출하도록 하여 납품가격에서 최소이윤을 책정토록 강요받았다.

 

안철수는 이러한 불평등하며 불공평한 거래관계에 대해 분노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소기업인 S/W 납품사가 성장할 수 없다며 그리고 한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S/W 거대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H/W 대기업들은 그 댓가를 치르고 있다.  화들짝 놀란 대기업들이 기껏 대책을 세운답시고 하는 짓이란 중소기업들이 공들여 키운 S/W 인력들을 빼내서 자신의 사업을 보강하는 식이다.

 

 

그 다음은 그런 대기업들이 한결같이 2세를 넘어 3세 승계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위 30대 재벌이라는 대기업집단은 모조리 세습을 한다.  재벌 1세대들의 성장과정은 신비에 쌓여있다.  위인전기에서나 그들의 과장된 출생의 비밀과 젊은 시절을 알 수 있다.  2세들도 이미 초로에 접어들어 동년배들에게 조금은 알려져 있지만 다수 국민들에게는 아직 모르는 것들이 많다.  2세까지는 그들을 잘 모르니 그렇다 치부하지만 3세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인제 그들은 그룹장악을 위한 경영수업을 받으며 준비중인데 대체로 40대 중반에 접어들어 그들과 학창시절을 지낸 동창들과 같이 놀던 친구들이 널려있어 부모 잘 만나 어느 날 갑자기 그룹총수가 되는 현실에 반감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재벌의 1세는 주변 형제들을 위해 몇개의 기업들로 그들을 부양하고 이 사회에서 풍족하게 누리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2세 승계로 가서는 기십개의 계열사가 필요하고 3세로 가서는 기하급수로 늘어나야 한다.  그러니 중소기업 매수합병과 중소기업 업종 침해까지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나라 전체경제가 재벌에 예속되어 끌려 가는 것이다.

 

청년실업은 점점 심각해져만 가는데 소수의 대기업 자녀들은 너무도 쉽게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안위와 부귀영화를 누린다.  그리하여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되고 젊은이들은 원천적으로 성공의 기회 조차 얻기 어렵고 기껏 일해야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 속에서 하루 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신세인 것이다.  

 

안철수는 바로 그런 기회의 불균등에 대해 분노했고 동병상련하는 젊은이들은 열광하며 투표장으로 달려가 강렬한 의사표시를 했다.

 

 

 

 

박원순시장이나 안철수교수가 가진 덕목이 있다.

 

여태까지 인생을 이타주의로 올바르게 살아왔고 이 사회의 약자를 배려하여 더불어 조화롭게 살고자 하는 동정심과 진정성이 있다.  바로 이것만 있다면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을 잡을 수 있다.  무엇 혹은 누구의 줄을 잡기 보다 그러한 진정성만 있다면 오늘날 최고의 지도자가 되는 길을 안철수는 보여주었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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