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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신변잡기)

곰배령 (잃어버린 천상의 화원)

by 홀쭉이 2013. 6. 16.

곰배령

 

2013.6.10

몇 년전인가 TV에서 '곰배령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여러 차례

그곳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곳 강원도 점봉산의 심심산골에는 워낙 오지여서인지 원래부터 사람이 살던 곳이 아니였던 같았다.

그래서 인공의 흔적이 없는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 그대로인

 

그런 그곳에 주로 서울에서 살던 외지인들이 들어가 계곡을 따라

하나 둘씩 모여 들어 살게 되었다.

아마도 도시에서 상처입은 영혼들이 그곳의 원시 자연에서 치유를 받고자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지...

 

화면 속의 그들은 자연에서 구제를 받은 듯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이후 곰배령은 '천상의 화원'이란 이름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해발고도가 제법 되니 늦봄이라야 봄꽃을 볼 수 있다했고 주변 사람들도

더러 다녀와 그 입소문이 퍼져 나갔다.

 

기대가 컸다.

한 달 전 부터 우리 아름아름에서 총무가 수고를 해서 겨우 인터넷 예약을 했다.

다섯 명 모두가 안되 겨우 네 명만 예약이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부터 달려갔다.

방동계곡과 진동계곡을 지나며 고산지대 계곡의 서늘한 기운을 받으며 달렸다.

 

입구에서 얼마간은 야생화가 조금 보였다.

우리가 흔히 경기도 인근의 산에서 보던 꽃들과 다름없는...

 

근데 1km 남짓을 지나니 길 주변으로 꽃이름을 새긴 팻말이 있는데도 꽃이 없었다.

아니 누군가가 파 옮긴 것 처럼 땅이 파헤쳐져 있었다.

설마하고 곰배령 정상까지 따라간 길 내내 모조리 파헤쳐 꽃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일정한 깊이로 군락지였던 그곳 일대를 철저히 파 옮긴 것 처럼 보였다.

 

 

 

 

 

 

이윽고 꼭대기에 이르니 불과 기 천평의 완만한 고개에 야생화가 보였다.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낙담하여 하산 후 그곳 주민들이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관리사무소에 들러 물었더니

산돼지가 파헤쳐서 그랬다고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우리가 산돼지의 습성이나 파헤친 흔적과의 차이를 설명하며 따지자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아....

아마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뭔가 큰 갈등이 있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온갖 상상으로 머리가 어지로웠다.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는 없다.

인간의 욕심과 그로 인한 갈등...

사람으로 때 탄 여느 산과 계곡과 다름없는

 

또 하나의 원시를 잃은 슬픔과 허탈함을 안고 도시로 돌아왔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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