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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밥 팔아 똥 사먹기

by 홀쭉이 2014. 7. 20.

밥 팔아 똥 사먹기

 

2014.7.17

 

해외출장 때문에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에

영종대교를 지나며 항상 느끼는 심정이다.

 

굴포천을 따라 광활한 습지 평원은 철새들의 낙원이었다.

거기에 인천운하가 건설되고 주변은 모두 간척이 되었다.

벌써 갈대 습지는 흔적도 없고 군데 군데 많은 건물들이 세워졌다.

 

 

2014.7.19 인천공항에서 서울 방면 오른쪽 뻘. (달리는 버스안에서 찍은 사진)

달리는 버스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벌써 저멀리 간척으로 뻘이 야금야금 사라지고 있다.  울고 싶다.

 

 

영종대교 아래로 조수 간만의 차로 물골이 제법 깊고 물살이 거세다.

다리를 지나면 그로테스크한 뻘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회색빛이 도는 검은 색

반지르한 윤기가 돌기도 하다.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을 것은 무서운...

그위엔 붉은 칠면초가 무성하고 물새들이 부지런히 뻘을 헤치며 먹이를 찾는다.

온통 사람으로 채워진 빽빽한 남한의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원시의 대자연이다.

 

수만년에 걸쳐 형성된 그 건강한 식생에 나는 자연의 정기를 듬뿍 받는다.

 

그런데 그 뻘이 점점 간척되어 사라지고 있다.

좁은 땅에 산다는 열등감으로 용맹무식하게 벌이는 영토확장이다.

그걸 정당화 시키려 버려진 땅을 살린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무슨 짓을 하는지 잘 모른다.

자연이 수만년에 걸쳐 만든 그 위대한 역사를.

때로는 태풍으로 홍수로 잔잔한 파도로 자연은 부단한 순환의 고리로

한겹 한겹 진흙을 쌓았다.

우리가 우리 땅의 역사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건강한 삶의 현장이다.

 

그리고 그 속의 무수한 생명은 또 어떤가.

우리가 오염만 시키지 않는다면 저절로 무수한 생명이 꽃을 피우고

우리에게 사시 사철 풍성한 산물을 내놓는다.

우리가 애써 논밭을 일구고 작물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으로 말이다.

 

아...   아직도 우리의 문명의 진보가 자연 파괴로 이어지고

그 댓가로 누리는 풍요인가

 

아직도 지구상에 이런 미개한 족속이 살고 있다니...

(돌아서 훗날 얼마나 땅을 치며 후회를 할지)

 

21세기...

아직 우리에겐 오지 않았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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