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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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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문화대국

by 홀쭉이 2015. 2. 15.

문화대국

2015.2.1

1 국어교과서에 실린 글 중에 백범 김구선생의 나의 소원이 있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우리민족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었다.  참으로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조국을 떠나 이국 땅에서 풍찬노숙하며 나라없는 설움을 너무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간절한 독립을 쟁취하고 난 후 먹고 살만해지고 스스로를 지킬 힘만 있다면 우리나라가 문화대국이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선생은 그 이유를 상세히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역사와 대륙을 돌아다녀보니 한족의 우수한 문화가 어떠한 이민족이 발기하여 집권을 하더라도 결국은 한족화로 흡수 통합되어 하나의 중국으로 면면이 이어진다는 것일 것이다.  하여 그 문화의 우수함은 한 때 강성한 제국의 통치나 이민족의 침략도 무력화시키고 원상복귀한다는 의미.  원나라도, 금나라도, 청나라, 서구열강도, 일본도 그 흔적은 없고 다시 한족의 문화에 의한 지배만 있을 뿐이다.

 

중국은 그런 스스로를 잘 알고 있기나 한 듯 자본주의 개혁개방 이후 다시 경제적으로 강성대국으로 진입하자 온통 문명대국’, ‘문화생활’, ‘예의지국등의 슬로건이 방송이나 거리에서 등장한다.  내가 20여년 전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 본 베이징 거리에서 온통 붉은 색의 살벌한 공산주의 구호와는 완전히 다른 Soft Contents이다.  이보다 더한 개벽이 있을까 싶다.  역시 ()은 무()보다 강하다.’(Pen is mightier than Sword.)는 말을 실감한다.

 

10여 년 전 가족과 함께 파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중심가를 지나고 있을 때 큰 빌딩에걸린 길이와 폭이 수십 미터나 되는 대형 브로마이드를 본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파리 바스티유 오케스트라의 년말 공연 안내가 있었고 지휘자 정명훈이 지휘봉을 흔들고 있었다.  가슴이 벅차 올라 버스에서 벌떡 일어나 “That’s a Korean”(저 사람이 한국사람입니다.)라고 외쳤고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아마도 지난 2007년인가 영화감독 이창동이 문화부장관에서 물러난 지 불과 몇 개월만에 영화 밀양을 발표하고 다음 해 칸느 영화제에 초대되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가슴이 벅차 올랐다.  현직 영화감독이 문화부장관이 되고 물러나서 다시 영화를 만들고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나라.  얼마나 멋있고 문화국가로서 품격을 고양시키는 일대 사건이 아닌지.  나는 언듯 프랑스의 대표 지성인이자 예술인 사르트르와 시몬느 보봐르를 떠올리며 한껏 고양된 기분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요즘 중국에서 장기 체류를 하는 동안 현지 직원과 중국 거래선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이 받아 들이는 한류와 상국상품을 보며 자긍심을 느낀다.  다소 천박한 부분도 있지만 지난 수 천년간을 일방적으로 전수 받기만 했었는데 그들이 우리 것에 열광하고 부러워하는 나라가 된 것이 말이다.  지난 1월초 중국으로 들어가는 김포공항에서 너무 많은 쇼핑을 해서 쩔쩔매는 중국인 여행객 아가씨의 선물꾸러미를 대신 들어 주며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그래 얼마든지 대신 들어주마.  많이만 사가라. ㅎㅎㅎ.  가져 가서 부모님과 온 동네방네 친척, 친구, 동료들….   모두에게 나눠주고 자랑해라.  한국에서 사왔다고     그리고 어떤 맘씨 좋은 한국아저씨가 매너도 좋게 공항에서 짐도 대신 들어 주더라고.  ㅎㅎㅎ.”

 

아무튼 이런 사건들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강성대국 즉, 문명국, 문화국민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흉탄에 쓰러진 백범 선생의 영전에 그 영예를 바칠 수 있다면 그의 소원이자 우리민족의 영속성은 변화무쌍한 혼란의 세계 속에서도 길이 이어질 것이다. 

 

백범 묘소 참배 사진 나중에 유첨하기

 

KW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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