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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China & Non-China (중국과 비중국)

by 홀쭉이 2015. 4. 17.

중국과 비중국

(China & Non-China)

2015.4.9

최근 몇 달간 중국에서 내수영업을 하느라 여러 성()을 다녀본 소감에서 나온 결론적인 한 마디. 

향후 세상은 중국과 비() 중국의 구도가 될 것이다.”

지난 90년대 초반 소련연방의 붕괴와 함께 미래에는 구소련을 대신하여 중국이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는 강대국(Super Power)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개혁개방의 초창기로 자본주의가 상하이를 비롯한 일부 해안 지역에서 움트고 있었고 수도 베이징이나 내륙지방에서는 거리 곳곳에 붉은 프래카드에서 공산혁명 기치가 서슬이 시퍼렇고 횅하니 넓은 대로변에는 완장 찬 공안(公安) 21조로 순찰을 다니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런 미래는 내가 살아 생전에 볼 수나 있을까 하는 전문가들의 막연한 예측 정도.

 

그로부터 10년 후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 할 정도로 저임금으로 공산품을 쏟아내며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전세계에 공급하였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대 중국 무역적자가 깊어져 미국의 한 TV 방송에서는 공개적으로 중국제품 안 쓰고 살아보기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험을 했으나 결론은 가정에서 전기를 안 쓰고 사는 것 같은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중국에서는 미국과 선진국들이 무역역조 개선을 요구하며 수입규제 카드를 꺼내려 하면 오히려 할 테면 해봐라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리게 되었다.  한마디로 너희들이 중국제품 안 쓰고 베기는 지 두고 보자는 식이다.  그래도 중국이란 나라 그리고 중국제품이라 하면 뭔가 조금 지저분하고 어설프고 세련되지 못한 혹은 선진국 제품 베끼기란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세계 1위 제품이 즐비할 정도로 질적 성장을 이루어 가고 있다.  인구가 많은 만큼 넓은 소비계층에 맞게 극상품과 초저가 상품에 이르기까지 가격 대비 품질(혹은, 성능) 측면에서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추고 있다.  최고와 최저의 품질과 가격 차이는 천양지차라 할 수 있다.  세계의 공장답게 전세계의 유수 자동차 메이커의 공장이 모조리 중국에 나와 있고 어찌 보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차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선진국에선 오래 전에 단종한 구형부터 최고급 최신형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생산되고 판매되고 있다. 

 

아마도 그런 고급 제품은 중국인들의 생활양식이나 태도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아무래도 벤쯔나 BMW를 타면서 사람들 무리 속에서 함부로 무질서한 교양없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중화 되어가는 고속철(高鐵)만 해도 그렇다.  시속 300KM가 넘는 고속철을 타면서 놀랍도록 차분하고 질서정연한 그들을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마치 그런 문명의 이기(利器) 정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용해온 것처럼 말이다.  아다시피 그런 고속철이 상용화된 나라는 전세계 몇 개국을 꼽다시피 하다. (아직 미국에도 고속철이 없다.  중국 고속철과 미국의 GE가 컨소시움을 만들어 미국의 동서횡단 고속철사업을 수주했단다.  250년전 서부개척 시절 중국인 저임금 노동자들이 맨손으로 미국의 철도를 건설한 사실을 반추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그렇게 중국은 놀라운 속도로 질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2014 4월 중국의 전국인민대회(일명 양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신창타이(新常態)를 천명했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의 경제침체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후 나타난 뉴노멀리즘에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한마디로 내실을 기하자는 것이다.  어차피 서방 선진국들의 경제가 파산지경으로 구매력이 약화되어 수출주도형의 중국경제가 고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우니 중국 내수를 진작하고 그간 좋은 것 만들어 내다 파는 것에 치중하다 우리도 좋은 것 쓰고 살자는 복지적인 차원도 있다.  또한 선진국의 경제에 의존하여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경제로도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기회에 고성장으로 심화된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부패한 권력과 자본을 정화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예전에 白猫黑猫라는 슬로건을 먼저 제시하고 중미 수교와 서방과의 교류를 시작했듯이 그러한 철학적인 비전을 먼저 제시했다.  역시 고대 문명국다운 접근이다.

 

경제적인 차원에서는 전세계가 불황의 늪에서 헤매니 중국도 이미 10% 이상의 고도성장은 포기하고 7%대의 성장을 유지하며 연착륙(Soft Landing) 시도를 하고 전반적인 경제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입장에서도 무작정 고성장보다는 한마디로 내실있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중국 현지에 있는 KOTRA가 발행한 잡지에서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의 행정업무를 도와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본 적이 있다.  아니 KOTRA가 우리 기업들의 중국진출을 도와 준다고 해야 할 판에 철수를 도와 준다니???  우리가 익히 아는 저임금 단순조립산업이 중국 제조업의 기본이고 이제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이 여태까지 중국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여 야반도주하는 사례를 많이 본 적은 있었다.  근데 요즘 들어보니 중국정부가 그런 저임금 저부가 산업이 자국경제에도 큰 도움이 안되니 철수를 방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KOTRA가 인제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철수가 가능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하여 요즘 중국의 저임금 노동집약 산업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 다녔던 IT회사가 중국에서 현지금융을 일으키려 하자 한국에서 중국에 R&D를 옮긴다는 전제하에 승인된 적이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발전이다.

 

그리하여 중국은 이미 고부가 첨단산업으로 구조개편을 하고 있다.  내가 있는 수저우시에는 그런 고부가 산업단지(수저우 공업원구)가 대규모로 형성되어 쾌적한 환경에서 조용하지만 활기찬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초기 공업원구가 오중구와 신구로 확대되어 아마도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쾌적한 전원단지형 연구소와 공장이 즐비하다. (미확인이지만 ‘Fortune지 선정 500대 기업은 대부분이 수저우에 진출했단다.)  하여 수저우시의 개인소득은 이미 2만불을 넘어서고 있다.

 

또 한가지 예전과 달리 요즘들어 느끼는 큰 변화는 치안(治安)과 짝퉁상품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밤낮을 불문하고 외국인인 내가 혼자 시내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불안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왠만한 도시는 그냥 혼자 여행을 다니며 숙식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안심이 된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도 소매치기 혹은 강탈 그리고 가정집에서의 도둑 같은 걱정은 별로 안하고 사는 편이다.  그리고 짝퉁상품이다.  예전에는 아예 대놓고 명품을 흉내낸 짝퉁을 파는 대규모 상가가 있었다.  중국관광 중 빠질 수 없는 코스였고 쏠쏠한 재미꺼리이며 알뜰쇼핑이었다.  근데 요즘은 그런 상가를 찾기도 어려워졌고 그렇다고 지나가는 중국사람에게 물어보기도 민망한 상황이 되버렸다.  길거리에서 흔했던 불법복제 영화 DVD를 사기도 어려워졌다.  물론 번화가를 걷다 보면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은밀히 접근해서 명품 브랜드를 속삭이며 짝퉁 구매를 유혹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다.  그래도 불과 10년 전에 비하면 얼마나 천지개벽이라 할 정도의 변화인지. 

 

이런 변화의 근본에는 염치와 체면, 즉 자존감을 찾아가는 중국인의 행보가 있다.  최근 중국의 지상파 TV 여러 채널은 문화강국’, ‘문명창조’, 혹은 교양생활같은 예명을 사용하며 중국민을 계도하고 있다.  중국은 문명의 발상지로서 혹은 지난 수 천년 동안 선진문명으로 세계의 중심국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상기시켜 건전한 사고와 공중도덕을 갖추도록 노력한다.  이런 구호(Catch Phrase)들은 예전 공산주의 슬로건들과는 차원이 다른 중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부드러운 문구다.  그들의 표현으로는 온성제시(‘溫聲提示) 이다.

 

우리는 간혹 우리의 빠른 성장과 변화에 대해 스스로 감동과 자화자찬을 한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서방 선진국들이 200년이 걸려 이룩한 경제성장이나 민주화를 우리나라는 불과 40~50년만에 이루었다고.  마찬가지로 일본도 그랬다.  메이지 유신 이후 불과 30년만에 동아시아 패권을 거머 쥐었고 제정 말기의 허깨비 같은 청나라 러시아는 가소롭다는 듯이 유럽과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런 변화를 세계2차대전이 끝난 이후 평화의 세기말에 한국은 이루었고 그 뒤를 이어 중국도 엄청난 성장과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중국이 이룬 성장은 한국이나 일본과는 차원이 다르다.  13억 인구와 방대한 영토를 지닌 중국의 파괴력이 세계질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권투에서 헤비급과 밴텀급이나 플라이급이 날리는 주먹의 차이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이미 세계 2위의 경제규모와 최대 구매력을 갖춘 중국과 한국 경제를 비교하여 상호 영향력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그야말로 중국이 기침을 하면 그 영향으로 감기를 앓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드러눕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 대미(對美) 의존도가 높았던 시절보다 지금의 대중(對中) 의존도는 훨씬 더 심각하다.  (2014년 기준으로 수출입의 30%가 넘고 증가세에 있다.)

 

지금 중국과 교역이 늘어나고 정치적으로도 분위기가 좋은 것 같은데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중국이 우리의 우방(友邦)인지 경계국인지 선듯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아무튼 우리가 미국과 일본을 우리의 우방으로 여기는 한 중국을 동격으로 여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아직도 공산주의의 붉은 색이 잠복해있고 인권이나 민주화 그리고 국제질서에 부응하는 수준이 낮은 편이라 갑자기 조폭본능을 드러내며 돌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에서도 그렇고 하물며 무역제재는 너무도 쉬운 싸움의 툴이다.  우리로선 그런 양국의 불화로 인한 중국 발() 불황을 경계해야 할 판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경제식민지이다.  결코 과장된 말장난이라 웃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세계2차 대전이 공급과잉이라는 경제난에서 출발했듯이 오늘날 경제불황은 정권불안, 소요사태, 전쟁으로 비화되는 도화선이 된다.  인접국 정치권의 주류를 중국의 입맛에 맞게 바꿀 수도 있다.  최근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보면 짐작이 될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비위를 거슬리는 김정은과 일당이 정권을 잡자 각종 경제지원과 교류를 중단하고 목을 죄고 있다.  지난 해에 김정은이 친중파인 장성택을 숙청하자 양국 관계가 더욱 경색되고 북한경제는 파탄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아마도 북한 내부에서 친중 세력들이 나서 김정은을 친중 우호노선으로 유도하든지 그것도 안되면 쿠데타를 감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은 지난 역사에서 인접국들에게 서방국들에 비해 유화적인 식민통치를 해왔다.  하여 당사자들이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느슨했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제국으로서의 발톱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청일전쟁도 결국은 그들의 식민국인 조선을 일본에 뺏기지 않으려 했던 전쟁이었고 또한 임진왜란에서도 그랬다.  겉으로는 동맹국처럼 보였지만 엄연한 사위의 나라(부마국, 駙馬國)였고 그에 맞는 의전과 내용(예를 들면 조공이나 외교와 군사 측면에서)으로 대해왔다.  자존심 살리려 괜히 쓸데없는 논리로 그 사실을 흐려봐야 냉철함을 잃어 손해보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식민지란 말에 제발 흥분하지 말자.

 

중국은 인접한 나라라서 그런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같이 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장과 강대국으로서 입지가 우리에게는 SWOT(강점, 약점, 기회, 위기) 모두 존재한다.  어쨌든 펄펄 나는 말에 올라 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바둑이든 주식이든.  지난 주 중앙일보 사설에서 모 언론인은 우리의 대학에 중국의 신창타이학과를 개설하여 연구하고 청년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보고 공감을 한다.  중국사람들 중에는 한국말을 잘하는 중국인이 아주 많다.  아마도 천만명은 넘을 것이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중국어를 잘 하는 한국인이 아마도 몇 만명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미국의 투자의 달인 몇 명은 공통적으로 향후 세계의 정치, 경제 구도를 감안해볼 때 자신이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할 일은 자신의 자녀와 직원들에게 중국어를 배우게 하는 것이고 방학이 되면 중국으로 보내서 중국을 직접 체험하여 더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Super China’는 중국의 도전이자 세계의 기적이다.  전세계 역사상 13억의 단일국으로서 그러한 지위와 영향력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인미답이고 인류의 도전이다.  그리하여 세계는 China Non-China의 구도가 될 것이고 오늘날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선진국들도 Non-China의 그룹에 포함될 것이다.  하여 그들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식은 분열이고 중국은 그것이 내부의 적이든 외부의 적이든 가장 경계해야 할 주적(主敵)임에 틀림없다.

 

China & Non-China의 시대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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