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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신변잡기)

박찬호의 보크(balk)

by 홀쭉이 2011. 3. 3.

박찬호의 보크(balk)

2011.3.3(목)

 

메이져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중 최다승을 기록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박찬호.

 

기대와 함께 불안도 있다.

잘 하면 역시 한국 아니 아시아의 간판투수로 다시 한번 화려한 부활을 할 것이고 잘 안풀리면 전장터에서 퇴역하는 노병처럼 쓸쓸히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금년 시즌을 앞두고 몸을 만들고 경기감을 익히기 위한 동계훈련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몇차례의 시범경기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박찬호의 민첩한 투구동작이 문제가 되어 보크판정을 받았고 그때마다 경기흐름이 끊기고 맥이 빠지게 했다.

 

야구경기의 반을 담당한다는 투수에게는 대단히 신경쓰이고 짜증나는 일이다. 

그리고 메이져리그 스타투수 출신으로서 그보다 한급 아래의 일본에서 당하는 그런 수모에 당황스럽고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같은 경기에서 두 번 연속으로 보크판정을 받은 박찬호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아예 시범경기를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신경쓰이면서도 우리의 박찬호는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 애써 의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문제점으로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고, 차이점으로 보면 재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분명히 문화적인 차이도 있다는 것을 느꼈고요"

 

굳이 해석을 하자면 "확실히 보크였다면 투구를 바꾸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일본야구의 보크판정 기준이나 관행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도 될 것이다. (메이져리그 대투수출신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_-)

 

 

근데 그 박찬호의 투구동작을 자세히 보니 내가 보기엔 뭐 별 이상할 것도 없었다.

심판이 보크판정을 내리는 것이 이상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판정하는 일본문화도 이해가 되었다.

굳이 야구문화로 국한하기보다는 역사에서 우러난 일본인의 문화로 말이다.

 

지난 16세기에 일본은 소위 춘추전국시대로 전국의 패자들이 서로 합종연횡하며 전쟁이 끊이지 않은 시절이였다. 

일본천하통일이 되기까지 숱한 동맹과 배신이 성행했고 불안한 통일을 이룬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급사하자 다시 난국에 빠져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었다.  결국 토쿠카와 이에아스가 최후의 일전을 벌여 겨우 패권을 쥐게되고 그 불안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심으로 내세운 덕목이 '화(和)' 였다.

그리고 그 和를 이루는데 위해가 되는 모든 것들은 반역이라는 이름으로 처단을 했다.

다시 말해 의심스런 행동을 하는 누구도 용서치 않았다. 

그리고 그 체제는 막부라는 이름으로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기 전까지 300년 동안이나 일본을 지배했다.

 

일본사람들이 비즈니스나 정치판에서 쓰면 안되면 일종의 '금지단어'가 있단다.

바로 '戰略" 이다.

우리는 고도의 술수나 큰 틀의 작전을 일컫는 말이라 즐겨 사용하지만 일본에선 색안경을 끼고 본단다.

워낙 춘추전국시대에서 배신과 음모로 피비릿내 진동하는 오랜 기간의 전쟁을 겪은 일본에서는 무슨 '전략적 제휴' 라는 말만 들어도 상대를 의심하고 피한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그런 일본의 막부체제 잔재로 인한 피해자일 수도 있다.

서로 칼을 빼들고 싸워야지 상대방은 준비도 안되있는데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근데 이미 전장터에 있는데 무슨 "내칼을 받아라." 하고 휘두른단 말인가? 

준비안된 놈이 당하는 거지... 

 

근데 또 어쩌겠는가?

거기는 일본이고 일본심판이고 일본야구판이고 궁극적으로 일본팬들을 위해 일본리그가 존재하니 말이다. 

 

"찬호야!  우짜겠노?  니가 참아라."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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