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 새가 없는 세상은 인간도 없다.
  • 세상만사 균형이고 조화다.
여행기(돌아댕기기)

앙코르왓_1

by 홀쭉이 2012. 4. 22.

앙코르왓

2012.4.20

 

도입

 

인제 집에서 쉰지도 십여일.

평소 못했던 운동도 하고 한국어교육 인강준비도 하고 가끔씩 아는 사람들도 만나고 주말에는 강원도에 있는 형님농장에서 나무심기를 도와주고...  그럭저럭 소일거리가 있었다.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나니 조급함이 덜했다.

 

이런 시간이 주어질때 평소 가고 싶었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다녀오기로 했다.  마침 4월14일이 결혼기념 21주년이 되는 날이니 wife와 함께 하는 시간도 좋을 것같았다.  2005년 네덜란드에서 귀국한 이후 wife는 아직 한번도 외국나들이를 못한 셈이였다.  그러다 보니 wife의 여권기간이 만료되어 갱신을 하는데 새로 찍어간 사진이 동남아인 같다고 다시 찍어오라는 바람에 한바탕 재미(?)있는 헤프닝도 있었다.

 

앙코르와트...

이미 유명세가 있고 TV를 통해 그 위압적이고 신비스런 사원의 모습은 익히 아는 바지만 무엇보다 거길 먼저 다녀온 친구(기수형)의 감동과 애정이 어린 곳으로 그것을 나누고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그 엄청난 유적지보다 내 눈에 먼저 들어오고 그 향기가 나를 울컥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챔파였다.  나는 의구심 속에서 그 꽃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내 확인을 청했고 그는 지난 한달 보름간의 불편과 침묵을 깨고 화끈하게 화답했다.  "그 꽃 맞다. 내가 반할만 했제?!"   그래...  그렇고 말고...

 

       ▽ 가이드는 플로어메리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챔파였다.  빈약한 나무가지의 꽃이 작았지만 노란색이 진하고 화사했다.

      

       ▽ 잎이 무성하고 건강한 나무에서 챔파꽃은 더 크고 흰색이 많았지만 오밀조밀한 맛은 적었다. 

        ▽ 극구 사양하는 wife에게 억지로 꽃을 꽂고 사진기를 들이댔다. 

           내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허락한 wife가 고마웠다.

그것으로 내여행은 즐거워졌다.  나는 여행 틈틈이 챔파꽃 수십장을 찍었고 나무 아래 수북히 쌓인 그 꽃을 주어 모자에도 꽂고 호텔방에도 가져가 그 향기를 만끽했다.  나중엔 wife가 샤워를 하고 맨몸으로 침대에 눕자 머리에 챔파꽃을 꽂아 여러 장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리곤 책갈피 속에 몇개를 담아 귀국할 때 가져왔다. 

 

 

1

4월13일. 여행 첫날.

 

첫째날 일정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 출발

씨엠립 국제공항 도착 후 공항비자수속

‘비자수속시 미팅피켓'

가이드 미팅 후 중식(샤브 수끼) / 호텔 체크인

인공호수인 바라이호수 관광

실크팜 관광

석식(삼겹살) 후 호텔 투숙 및 휴식

 

간만에 해외여행을 하니 설레기도 했지만 새삼 모르는 것이 많아 허둥댔다.  우리나라와 다른 기후를 감안하여 나름 꼼꼼이 가방을 챙겨 wife를 기분좋게 해주려고 애를 썼지만 시작부터 엉망이 됐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서 내리는데 대부분 짐을 넣어둔 내 가방이 없어진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내 것과 비슷한 가방이 하나 덩그레 놓여있을 뿐이였다.  앞에서 내린 사람이 잘못 가져간 것이 아닐까 해서 뒤쫒아가 찾았지만 여행객으로 붐비는 공합대합실에서 난감할 뿐이였다.  안내 데스크로 가서 방송을 해봤지만 허사.  할 수 없이 남겨진 가방을 택배로 집에 보내고 wife 가방만 가지고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탈 수 밖에 없었다.  까짓 그것으로 여행을 취소하거나 망칠 수는 없었다.

 

SkyWing 항공.  항상 국적기만 이용하다 처음 타보는 저가 항공사 비행기.  생각보다는 시간엄수와 기내 서비스가 좋았다.  무엇보다 새벽부터 쫄쫄 굶고 간 탓에 도시락같은 기내식을 주니 반가왔다.

 

캄보디아 씨엠립공항에 내려 휴대폰을 켜자 내 가방을 가져간 사람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가 여러 개 있었다.  그 사람은 지금 제주도에 있단다.  그러고 보니 공항버스가 김포공항에 들렀다 인천공항으로 가는데 거기서 내가방을 자신의 가방으로 오인하여 가져갔단다.  좀 빨리 발견했으면 시간상 교환도 가능했을 건데 제주도에 도착해서야 알았단다.  "이런 한심한...."  욕이 튀었지만 그나마 찾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딘가?

 

▽ 씨엠립공항은 국제공항이라 하지만 작은 시골공항 같은...  거기엔 한국에서 온 대한항공, 아시아나

그리고 우리 비행기만 나란히 있었다.

 

5시간 반 정도의 비행으로 우리 부부는 캄보디아 제3의 도시, 씨엠립에 내렸다.  후끈한 열대기후가 피부에 와닿았다.  거기서 간단한 입국 수속을 하고 나가니 현지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3박5일의 여정을 같이 할 열두명의 일행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현지와 한국식이 혼재된 퓨전 샤부샤부인 샤부수끼.  무엇보다 싱싱한 야채가 좋았다.  씨엠립의 주요 호텔이나 식당들은 모두 공항에서 시작되는 6번 국도변에 있는 듯 했다.

 

            ▽ 앙코르와트 서쪽편의 인공호수 바레이(Barai)

           

           ▽ 바레이호수 방수문 위에서 씨엠립들판을 배경으로 선 wife.  각자 카메라를 가져가 서로를 찍어주었다.  

           

           ▽ 뒤로 보이는 곳이 씨엠립의 대평원이다.  아주 비옥한...  하여 물산이 무지 풍부하다.  저기 땅 사서 농사지었으면...

 

점심을 먹고 바로 호텔로 가지 않고 앙코르와트의 서쪽에 위치한 바레이호수로 갔다.  한때 인근 4개국(라오스, 버마, 태국, 베트남)을 지배했던 크메르 제국의 수도였던 앙코르톰(왕궁)에 물을 공급하고 인근 농업용수를 공급했던 대규모 인공호수였다.  호수 주변 주차장에 내리니 어린이들이 온갖 잡화를 들고 모여들었다.  어차피 바뀐 가방으로 인해 여행중 사용할 물품이 필요하니 앙코르유적이 새겨진 반팔 T-Shirts 여러 장과 시원한 카우보이 모자 하나를 샀다.  애들은 왠 횡재인가 해서 뛸듯 좋아했다.  호수의 방수문이 있는 둑 위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가는 길에 실크팜에 들러 누애 기르는 것과 실크천 짜기 그리고 전통옷 만드는 것을 보고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하였다. 

 

            ▽ 호텔테라스에서 바라 본 씨엠립 시가.  유적지라 고층빌딩이 없다.  누가 여길 개인소득 $800불의 최빈국이라 하겠는지. 

           

           ▽ 결혼기념일.  근데 얼굴 살이 빠진 wife나 비쩍 마른 나나 웬지 동남마풍이...  우린 다문화가정이라고 일행이 웃었다.  

 

 

            ▽ 나이트마켓에 나온 wife

 

 

6번 국도변 숙소인 골디아나호텔은 생각보다 기대 이상이였다.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샤워를 하고 잠시 한잠을 자고 나와 인근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후 자유시간.  일행중 눈빛이 마주친 두 커플이 있었다.  교재중인 30대 초반의 한쌍과 40대 초반 부부 한쌍이 눈짓을 했고 우리는 그들을 따라 야시장(Night Market)으로 그곳의 대중교통수단인 '툭툭'을 타고 갔다.  사전에 조사를 많이 했던지 야시장과 Pub Street가 있는 곳의 유명 Pub(Red Piano)과 선물가게로 우리를 안내했다.  우선 각자 흩어져 쇼핑을 하고 다시 만나 먼저 내가 Red Piano에서 한잔을 사고 이후 장소를 옮겨가며 맥주를 마셨다.  관광지 치곤 술값은 비교적 싼 편으로 생맥주 500cc 한잔에 $0.5에서 $1.5 정도.  젊은이들과 매일밤 야시장을 쏘다니며 같이 맥주를 마시며 그 싱싱한 젊음을 나누었던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던지.  밤 11시경 호텔로 돌아와서도 아쉬워 가진 술을 모두 가져나와 불도 꺼진 수영장으로 가서 여섯 명이 나머지 시간을 보냈다. 어두 컴컴한 수영장 한쪽에서 혹시 악어가 나타나 넙적다리를 물어 뜯지 않을까 불안하면서도 별이 총총한 하늘을 쳐다보며 웃고 떠들 수 있었다.  지난 2001년 여름 영암 월출산 등산을 하고 도갑사로 하산하는 어두운 밤 계곡에서 기수형과 상원이와 함께 목욕하며 쳐다본 은하수를 떠올리며...

 

 

2

 

4월 14일.  이날은 우리 결혼 21주년 되는 날이였다.

 

▽ 둘째날 일정

호텔 조식 후 룰루오스 유적지 관광

룰레이 사원, 쁘레아코 사원, 바콩사원 관광

앙코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여인의 사원 “반데스레이 사원” 관광

중식(만두전골) 후 현지인들의 실생활을 엿볼수 있는 재래시장 방문

석식(그린망고 스테이크) 후 호텔 투숙 및 휴식

 

이 날은 9세기 크메르 초기 왕조시대의 유적인 앙코르와트 동쪽 편에 있는 룰루오스 유적지를 관광했다.  룰레이, 프레야코, 바콩 모두 힌두교 사원이였다.  벽에 새겨진 부조나 조형물 모두 힌두 신화속의 여러 신들이였다.  판석에 새겨진 글들도 모두 산스크리트어였다.  초기 유적들은 내구성을 요하는 부분에는 사암으로 그외 부분은 그곳의 황토를 벽돌로 구운 홍토석을 사용하여 지었다.

 

       ▽ 룰루오스 사원.  주로 홍토석이 사용되었다.  많이 허물어져 무상해졌다.  옛 유적지의 참맛이다.

 

▽ 너무도 선명한 기록.  산스크리트어로 된.  인도 문명권이 지배적인... 

              

              ▽ 룰루오스사원 입구엔 새로운 현대식 사원이 지어졌고 승려들이 대중을 상대로 설법을 하고 있었다. 

         

         ▽ 프레아코 사원.  

         

          ▽ 볼륨감 넘치는 여신부조.  현대 건축물들도 여기서 많은 영감을 받았을 듯.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 김중업씨도 그렇지 않을지.

        

         ▽ 신전을 둘러싼 사면 어귀에는 우리 해태상같은 사자상이 있었다.  크메르 왕조 초기(9세기) 사자 엉덩이가 쳐져 있지만 후기

             전성기(12세기) 신전의 사자상은 한껏 올라가 앙증맞은 섹시한 엉덩이를 보였다. 

        

         ▽ 천백년의 세월을 지나 정글 속에서 이런 모습이나마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고 신비스럽기만...

        

          ▽ 바콩사원 입구에서

         

          ▽ 사원위에서 아래 입구를 찍은

 

▽ 과장이 심한건지 이 정도 나무는 한참 어린 나무란다.  일명 기름나무.  상처를 내면 바이오석유가 흘러내린다. 

 

▽ 반테스라이사원 석주들...  마치 그리스 신전폐허에 와 있는 듯한...

 

▽ 홍토석에 새겨진 섬세한 문양.

 

▽ 정교한 기하학 문양은 아랍의 모스코와도 닮은 듯...  그래 문명은 돌고 도는 것이다.  좋은 걸 따라 하겠다는데 뭐라 하겠나?!

 

▽ 사진찍을 시간 준다해놓고 유적지 보느라 찍을 시간이 적었다.  게다가 땡볕에서 폼잡기도 지쳐...

 

           ▽ 여긴 사자상 대신 원숭이상이 사면을 지키고 있다.

 

 

 

 

그곳엔 부처는 없고 인도의 오랜 사상인 깨달음과 윤회 그리고 그곳 지배자의 위엄과 혹독한 군림이 부조되어 있었다.   가이드는 캄보디아를 비롯한 남방불교가 이미 들어와 있던 힌두교를 바탕으로 부처의 불교를 결합한 형태로 소승불교라 하고 그런 힌두교 바탕이 없이 부처의 불교를 받아 들인 북방의 불교를 대승불교라고 구분 짓는다 했다.  그럴 듯한 해석이였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소승불교는 스스로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고, 대승불교는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대중구제를 하는 사회참여형이라 했는데...

 

가이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한다던 반데스레이사원으로 이동했다.  붉은 홍토석과 사암으로 빚어진 듯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반데스레이는 무려 천백년의 열대기후를 견디며 관광객을 맞았다.  사원 사면과 내부에는 힌두신화에 나오는 온갖 신들이 너무도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부조와 석상으로 새겨져 있었다.  비수뉴, 브라크만, 시바....  가이드는 그리스와 아랍 그리고 중국과 대부분 동양의 신화들이 인도신화에 뿌리를 두고 모두 자기식으로 조금씩 변형된 것이라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원숭이장군 하누만은 손오공으로 알려진 중국의 서유기를 탄생시켰다 한다.  그리고 힌두신화에 등장하는 가루다는 한번 날개를 펼치면 3천 킬로를 난다고 하는데 이것이 서양의 Pheonix(불사조)가 되었고 불교사원의 금시조(金翅鳥)이면서 중국을 비롯한 인근 국가에서는 용(龍)이 되었단다.

 

암만 대단한 사원들이지만 더운 날씨에 넓은 유적지를 걸어서 돌아다니기에는 힘이 들었다.   특히, 노인이나 여자들에게는.  가이드는 재치있게 오전 중 제국 초기의 유적지 관광을 모두 끝내고 오후엔 호텔에서 쉬며 좀 쉬원해지는 저녁에 야시장에서 쇼핑과 마사지나 술 한잔을 권했다.  해서 점심먹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는 세 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그리고는 다시 모여 저녁을 먹고 어제 그 두 커플과 야시장으로 나갔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선물가게 이곳 저곳을 기웃대다 Pub에 모여 맥주를 마셨다.  돌아오는 길에 호텔에서 쉬면서 맥주를 마실까 생각하여 앙코르비어 몇 병과 망고 1kg을 샀다.  잘 익은 먹음직스런 망고 15개 정도가 단돈 $1(1,150원).  아마도 한국에선 3만원이 넘을 분량.  정말 그곳 서민물가는 싼 편이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수영장에 모여 남은 맥주와 과일을 마시며 밤 늦도록 놀았다.

 

To be Continued ---

 

'여행기(돌아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앙코르 후기  (0) 2012.05.01
앙코르왓_2  (0) 2012.04.22
산너머 남에는  (0) 2012.03.13
아.... 내성천  (0) 2011.11.21
휴가_3 (천성산 내원사, 홍룡사)  (0) 2011.08.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