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와 밀양
2012.5.19
상원이가 백수가 된 나를 챙겨주기 위해 부르니 갑자기 비행기를 잡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상원이는 사무실을 일찌감치 나와 나를 공항에서 픽업하여 비즈니스를 위한 저녁식사를 하러 하단으로 갔다. 이런 저런 먹고 사는 얘기들...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끝나고 기수형을 불렀다.
에덴공원 아래 마지막 막걸리집에 들러 한잔하고는 인근의 맥주집에 가서 2차를 했다. 상원이를 보내고 기수형과 나는 김해 집으로 가서 잤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김해시청 앞에서 미국인 젊은이(Loghery)를 태우고 다시 녹산공단의 상원이 회사로 가서 상원이를 태우고 거제도로 갔다. 거가대교가 놓여진 이후로 거제도는 부산근교가 되었다. 채 한시간도 안걸려 학동 몽돌해변을 지나 다포리로 갔다. 다포천을 따라 올라가니 식생이 풍부한 가라산(580m) 아래 계곡이 펼쳐졌다.
우리는 중간쯤 가다 농장 한쪽으로 차를 세우고 계곡 아래로 내려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조인 삼광조와 팔색조를 찾아 나섰다. 계곡 근처에서 떼까치와 칡떼까치는 보였지만 삼광조와 팔색조는 안보였다. 짝짓기를 위해 새소리를 녹음하여 틀어도 주었지만 간혹 멀리서 짖는 소리만 들리는듯 했지만 날아오지 않았다. 대신 계곡아래에서 변종춘란인 노란 '서'를 발견하여 채집했다.
▽초입에서 우리를 계속 지켜보던 장끼. 정말 색채가 풍부한 토속 종이다.
▽전기줄에 앉은 저 놈이 '칡떼까치' 부화한지 얼마안된 새끼같았다.
▽칡떼까치를 좀 더 가까이 찍을려고 숲을 헤치고 들어가는 찍사(기수형)
▽계곡물에 떨어져 흘러가는 층층나무 꽃
▽거제도 천남성 (꽃대에서 나온 수술대인가??)
▽계곡 위로는 저수지가 있었다.
▽새를 기다리는 탐조객
▽아래로 다포항이다.
새 찾기를 포기하고 계곡 위로 올라가 해송 숲이 짙은 계곡을 따라 올라 갔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속에서 여러 무더기의 새우란을 발견하고 몇 포기를 채집했다. 새로 생긴 저수지 근처를 맴돌다 아쉬워 숲을 헤매다 드디어 삼광조 여러 마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그 소리를 따라가니 암수 몇 마리가 우리를 경계하느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 근처에 둥지를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검은 색의 작은 몸체에 파란색 야광 눈테두리와 삼십센티 정도의 긴 꼬리. 흥분된 우리는 그렇게 호사롭게도 삼십여분 동안을 이리 저리 우리 주변을 맴도는 삼광조의 날개짓을 볼 수 있었다. 왠 횡재...
미국인 한 친구(Matt)가 다포항으로 와 만나 모두 다섯 명이 선창가에서 회덮밥을 먹었다. 미국인 중에도 그렇게 착하고 건전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중 Loghery는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이참에 아예 조류학자의 길을 걷겠다는 계획을 얘기했다. 기특한 녀석...
점심을 먹고 다시 학동 주변의 계곡으로 가서 팔색조를 찾았다. 다시 허탕을 치고 절 계곡으로 올라가 팔색조를 찾았다. 다시 허탕. Matt도 거기서 여러 마리를 보았다던 팔색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걸로 시마이였다.
미국인 두 친구와 거기서 헤어져 우리는 녹산공단 옆의 용원항으로 가서 자연산 회를 먹고 2차 하기가 어정쩡한데 상원이가 인근의 카페, 'Jazz Me'로 우리를 안내했다. 예사롭지 않은 외관과 실내장식. 홀 안으로 무대가 있고 전설의 명스피커 Altec이 커다랗게 양쪽으로 놓여있고 가운데엔 진공관 앰프 여러개 그리고 CD 플레이어... 오디오 장비로만 아마도 수억원 정도의 투자를 한 것 같았다. 거기다 홀 가득 메운 그림들과 사진... 지독한 오디오 마니아에다 예술품 수집가일 것같았다. 상원이가 그곳 주인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곧 친해져 버렸다. 그 사람은 세계3대 커피중 하나인 '하와이언 코나'의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여 갈고 내려 우리에게 여러 잔을 내놓았다. 이미 계산이 끝났는데도 병당 만오천이라는 최고급 독일맥주와 안주를 계속 내놓았다. 사정이 생겨 상원이는 먼저 가고 우리는 새벽 두시까지 그곳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음악과 사진 그리고 그 집을 짓게된 얘기를 들었다. 나중엔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던 이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그 집을 지었고 작품들을 수집했는지도 알려주었다. 살다 보면 이런 횡재수도 있는거다. 정말 유홍준이 말했다시피 "세상도처 유상수"인 것이다.
대리기사를 불러 타고 김해 집으로 가서 피로가 풀리도록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충분한 잠을 잤다. 그렇게 아점을 먹고 밀양의 무릉계곡으로 갔다. 거기도 김해 한림을 지나 새로 난 자동차 전용도로로 가니 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역시 밀양이 천 미터급 산으로 둘러쌓여 있는지라 계곡이 깊고 물이 좋았다. 차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가서야 차를 돌려 나왔다. 나오다가 우리는 파랑새 몇 마리를 보고는 차를 세웠다. 파랑새가 전봇대 구멍에 둥지를 틀었는지 구멍을 드나들며 육추를 하는 모양이었다. 우리를 경계하는 그놈들을 한동안 관찰하며 기수형은 사진을 몇장 건졌다.
▽원동에서 밀양으로 가는 언덕길 아래에 펼쳐진 밀양강
▽ 드넓은 밀양강과 배후습지
무릉리를 나와 밀양댐을 지나고 배내골 아래 에덴밸리를 지나 양산으로 내려와 복어국으로 저녁을 하고 김해공항으로 갔다. 출발 사십분전. 이박삼일의 일정을 아주 알차고 다양하게 채운 멋진 여행이였다. 그렇게 봄날은 가고...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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