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여행
2012.10.28
내가 쉬는 모습이 안타까와 보였는지 기수형이 해외여행을 하잔다.
인도나 네팔을 얘기하다 그렇다면 향후 먹고 살 일도 알아볼 겸 후배가 있는 인도네시아로 가자고 했다.
아직도 얼마 간 남아있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긁어 모아 인도네시아 왕복 티켓에 올인 하기로 했다.
일정은 10.13(토)~23(화)로 꼬박 10박 11일
24일에는 한국어교원자격고시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 그래서 하루 일찍 오기로 했다.
여정은 모두 기수형이 짜고 나는 그냥 부담없이 딸려 가는 그런 여행.
기수형이 수고를 한 덕분에 인터넷으로 여정과 숙소를 정하고...
한국 -> 발리 -> 족자 -> 자카르타 -> 한국
인니의 최고봉이자 활화산인 부르모화산을 보고도 싶었지만 빡빡한 여정에 생략했다.
1. 발리 여정 (10.13~17)
도착하니 벌써 하루가 가고 14일 새벽 한 시.
입국시 비자발급으로 긴 줄을 서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ㅉㅉㅉ. 아직도 멀었다.)
마중나온 호텔기사를 따라 체크인을 하니 세 시가 넘었다.
자고 나니 후덥지근한 적도 부근 열대지방의 날씨를 실감했다.
다음 날 아침 다행히 새벽에 비가 왔는지 무덥지는 않았다.
우리가 묵는 호텔은 해변에 인접한 쿠타(Kuta)였다.
부페식으로 아침을 먹고 Kuta 해변으로 걸어 나갔다.
여느 해변 관광지와 비슷하게 붐비고 시끌벅쩍... 해수욕장 모래사장은 끝이 없고...
입구 쪽에는 아마도 네덜란드가 식민통치 시절 자기네 휴양지로 건설한 서구식 호텔과 리조트 단지가
나오고 좀 더 걸어가니 번쩍거리는 유흥가, 음식점, 마사지...
중심가로 들어서니 무엇보다 정체로 서있는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이 문제였다.
Kuta 해변에서 오전을 보내고 캐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택시를 대절하여 발리섬의 남쪽 끝에 위치한 Uluwatu 사원으로 갔다. Uluwatu는 영화 빠삐용을 찍은 절벽이 아름다운 곳이라 했다.
과연 사원(힌두)은 깍아 지른 아찔한 절벽 위에 있었고 우리를 데려다 준 기사는 석양이 환상적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절벽 둘레 길을 한 바퀴 돌고 강렬한 햇볕과 더위에 지쳐... 그 땡볕에 해가 지도록 기다리는 것은 무리였다.
다시 Kuta로 돌아와 제일 유명하다는 해산물 식당으로 가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저녁을 먹었다.
음식도 별로 였지만 엄청난 바가지였다. (우리 둘 식사에 110만 루피를 지불했다.)
식사와 맥주 한 잔을 하고 나서는데 서양인으로 보이는 손님은 비싼 가격에 비해 음식이 부실하다고 계산대에서 따지고 있었다. 나도 기꺼이 동조를 해주었다.
벌써 그곳 발리도 돈으로 타락하고 있었다.
다시 Kuta 시내로 들어가 마사지가 싸고 좋은 곳을 찾아 헤맸다.
대체로 90분에 12만 Rp(만오천원 정도).
찾고 찾다 결국 우리 숙소 근처의 자그만 곳을 택해 마사지를 받았다. (대체로 밤 10시 정도 까지 하는데 그곳은 밤 늦도록 영업을 했다.)
다음 날은 아예 35만 Rp(4만원 정도)에 택시를 대절하여 서쪽 해변에 있는 힌두교 사원, Tanah Lot로 갔다. 화산암 해변에 섬처럼 떠 있는 사원... 그곳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사진만 찍었다. 파도가 제법 크게 일고 시원한 바람이 좋았다. 사원이 공원화 되어 걷기에는 좋았다. 덥지만 않다면...
마땅한 점심장소가 없어 1시간 반 정도 시골 길을 달려 결국 Ubud 까지 갔다.
Ubud는 색다른... 이국적인 마을이었다. 유럽식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고 발리 전통공예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이어져 있고... 이제 뭔가 발리다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숙소는 의외로 좋았다. 도로 입구에서 평범한 게스트 하우스 같아 보였지만 내부로 들어가니 꾀 큰 규모에 수영장도 있고 바로 아래에 협곡이 흐르고 있었다. 빙고!!!
싹싹하고 친절한 직원은 우리를 꼭대기층 스위트룸으로 안내했다.
휘장이 드리워진 널직한 침대에는 큰 도시의 5성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사장의 환영인사편지와 과일 바구니 그리고 쳄파 꽃으로 하트를 수놓고 있었다.
널찍한 별도 거실과 버블욕을 할 수 있는 널찍한 자꾸지 욕조와 고급 변기 그리고 야외 샤워실까지...
그리고 바깥에는 누워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길다란 암체어가 파라솔 아래에 놓여있고...
키 큰 야자수와 열대 꽃은 4층 꼭대기 보다 높게 자라 눈 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Hotel Komaneka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씻고 보니 어느듯 해가 뉘엇 뉘엇
지척의 Monkey Forest는 두고 택시를 타고 시골길을 따라 계단식 논이 있는 곳으로 갔다.
중국 남부 혹은 우리나라 남해나 산청의 다랭이 논처럼 현지인들의 농사짓는 모습이 관광지가 되었다.
논둑으로 내려서자 우리나라에선 이미 사라진 흰배뜸부기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렸다.
귀한 그놈을 찾아 사진에 담아 보려고 이 논 저 논을 오르내렸지만 보이지 않았다.
저녁은 호텔 근처 발리식 스테이크와 빈땅(Bintang) 맥주
그리고 발리식 마사지 한 시간 반
근처 카페에서 라이브 밴드 소리가 요란했다.
제법 실력있는 락밴드가 때론 흥겹고 강렬하게 때론 부루스로 끈적하게 쉬지 않고 연주와 노래를 했고 손님은 거의 대부분 유럽에서 온 것 같았다.
밤 11시가 넘어 호텔로 들어와 기수형과 둘이서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들어가 알탕을 즐겼다.
그것으로 그 좋은 Komaneka 호텔은 마지막 밤이 되고 아침 식사는 수영장 바로 위 야외 식당.
음식도 깔끔하고 풍경도 좋아 호강한다는 느낌이 팍 왔다.
기수형은 식사하다 말고 수영장 언저리에 앉은 그곳 새를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영장 아래 키 큰 야자수에서 뭔가가 날듯이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는 뭔가가 있었다.
망원렌즈로 당겨보니 우리나라 날다람쥐 같이 나무 사이를 날라 다니는 '날도마뱀'이었다.
새같이 뾰족한 부리에 몸은 도마뱀 혹은 카멜레온 같은...
기분 좋은 발견이었다.
소화도 시킬 겸 산책 삼아 바로 옆 호텔 정원구경을 했다.
잘 꾸민 공원 같기도 하고... 호젓한 방갈로가 뛰엄 뛰엄 있는 리조트호텔...
놀랍게도 거길 걷다가 어제 못 찾은 흰배뜸부기가 마당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아래 협곡에는 황로 같기도 한 백로도 있었다.
여장을 챙겨 협곡 래프팅을 하러 갔다.
예상 외로 협곡은 깊었고 깎아지른 듯한 직벽으로 여기 저기서 폭포수가 쏟아졌다.
그곳도 화산의 언저리 인지라 절벽은 모두 암벽이었다.
계곡은 물 깊이도 무릎 정도에 물살도 적당해서 크게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5~6km의 협곡을 따라 2시간 정도 래프팅... 더 긴 코스도 있었다.
옷이 흠뻑 젖어 계곡에서 위로 올라 오니 현지식 점심이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덴파사르공항으로 이동하는 길에 Taman Ayun 사원에 들렀다.
여태까지 본 힌두사원중 제일 깔끔하고 보존이 잘 되고 있는 편.
2. 족자 여정 (10.17~20)
발리에서 한 시간 정도 비행으로 자바섬의 중간지점인 족자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기사가 나와 우리를 데려갔다. 막상 도착하니 에게게....
이건 뭐 가정집 수준의 게스트하우스(민박)였다.
우리의 실망스런 표정을 읽었는지 주인은 제일 좋은 넓직한 방을 주었다.
그래도 비교적 깔끔하고 부족한 것은 없는 편... 그리고 네덜란드인 주인은 무척 친절했고 무제한의 편의를 제공했다. 식사와 간식 그리고 세탁...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 관광 가이드에다 24시간 기사 포함 이동서비스.... 족자 시내로 나와보니 변변한 호텔도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값싸고 서비스 좋은 그곳 게스트하우스는 최고의 선택이었던 셈.
저녁에는 값싸고 맛있는 식당에다 질펀한 마사지 하우스까지 소개해주고...
다음날 아침에 동네를 거닐면서 기수형은 여러 새들의 사진을 찍었다.
아침을 먹고 나와 우린 세계7대 불가사의중 하나라는 보드부드아르 사원으로 갔다.
사원 근처로 가니 지난 2006년과 2010년에 폭발한 화산에 의해 매몰된 마을과 들판이 펼쳐졌다.
파괴된 마을은 처참했고 또한 그것으로 관광객을 불렀다.
보드부드아르도 화산재에 얼마간 덮혔다가 UNESCO에서 재정지원을 해서 다시 정비를 하여 겨우 제모습을 찾았다 한다. 멀리 보이는 화산은 아직도 연기를 피우고 있었고 짐짓 평화로와 보였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장방형 돌 건축물은 우주인의 기괴함이 있었다.
몇 일이나 걸리겠거니 생각했는데 반나절로 족했다.
오후에는 시내에 있는 왕궁으로 갔다.
거기도 마찬가지... 도시는 대체로 지저분했고...
대단한 왕국의 어마어마한 궁전을 기대했지만 우리 덕수궁 보다 작은 규모.
왕궁 주위를 맴돌다 숙소로 돌아와 버렸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곳 새를 보려고 갔지만 새는 별로였다.
실망을 안고 궁여지책으로 숙소차량으로 화산 근처(클라마랑)로 가서 2년전 폭발로 매몰된 마을을 둘러 보았다. 파괴된 마을은 처참했고 새도 떠나고 없었다.
거길 나와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씻고는 부부처럼 보이는 네덜란드 여행객과 함께 프렘바낭사원으로 갔다. 그래도 프렘바낭은 볼만했다.
폐허처럼 보이는 스러진 사원... 이슬람이 지배적인 나라에서 불교사원은 그냥 방치된 유적일 뿐.
그나마 UNESCO에서 재정지원으로 유지.보수 되는 편.
사원 너머로 불타는 듯한 석양이 좋단다.
젠장... 노을이 물들지 않아 입맛만 쩝쩝...
족자에서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순 없지...
숙소 네덜란드 주인에게 물어 족자에서 가장 hot, spicy 마사지 하우스를 소개 받았다.
최근에 개장하여 본인도 가보지 않은 마사지 전용 빌딩.
그곳 물가에 비해 다른 마사지 업소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근데... 그 값을 했다.
2시간 15분간의 우리~~한 마사지를 받고 뜨거운 물에 몸도 씻고...
시동걸린 김에 '고'를 외치고 싶었으나 나이가 나이 인지라 거기까지.
후끈 단 몸으로 밖에 나가니 우리를 태우러 온 숙소 주인이 하품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 부끄...
다음날 정든 숙소를 떠나려니 아쉬워 현지인 젊은 직원 4명에게 골고루 적당한 팁을 쥐어 주자 자신들이 손수 만든 티셔츠와 슬리퍼 한 켤레씩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4일 내내 교통편과 여행 가이드, 깔끔하고 편한 잠자리와 정성스럽게 차린 맛나는 식사와 간식, 게다가 매일 아침 세탁과 우리 짐 정리까지... 살다 보면 이런 귀인도 만난다.
그렇게 족자를 뒤로 하고 수도 자카르타로 향했다.
3. 자카르타 여정 (10.20~23)
정오가 지나 자카르타에 내렸다.
20년 만에 다시 온 자카르타.
석창이가 보낸 기사가 내 이름을 쓴 카드를 들고 우리를 맞아 주었다.
우선 석창이 회사 사무실에 들러 회사 구경과 그간 살아 온 얘기를 대강하고 부산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하숙집에 여장을 풀었다. 마침 서종성선배님과 진수도 온다고 해서 같이 저녁겸 한 잔 하기로 헸다.
만리 이국땅에서 만난 4명의 PTCian.
석창이는 아주 고급스런 횟집에서 거나한 만찬을 베풀었다.
다음날 기수형은 자카르타 인근의 습지에 가서 탐조를 하고 나와 석창이는 석창이 가게(식당)와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상가들을 둘러 보았다.
고급 상가들은 우리나라 영등포 타임즈 스퀘어 같은 대규모 쇼핑몰... 그런 매장이 자카르타에만 10개가 넘는단다. 석창이는 인니가 농경사회에서 제조업이 자리 잡기도 전에 화교자본으로 유통업이 먼저 발달해 문제라고 지적을 했다. 그런 3차 산업의 비대는 젊은이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지적을 했다. (지당한 말씀!!!)
최근 인니는 한국과 많은 우호적 교류가 있었고 특히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었다.
한류 바람 또한 대단해서 여러 면에서 그곳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었다.
석창이는 그런 인니에 정착한지 이미 20년이 되어 현지 언어와 생활, 사업에서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부러웠다.
저녁에는 싹싹한 석창이 wife가 준비한 삼겹살을 집에서 먹고 마시고...
다음날 일요일 석창이 가족은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우리는 기수형이 어제 갔던 습지로 다시 갔다.
강으로 연결된 해안 습지였다. Muara Anke
습지 인근에는 매립하고 대규모 주택단지와 위락시설을 만들고 있었고... 습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습지는 갈대와 물풀, 맹그로브, 야자수, 바나나 등으로 우거져 있었다.
탐조를 위한 데크는 관리가 부실하여 삐거덕 거렸다.
그래도 새는 제법 있었다.
거기는 백로과의 해오라기나 가마우지 그리고 뜸북이의 놀이터.
보이는 것 모두 거의 한국에선 보기 힘든 종들.
기수형은 제법 많은 탐조 종 수를 늘릴 수 있었다.
다음날 우리는 석창이의 배려로 자카르타에서 한 시간 거리의 보고르(Bogor)에 가서 식물원 구경과 함께 탐조를 했다. 관리도 상태도 부실했다.
다리가 아프게 식물원을 걸어 돌아 다니다 공원내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피쉬스테이크를 먹었다.
오후에 하숙집으로 돌아가 몸을 씻고 여장을 꾸려 나왔다.
그곳도 세탁물을 정성스레 세탁해 주고... 그런 서비스를 많이 받아 보지 못해 새삼스러웠다.
마지막 저녁을 위해 복국집으로 갔다. 한국에서 보다 시원하고 맛있는...
그렇게 10박11일의 인니 여행은 끝이 났다.
나를 인니에 데려가고 매 일정 프로그래밍, 모든 먹고 마시고 자는 것까지 해결해준 기수형
자카르타에서 석창이는 4일간 온갖 편의제공에다 컨설팅... 돈도 많이 들었을 거다.
고맙다.
나는 복 받은 인간이다.
인천공항을 빠져 나오니 인니와는 완전 다르게 코끝이 찡한 싸늘한 바람.
이것이 내가 처한 현실이었다.
2012년 10월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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