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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지리산 (백무동코스)

by 홀쭉이 2012. 6. 17.

지리산 백무동 코스

 

2012.6.16(토)

 

1. 시작

 

간만에 빡센 산행.  그것도 지리산.

그나마 백무동 한신계곡을 택했기에 망정이지 종주(縱走)나 뱀사골 코스를 잡았더라면 사람 잡을 뻔 했다.

그래도 백무동에서 세석평전까지 7km, 장터목까지 3.6km, 천왕봉까지 1.7km, 정상에서 하산하여 법계사를 거쳐 중산리 까지 6.7km 정도.  도합 18.5km로 꼬박 12시간 산행. 

 

누가 돈을 주며 일삼아 하라면 못 할 거다.  인간이란 참...

그렇다.  내가 한 말이지만 참으로 적확한 표현이다.

 

'등산, 그것은 자학(自虐)과 극기(克己)의 스포츠'

 

지난 금요일 저녁 8시반에 교대역 근처에 모여 인원점검 겸 반주 한잔하고...

백무동 입구까지 가는 차 안에서 한숨 자라는 의미에서...  10시에 출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에서 전주로 거기서 새로 난 전주.여수간 고속도로로 남원을 빠져나와 성삼재를 넘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궁계곡을 따라 내려와 백무동 입구에 도착하니 새벽 3시 10분.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채비를 하고 출발하니 3시 반.

 

2. 등산

 

일차 기착지는 한신계곡을 따라 첫 능선인 세석평전(1600m)

비도 오락가락 해서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  랜턴을 비추지 않으면 위험한 미끄런 계곡 길.

그런 무섭고 위험한 길을 더러 혼자서 산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존경스런 클라이머...

모두 한동안 말없이 앞만 보고 걷는데 멀리서 올빼미 소리가 들렸다.

새벽이 다가오자 한신계곡엔 온통 새소리가 물소리와 함께 거대한 합창을 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한신계곡의 숲은 깊고 짙었고 원시의 그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7부 능선부터 새벽이 밝아왔고 짙은 숲사이로 산 아래의 운무도 볼 수 있었다.  

 

산 중턱까지 온갖 활엽수가 많았다면 거기서 부턴 주목과 구상나무가 주종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아래엔 온갖 야생화와 산나물이 지천이었다.

 

세석(細石)에 이르는 깔딱고개 700m는 숨이 턱턱 막힐 정도.

허리에 이르는 관목과 야생화 숲을 헤치고 올라오니 광명과 함께 나타난 탁 트인 새석평전...

등산의 맛은 바로 이런 것이다.

 

낙원이 거기에 있었다.

아침 8시 였지만 이미 해가 중천에 올라 운무 사이로 밝은 햇살은 쏟아지고

연초록의 평전에는 온갖 새소리가 재잘거리고...

저기 발 아래 멀리 운무가 뭉개 뭉개 산에 모자를 쒸우고...

어둡고 험한 길을 헤쳐온 수고가 한꺼번에 보상되었다. 

 

감상도 잠시 판용이는 산장으로 내려가 버너에 코펠 같은 취사 장비는 물론 차돌박이까지 가져와 아침 준비를 했다.  라면을 끓이고 밥을 넣고 쌈에다 반찬까지...  거기다 소주와 맥주 한 잔씩 돌리고.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것을 판용이는 몸으로 보여 주었다.  고마운 넘... 

 

부산의 박병선선배(78)와 천왕봉 도킹을 위하여 서둘러야 했다.

세석산장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능선사면은 온통 야생화와 야트막한 관목 그리고 듬성 듬성한 구상나무.

 

그렇게 두어 시간을 발 아래 절경과 고사목을 보며 사진을 찍어대며 이동.

고된 산행 보다는 천상 정원에서 펼쳐진 능선길 트래킹.

 

장터목이 가까와지자 산 너머부터 사람소리로 시끄러웠다.  과연 장터 답게...

붐비기도 했지만 시간을 맞추기 위해 우린 물 한모금을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거길 지나야 했다.

고사목의 장관은 거기서 부터 천왕봉(1915m)에 이르기 까지가 최고였다.

일행은 앞 서 가고 나는 이런 저런 모드로 같은 풍경을 여러번 찍었다.  혹시나 모를 낭패를 막기 위해...

그 능선길 고사목 위에 앉아 재잘거리던 노랑턱멧새(?)도 한껏 볼 수 있었다.

 

앞 서 가는 일행과는 쳐저 주중 동안 격무와 워크샵으로 지친 영식이와 보조를 맞추니 사진 찍을 시간이 적당했다.

그렇게 놀멍 쉬멍...  그리고 마지막 피치를 올려 오른 천왕봉.

남한 제일봉.  모두 거기에 오르면 그런 이름과 표현이 과하지 않은 듯...

근데 사람도 많고...    웬 놈의 곤충 떼가 달려 들었다. (곤충들의 짝짓기로 고공비행을 하다 그런다나...  "아.  이런 일등주의...   the winner takes it all.")

 

 3. 하산

 

하여 우리 대원들 정상기념사진 한 장 박고 천왕샘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박병선선배와 도킹.

부산을 떠나 객지에 사는 우릴 위해 가져온 금정산성 막걸리 두 통을 금새 비우며 사는 얘기, 텃밭 가꾸는 얘기와 노는 얘기...  병선형은 모험을 즐기는지라 권장코스가 아닌 험로를 개척해가는데 오늘도 암릉에서 굴러 상처를 입었고 배낭과 옷도 다 졌었단다.

 

4시 반까지는 하산완료를 해야 하는지라 서둘러 내려갔다.

법계사와 로타리 산장을 지나고 순두류학습관 방향으로 내려갔다.

판용이가 아쉬웠을 거다.  그런 밋밋한 코스 보다는 칼바위 능선길로 내려가길 원했는데 영식이를 비롯한 다른 대원들이 기진맥진해 있는 지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순두류학습관에서 중산리 주차장 까지는 법계사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

글고 거기서 서울행 버스가 기다리는 대형 주차장까지는 마을 택시로 이동.

버스에 도착하니 4시.

인근의 식당에 들어가 저녁 겸 늦은 점심과 반주 한 잔.

그렇게 산행이 마무리 되고 서울로 돌아와 남한 제일봉을 섭렵한 2차 뒷풀이.

지리산행을 제안한 영식이가 한 턱 쏘고 광어.우럭에 문어 한 사라까지.

일하다 손을 베인 종얄성은 덧날까봐 술도 못 마시고 회나 축내고...  하여 바텐드로 우리들 술시중을 들고...

 

그렇게 평소같지 않은 빡센 원정 산행

그리고 울나라에서 드문 대자연의 숲과 계곡 그리고 암릉을 만끽한 무박 2일 산행이였다.

 

일욜은 사진감상과 욱신 욱신 아프고 땡기는 근육...  

그리고 나른함 속에서 즐거웠던 산행을 되새김질하며...

 

kw

 

여기서 부턴 사진만...  (글 읽는 부담없이 그냥 그림만 좍---)

 

 

 

 

 

 

 

 

 

 

 

 

 

 

 

 

 

 

 

 

 

 

 

 

 

 

 

 

 

 

 

 

 

 

 

 

 

 

 

 

 

 

 

 

 

 

 

 

 

 

 

 

여기까지 1부 끝.

사진이 많아 다음에서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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