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변화
(자연의 시대가 온다.)
2012.6.23(토)
영식이는 오늘 아침에도 집 근처 일자산에 다녀왔단다.
도심의 자그만 동산에서도 자연과 원시가 있고 영식이는 새삼 그런 발견이 기분 좋은 모양이다.
오늘은 '자귀나무'를 휴대폰으로 찍어 보냈다.
사진 속에서는 진한 핑크빛 꽃이 화사하게 피어 초록의 잎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지난 주 지리산 등산을 할 때도 영식이는 그 곳의 풀.나무에 많은 호기심을 보이며 얘기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몇 주 전에는 느닷없이 동해안을 따라 유명한 소나무 구경을 가자고 해서 얼떨결에 따라나서 속초에서 삼척과 강릉을 지나 울진까지 내려가 영동지역 일대의 유명 소나무를 구경했고 다음 날엔 불영계곡을 따라 봉화로 넘어가 조선시대부터 관리해온 금강송 군락지를 구경했다.
▽ 영식이는 대오에서 쳐지면서도 등산로 주변의 풀.나무를 유심히 관찰했다.
▽ 설악산 공원입구의 금강송
▽ 동해안 추암 부근에는 토종 향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다.
▽ 삼척 봉정사 배롱나무와 소나무의 합체 (뿌리 쪽은 배롱나무, 위로는 소나무)
▽ 봉화 춘양면의 금강송 군락지 (억지 춘양이 여기서 나왔단다.)
영식이의 그런 여유로운 변화가 흥미롭고 기분 좋다.
요즘 주변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해 나의 친자연적인 성향에 동조하는 사람이 늘어 흐뭇하다.
예전에 환경보호 관련한 얘기를 할라치면 별난 놈 취급을 하다 이제는 굳이 내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들어준다. 더러는 고개를 끄덕여도 주고 최근 4대강사업 관련해서는 나처럼 흥분하는 기특한(?) 친구도 있다. 적어도 우리집 식구들은 거의 내 수준으로 자연환경 보전 의식화가 되어 있는 편이다.
이런 변화의 근저에는 사람들의 가치관의 변화가 깔려있다.
우리 동네 가로수로 심어 놓은 감나무에서 가을에 누런 감이 주렁 주렁 열린 것을 보고 잠시나마 고향생각에 젖는다. 아파트 정원의 모과도 석류도 그렇다. 인제는 그것을 따 먹고 일시적인 만족을 채우는 것 보다 여러 사람들이 보며 즐기는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안양천과 전국의 지천에서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는 것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가치관의 변화는 이렇도록 놀랍게 진화했다.
이런 사정에 자연을 파괴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은 장기간 정말 신중하고도 철저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최근 여수엑스포에서 또 하나의 쾌거를 발견하고 슬며시 웃었다.
엑스포라면 분명 엄청난 규모의 화려한 물.불.레이져 쑈와 각종 진기한 과학문명이 전시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적은 방문객으로 울상인 거기서 가장 붐비는 곳이 '아쿠아리움(수족관)'이란다. 수족관이라면 전세계 웬만한 대도시면 모두 한 두개 정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그런데 엄청난 예산과 대규모 사업으로 건설한 엑스포에서 수족관에 사람들이 바글 거린다니... ㅎㅎㅎ 정말 우습고 통쾌하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가치관이 바뀐거다.
이젠 화려한 쑈나 신기한 과학의 발명품이나 전자제품이 다소 신물이 난다는 거다.
그런 것들은 도시에서나 TV에서도 그리고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예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시회가 요즘 모두 망해 가고 있다. (라스베가스 컴덱스, CE 쑈, 독일 하노버 메세, 대만 컴퓨텍스 등.)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요즘 컴퓨터 관련 코엑스 전시회를 가보면 삼성과 LG만 화려하고 널직한 부스를 차지하고 그 곁으로 몇 개의 중소기업 그리고 나머지 전시관의 1/3 정도는 비어 썰렁하다.
근데 왜 수족관일까?
그래도 그것은 다소간 인위적이라 하지만 생물이 그리고 자연이 살아 숨쉬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63빌딩과 코엑스몰에 가는 이유는 그곳의 수족관을 보기 위해서다.
그나마 복잡한 도심에서 살아있는 자연의 신비가 그곳에 있어서이다.
사람들아. 억지 부리지 마소.
이런 우리의 심성이나 가치관의 변화를 왜곡하지 마소.
당신들은 이미 시대착오적인 사람들...
국민들의 돈을 쏟아 붓고 국제행사를 국내행사로 전락시키고 방문객 억지 동원...
십시일반? 우리 인정으로? ㅎㅎㅎ...
외면하지 마소.
자연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를.
그냥 자연이 하는 일을 받아 들이고 그냥 좀 놔 주소.
자연은 당신이 신경을 쓰던지 말던지 제 스스로 의연하다오.
미.일간의 태평양전쟁 중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은 불과 몇 척의 항공모함으로 숫적으로 압도적인 일본 전함의 공세를 물리쳤다. 다큐멘터리 장편을 보면 화염에 휩싸여 침몰하는 일본 전함의 갑판에서 함장은 배와 함께 수장을 맞이하며 씁쓸하게 이렇게 말한다. "전함의 시대는 가고 항모의 시대가 온다."
그런 패러다임 체인지.
우리에게도 그런 변화가 보인다. "자연의 시대가 온다."
KW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