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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신변잡기)

9월이 오는 소리

by 홀쭉이 2012. 8. 30.

 

9월이 오는 소리

 

2012.8.30(수)

 

 

 태풍 볼라벤에 이어 덴빈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볼라벤으로 대지는 흠뻑 젖었고 공기는 서늘해졌다.

이어서 덴빈도 많은 비와 바람으로 올 여름의 더위를 저만치 밀어 내버릴 것이다.

 

장열했던 2012년의 여름도 그렇게 기세가 꺾여 고개를 숙일 것이다. 

 

그리고 9월이 온다.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6iqM&articleno=15972545&admin=#ajax_history_home)  ---  패티킴의 '9월이 오는 소리'

 

매미소리가 잦아들고 가을꽃들이 매무새를 가다듬고 이슬 머금은 선명한 잎과 함께 줄기를 곶추 세우고 꽃봉오리를 내밀 것이다.

 

그속에 상사화(꽃무릇)는 하루가 다르게 연초록의 꽃대를 성큼성큼  뽑아 올리고

방사형 자세를 취하고 일제히 새빨간 꽃사격을 터트릴 것이다.

 

이미 그들은 지난 6월 이후 심심산골에 잠입하여 한 여름동안 완벽한 은신으로 잠복을 했고 봉기의 그날만을 기다렸다.  

 

이번 주에는 불갑사(영광)에서 몇 일 뒤에는 산 너머 용천사(영광)에서 그리고 그 기세를 모으고 전열을 가다듬어 선운사(고창)에서 그 절정의 거사를 치를 것이다.

 

아...  그 한 맺힌 분노와 살 떨림, 뜨거운 함성...

혁명이다.  혁명.

 

 

  

 

 

불갑산 동백골을 가득 메운 붉은 함성은 함평과 영광의 들판을 뒤덮고 무서운 기세로 고창 벌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고창에서 백제의 옛터를 수복하고 성을 쌓아 수도 진격을 위한 재정비를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무참한 계절은 그 기개와 한 맺힌 절규를 더 이상 들어주지 않았고 찬 이슬로 대열을 흐트려 버렸다.

대규모 진격이 어려워진 그들은 소규모 부대로 나누어 북쪽의 산사(山寺)와 한적한 고택을 중심으로 잠입했다.

 

이미 본영(本囹)이 토벌대에 풍지박산이 난 마당에 그들은 산속에서 은신하며 인근마을을 산발적으로 습격하는 게릴라에 지나지 않았다.

 

 

 

 

실패한 혁명의 뒤안 길...

그들의 주검으로 황량하고 섬뜩한 저자거리

9월의 스산한 바람에 흩날리는 산발의 머리통에서

아직도 눈빛이 번득이고 있었다.

분노와 한으로...

그들의 나지막한 목쉰 소리가 들렸다. 

아직 죽지 않았다고 다시 일어날 거라고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에도

그것이 정녕 못 이룰 꿈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그들은 스러진 주검의 자리에서 짙은 초록의 잎을 내밀었다.

 

아...   상사화(相思花)

 

 

 

 

kw

 

 

PS : 이번 주말에는 북한산 길상사에 들러 그들의 잔당을 잠시나마 만날까?   그들의 뜨거움, 억울함을 들어주고 달래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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