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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전략적'과 '정치적'

by 홀쭉이 2015. 10. 29.

'전략적'과 '정치적

2015.10.29

 1. 전략적(戰略的)

20여년 전 일본 수출담당으로 일본 출장을 자주 다닌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우리는 내부 보고서나 일본 거래선 발표자료에도 곧장 '전략적'이라는

용어를 종종 사용한다.

제딴에는 아주 좋은 용어를 택했고 상대방도 좋게 받아 들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일본지사 한국직원이 술자리에서 슬며시 내게 던져준 팁에 부끄럽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사람들은 '전략적'이라는 용어를 들을 때

한국사람들이 분명한 태도나 확고한 결심이 없이 제스쳐 정도로 내던지는 말 정도라 생각한단다.

애매하고 불분명한...

겉으로 좋은 것 같은데 속으로는 무슨 계략이 숨어 있는 듯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 임진왜란 무렵 전후 100여년간의 일본의 춘추전국시대

당시에는 일본열도 제패와 가문을 지키기 위한 피바람이 3~4대에 걸쳐 불었던 때

성과 성, 가문과 가문, 주군과 신하 사이에 서로 맹세와 의리 그리고 계략과 복수와 배신이 빈번하던 때였다.

당시 그런 관계에서 가장 흔히 사용된 단어가 '전략적' 이었단다.

하여 상대가 '전략적'이라는 말로 접근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버릇이 생겼단다.

혹시, 겉으로 웃는 체하며 뒤로 비수를 숨기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이후 정치에서나 기업에서도 일체 '전략적'이라는 용어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생겼단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일본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용어란다.

 

 2. 정치적(政治的)

척 봐도 이미 이 말은 한국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용어다.

누군가가 열심히 설명하거나 주장을 하는데 '정치적이다'라고 말한다면

벌써 엉큼하거나 계략적인... 비호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누군가 일을 꾸미거나 모의를 할라치면 "지금 무슨 정치하냐?!"라는 핀잔을 준다.

이건 뭐 말할 필요도 없이 현재의 우리 정치현실과 정치인에 대한 불만과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작금의 작태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친구와 동료, 가족 간에도 상대방에게 그런 용어를 사용한다면 한바탕 언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하여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용어 중 하나일 것이다.

 

이렇게 당초 뜻과 다르게 사회적 현상에 의해 확장되어 지배개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전략적'과 한국에서는 '정치적'이라는 용어가 젊잖은 관계에서는 매우 꺼리는

금기어가 되어 버렸다.

 

뜻을 좀 더 이해 할수록 조심스러워지는 말이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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