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2016.4.29(금)
"사월은 잔인한 달"
그것이 궁금했다.
알 것같기도 모를 것같기도
일종의 화두같은
굳이 누군가 설명을 듣고 싶지 않은
그런 신비나 물음을 하나쯤 가지고 산다는 것도 괜찮다는 여유 정도로
요즘 울나라의 봄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놈이 생겼다.
인간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놈은 아예 오랜 기다림을 좌절시킨다.
봄은 파릇파릇한 새순이고 진노랑이고 연분홍이자 순백인 꽃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놈은 이 모든 봄다움을 퇴색시킨다.
바로 '황사먼지'다.
매년 점점 심해지고 불쾌감도 커진다.
가뜩이나 골곡진 인간사로 황폐해진 우리네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우찌도 이래 잔인한지...
짜증과 분노를 넘어 서글프다.
그런 와중에 간간이 뿌려주는 봄비는 구세주다.
적시며 닦아주고 씻어주는
봄을 더욱 깔끔하고 영롱하게 한다.
겨우내 메말랐던 갈증을 해갈시켜준다.
게다가 가장 잔인한 산불을 막아주니 일석이조다.
인간사에서도 그간 잊고 있었던 것이 있다.
지난 해 지독히도 가물어 저수지란 저수지는 모두 바닥을 드러내고
돌아오는 봄에는 사용할 물이 부족해 제한급수를 한다는 법썩을 피운 적이 엊그제였다.
요즘 들어 매주 촉촉히 적시는 비는 무척이나 고마운 단비다.
하지만 무심한 인간은 제 살기 바쁘고 제 욕심 챙기기에 급급해 그런 고마음을 잊고 산다.
마뜩찮은 듯 짜증을 부리고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봄이 변덕이 심하듯
봄비도 그럴 수 있다.
조심 조심
불평도 기쁨도 조심 조심
KW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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