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제와 식민생활
2019.3.21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우리의 봉건적 사고방식』"이니 『식민잔재』니 하는 말이 있다.
우선 조선까지 왕조시절을 대놓고 '봉건주의'로 부르는 것에 도옥 김용옥 교수는 일갈했다. 우리 역사에선 줄곧 중앙집권제로 지방 영주가 봉토를 가지고 통치를 했던 시절은 없었고 따라서 왕조시절을 봉건주의로 불러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 그리고 유럽은 오랜 기간 봉건제가 역사의 대부분을 지배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현대의 지방자치제는 자연스런 것이라고...
글고 우리는 일제 36년을 '식민기간'이라 하고 당시의 생활 습관에 젖어 오늘날에도 나타나면 식민잔재를 답습한다는 표현들을 쓴다. 근데 1910년 대한제국 시절 내각총리 이완용과 내무대신 박제순 포함 8명이 찬성하고 서명한 한일합병조약으로 일본과 한 나라가 된 한반도를 식민기간이라 불러도 되는지 의문이다. 물론 그 조약이 당시 고종황제가 직접 서명하지 않고 추인하지 않아 불법적이라 하더라도 실제 행정수반이고 대신들 다수의 지지를 받아 내각을 대표하는 총리가 서명을 했으니 그냥 나라를 넘겨준 셈이다.
근데 그걸 식민기간이라 할 수 있을까. 역사에서 대부분의 식민지는 구왕조가 일종의 괴뢰정부로 존속하여 자치권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침략 제국은 식민지에서 대체로 외교와 군사권만 유지하고 나머지 행정은 식민국 스스로 통치하도록 했다. 근데 우리는 아예 병합을 당하여 적어도 향식적으론 일본의 일부가 되고 일본 중앙정부에서 파견한 총독이 전권을 가지고 외교와 군사 뿐만 아니라 입법.사법.행정 모두를 장악했다.
그래선지 강제합병한 한반도와 대만에만 그들의 총독부가 있었고 말과 생활풍습까지도 일본식으로 개조하고 인프라를 일본식으로 건설하여 일본의 한 지방이 되도록 했다. 대체로 병합이 되지 않은 식민국들은 그냥 수탈목적으로 마구잡이로 개발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나중에 일본이 패전하고 물러날 때도 우린 일본으로부터 항복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냥 뺏은 나라 돌려준 거다. 그것이 우리에겐 해방이고 독립이고 말하자면 신생국이다. 물론 그 기간동안 중국의 임시정부에 이어 본토를 수복하여 재수립한 신정부로 간주하지만.
한많은 굴곡의 역사에서 우리의 자긍심을 채우려 쓰는 용어들이 우리를 나태하게 하여 그냥 그런 시절의 트랜드겠거니 치부하여 우리가 사실을 직시하고 절치부심하여 제대로 실력을 배양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KW
PS. 아래 병탄조약의 전문을 읽고 한반도의 백성의 예우, 안위와 재산을 다루는 항목은 단 한 줄도 없다. 단지 지도부의 변경만 언급한다. 하여 당시 대한제국을 대표한 대신들에겐 백성은 그저 그들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제국보다 더 악랄하고 개념이 없는 인간들이었다. 일제의 만행에 치를 떨기 이전에 우린 그들의 소행에 더 큰 분노와 응징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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