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홍글씨> 다시 보기
2019.6.9
우연히 TV 채널을 넘기다 다시 본 영화 <주홍글씨> 2004년 개봉작, 변혁 감독
섬뜩한 재발견으로 새삼 흥분하여 정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 남우주인공 한석규가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503호> 아파트를 보고서...
말로 풀어 쓰면 어수선 복잡하여 정리도 잘 안될 것같아서 작품 전후 배경을 간단히 항목 별로 요약한다.
-
미국의 1850년 '나타니엘 호돈'의 원작 <주홍글씨 - The Scarlet Letter >라는 고전급 소설을 패러디한 영화. 미국에선 그 원작을 여러 차례 영화화했고 한국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다. 내용은 청교도적, 성서적, 도덕적, 인간적이며 양심적인...
- 변혁 감독의 한국판 <주홍글씨>는 요즘 잘나가는 소설가 '김영하(JTBC 알쓸신잡 출연)'의 원작 <사진관 살인사건>을 각색하고 제목을 바꿔 2004년에 영화화한 것. 사실 1999년에 그 원작을 KBS2 TV의 '일요베스트'에서 먼저 영화화했고 나름 호평을 받았다. 김영하의 첫 등단작품인 <사진관 살인사건>은 고향 부산에서 누군가의 모티브를 제공받고 하루 밤사이 그 소설을 다 써버렸단다.
- 프랑스에서 12년간 영화공부를 하고 귀국한 변혁 감독이 처음으로 만든 작품. 본인이 직접 원작을 보고 각본을 쓰고 감독 글고 영화에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직접 출연하기도. (안경끼고 머리긴 남자 지휘자가 변혁이다.) 남우 주연 한석규, 여우 주연 이은주와 만만찮은 섹씨스타 성현아, 엄지원 트리오. 당시 최고의 호화 캐스팅.
- 2004년 10월 개봉. 당시 관객 143만 동원. 흥행은 겨우 손익분기점 수준. 영화평론가에겐 수준 높은 예술성으로 호평. (적어도 내겐 한국영화 중 아주 뛰어난 명화 반열)
- 너무 강열한 정사장면으로 한석규나 이은주 등 참여 배우와 스텝들이 촬영 중 곤혹을 치렀고 사후 트라우마를 겪음. 배테랑 한석규도 이은주와 베드씬을 찍다가 기절을 할 정도였고 둘이 트렁크에 갖히는 장면에서 이은주는 구토를 하기도. 모든 베드씬에선 배우들은 가리는 것없이 맨몸으로 연기를 강행했다고.
- 영화 개봉 후 대단한 파문을 불러 일으키며 이은주는 <팜므파탈>의 대명사가 되었고 악플과 트라우마에 시달림. 개봉 4개월 후 숱한 소문과 대중의 악플로 이은주는 자택에서 목을 메고 자살함. (2005년 2월)
- 이은주의 갑작스런 자살 충격으로 변혁 감독은 이후 영화제작을 단념하고 교수의 길을 걷게 됨. (성균관 대학교 예술학부)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작품활동 재개.
- 2005년에 뜬금없이 가수 '전인권'이 본인과 이은주의 관계를 영화 <레옹>에서 레옹과 마틸다로 비유하여 연인사이였음을 인터뷰함. 이후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난으로 전인권은 모든 방송에서 하차함. 전인권은 마약투약 혐의로 2006년 구속되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그 때 최근 발표한 곡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제목의 수필집 출간을 앞두고 있었다. 이후 영화 <주홍글씨>는 영화계에서 일종의 금기어가 되어 관계자 모두 노코멘트로 일관하여 신비에 쌓임.
- 영화 속에서 이은주는 째즈밴드의 가수로서 대역없이 직접 노래하고 피아노를 연주한다. (실제 피아노 연주자이기도) 이은주와 예술대학 대학동창인 엄지원은 첼리스트로 대역없이 첼로를 직접 연주한다. 변혁 감독은 엄지원의 첼로와 함께 협연하는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한다. (그 섬세함과 대담한 설정에 학을 뗀다.)
- 한석규와 이은주가 불륜행각을 벌이는 아파트는 503호로 박근혜의 감방번호와 우연히 일치한다. 사족으로 2006년 개봉작 조폭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남우주연 조인성이 찾아가서 빚독촉을 하며 괴롭히는 사장의 아파트도 503호다. (이 섬찟한 우연으로 소름이 돋았다.)
- 변혁 감독의 지나친 욕심으로 영화 제작과정에서 古 이은주에게 필요 이상의 선정적인 장면을 강요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2018년 8월 청와대 국민청원 청구함. (세상에 이런 나라는 한국뿐일 것임 - 유첨 사진 참고) 변혁 감독은 이은주 자살 이후 자신에게 쏟아지는 악플과 험담하는 사람들을 고소함.
-
-
실제 영화 모든 씬과 대사마다 상징적인 은유를 내포하고 장치를 심어 놓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이상으로 디테일과 완성도가 높은 보기 드문 명작이다.
- 섹씨 디바 세 여인(이은주, 성현아, 엄지원)이 뿜어내는 살인적인 색끼는 덤이고 내 생각엔 그 중 성현아는 한국 최고의 백치미를 자랑한다. 사실 성현아는 저평가된 배우다. 2005년 작 홍상수 감독의 난해한 부조리극 (Absurdity)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던 여배우다.
이 영화를 건성으로 본 것까지 치면 4~5번은 본 것같다. 오늘 다시 본 영화에서 다시금 소름이 돋았다. 인제 이렇게까지 정리를 했으니 다시 볼 일이 없겠지. 속절없이 일요일이 가버리는구만. KW
영화 <주홍글씨> 가두홍보 사진
변혁 감독의 인터뷰(좌), 변혁 감독의 해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우)
2004년 영화 <주홍글씨>에서 이은주의 아파트(503호) 문을 두드리는 한석규(좌)
2006년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조폭으로 채무자 아파트(503호)에서 소리치는 조인성(우)
전인권과 이은주
KW
'문화.예술(영화·문학·음악·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르웨이의 숲 (0) | 2019.10.25 |
---|---|
영화 T-34 (0) | 2019.06.28 |
자신의 노래 (0) | 2019.01.28 |
콜미 바이 유어 네임 (0) | 2018.12.24 |
추사 김정희_3 (추사 유감) (0) | 2018.1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