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2010. 6. 14
지난주 금요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세계는 월드컵 축구열기에 휩싸였다. 바로 다음날 토요일 저녁 한국과 그리스의 일전에서 통쾌하게 2-0 으로 서전을 장식하고 16강 진출의 꿈에 부풀어 있다.
남아공화국 월드컵도 이전의 다른 월드컵 못지않게 광적인 축구팬들의 난동이 이슈가 되고 있다. 사실 하도 그런 축구난동이 세계도처에서 흔하게 벌어지니 축구는 좀 그래도 되는 스포츠 쯤으로 치부되는 것같다.
그렇다. 축구발달사를 보면 다소간 그런 열광과 소란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다.
근대 축구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 17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신흥계급인 산업자본가, 부르조아가 자리잡고 예전 농노를 대신한 공장노동자인 프롤레타리아가 대립하여 노동조합을 만들던 시절이였다. 공장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파업과 태업으로 부르조아를 위협하자 산업혁명의 진원지인 리버풀, 맨체스트, 첼시 등의 공업지역 사주들은 노조와 타협을 위하여 노조 소속의 축구팀을 만들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공장노동자들은 도시에서 적응이나 여가선용이 적당치 않아 근로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었던 것이였다.
그들은 열광했다. 처음에는 같은 공장내에서 편을 나누어 시합을 하다 나중에는 다른 회사의 노조팀끼리 시합을 하게 되었고 사주입장에서는 노조활동 억제를 통한 생산성향상과 회사홍보효과를 동시에 누리게 되었다. 하여 아직도 영국 프리미어리그에는 그 전통을 이어받은 맨체스트, 리버풀, 첼시, 리즈 등을 연고로 하는 팀들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영국을 비롯한 오늘날 프로축구의 주인은 바로 불루칼라인 노동자계층이다. 그들의 방식이 좀 소란스럽고 광적이라 하더라도 다소간 이해하고 그냥 슬며시 웃어주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축구를 즐기는 나도 우리도 모두 주인이지만 그들은 발상부터 더 확실한 주인행세를 하기 때문이다.
'선술집'의 유래는 상민이나 장꾼들이 그냥 서서 간단하게 한잔 마시는 곳이라해서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 젊잖빼는 양반이나 귀티를 내려는 안주인이 들러는 곳이 아니였다. 그곳에 대단한 행색을 한 선비나 아씨마님이 앉았다면 정말 술맛 떨어지고 재수없는 술자리다. "에이 퇘퇘..."
예전 영국이나 다른 유럽에서는 축구경기를 펍(선술집)에서 맥주 한잔기울이며 고래고래 소리질러가며 잔도 깨부시고 때론 패싸움도 해가며 보는 것이 제일 재미있는 풍경이였다. 그것이 축구문화고 본질일 수 있슴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조차 축구의 일부이고 즐겨야할 보너스인 셈이다.
다른 스포츠는 경기에서 절대 열세거나 한번 지면 국민이 잊어버리거나 포기해버릴 수도 있지만 축구는 그럴 수 없다. 왜냐면 그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까이꺼... 훌리건... 놔주라 그래.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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