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든다는 것
2010.9.15(수)
음력의 24節期가 조상들의 생활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농경사회라 해서 경작과 수확뿐만 아니라 어업과 수렵 등 자연과 호흡하는 모든 생활사에서 나타났다.
세시풍속과 생활패턴 아니 그것을 넘어 우리의 정체성을 이룬 근간이 되어왔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계절이 뚜렷한 육지에서 농작물을 놔주고도 바다를 근간으로하는 수산업에서도 그렇다.
요즘은 田魚철이라 해서 口味를 당기게 한다.
집나간 며느리가 전어굽는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는 과장스런 말이 있을 정도다.
소위 '봄멸치' 혹은 '봄도다리', '가을전어'라 한다.
전어 세꼬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예전에는 푸대접 받던 고기였는데...
경기민요 '군밤타령' 3절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연평바다에 어허 얼싸 돈바람 부누나.>
조선말에 지은 민요가사인데 당시도 4월에 조기잡이로 연평도에는 돈바람이 불었던 모양이다.
여름이 다가오면 서해안에서는 긴장감이 감돈다.
6월부터 시작되는 '꽃게철'이면 남.북한과 중국어선까지 합세해 한바탕 전쟁을 벌인다.
실제 월드컵이 벌어지고 있었던 2002년 6월에 꽃게를 서로 많이 잡으려 하다 '서해교전'으로까지 비화되어
남북한 상호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와 전면전으로 확대될까 쫄아든 긴장국면이 맞이하기도 했다.
"근데 우리조상들은 그런 것들을 우찌 알았을까잉?" 정말 궁금해진다.
왜 그때가 제철이라서 맛있고 많이 잡히고 하는지를 말이다.
근데 그것에 대한 답도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같다.
마치 인생의 연륜처럼.
안소니 퀸과 어린이(차알리)가 부른 팝송의 제목과 가사처럼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 이다.
바다에 살거나 자주 가는 사람들은 저절로 그것을 보고 듣고 느낀단다.
이른 봄 남해안에 멸치철이 다가오면 멸치들이 자기들을 잡아잡수라고 연안으로 몰려들어 시위를 할 정도란다.
실제 가보니 멸치떼가 연안으로 몰려들어 바다를 시커멓게 덮어버린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때쯤 도다리도 낚시를 던지면 곧 잘 물어준단다.
꽃게도 깊은 바다밑에서 활동하다 산란철이 다가오면 바다위로 빠른 속도로 헤엄을 쳐 떠오른단다.
여름이 제철인 민어도 바다속에서 "꾸르럭" 하는 소리를 내며 잡아 잡수란다.
실제 어부는 긴 파이프 같은 걸 바다에 담구어 그소릴 듣고 그물을 내린단다.
전어는 더 가관이다.
9월이 되면 떼로 연안으로 몰려와 점프를 하며 지가 왔다고 알린단다.
맛이 들었다고 제철이라고 집나간 며느리 돌아오라고 말이다.
전어를 잡기 싫어도 바다는 온통 전어판으로 전어를 잡아 먹어줘야 한다.
억지스런 연출같은 느낌도 들지만 참 희안하게도 그런 철이 아닐 때 고놈들 맛은 정말 형편없다.
풋내나고 비리고 아무 맛도 없이 밍밍하기만 하고... 에이 퉤퉤...
그래서 그런지 우리말에도 '철이 들었다.'란 것이 있다.
대체 그기 무신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린지?
쇠가 들었다구? 그래서 묵직하다고?
뜻만으로 보면 그것도 한편으론 일리가 있는 해석같은데...
국어 사전적인 해석은 이렇단다.
<사리와 때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이 생김>
즉, 철이 되어 성숙해졌다는 의미란다. (네이버의 답변)
그렇담 '철이 든다'의 어원은 결국 우리의 절기를 근간으로 그때 그때 마다의 적절한 처세와 행동거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조상들이 자연과 함께하며 자연에서 베어나 만들어진 자연스런 말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문명이 우릴 지배하고 끌고가는 것같은데 사실은 자연은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하게 우리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단지 우리가 오만해져서 무시하거나 無知에 안주하여 잘 안보일 따름이다.
나는 하루중에도 조금 안먹으면 배가 고프고, 하루라도 잠을 못자면 졸리고,
오랫동안 스트레스 받고긴장하니 오줌빨이 형편없고(전립선이란다),
나이들어 기력이 없거나 늙어 쪼그라지고 죽을 것이 두렵다.
이것들은 엄연한 '자연의 법칙'이고 우리는 그것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대체 니들 와 까부는데?"
"이것들이 아직도 철이 덜 들었나???"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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