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 단풍들겄네!
2010.11.13(토)
갑자기 닥쳐온 때이른 한파때문에 익어가는 가을이 실종되었다.
한국사람들에게 가을은 얼마나 소중한 계절인지...
그러나 좀 춥더라도 그렇게 지나갈 가을도 아니고 그리 보낼 나도 아니다.
구석에서 서러운 눈물을 실컷 흘리더라도 앓을 만큼 앓아야 하고
성취와 풍요라면 그 만끽의 희열을 타오르는 단풍과 함께 떠벌여야 한다.
집안 대청소와 함께 화분정리후 물주기 그리고 커피 한잔
주말의 노곤함 그리고 안도와 포근함이 다시 나른하게 하는데
아파트 아래로 절정기를 지난 단풍이 낙엽으로 쌓이고
몇 안남은 잎으로 가지를 겨우 가리는데 이거라도 봐주지 않으면
겨울 내내 봐야 하는 그 앙상함이 내맘을 황량하게 할건데 싶어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지난주만 해도 아파트 아래로 풍요로웠다. (지난주는 안개가 심했다.)
마당가운데 잎은 다떨어지고 감은 나날이 홍시가 되어가는데 (이번주)
육질이 탱글탱글할 것같은 야무진
까치가 환영받는 때도 있었는데 요샌 유해조수란다. 체면구긴 한국의 국조다.
쥐긴다. 역광으로...
한나무에서 위론 붉고 아랜 노랗다.
어찌 이리도 샛노랄 수 있는지...
한참 타들어가는중.. 어매 어매
오매 단풍들었네.
벌써 따땃하게 입고서 버텨 보잔다.
계남공원 입구의 억새
공원 초입 오늘의 산책길
지난 여름 태풍 곤파수가 개활지의 키큰 나무는 모조리 쓰러뜨렸다. 그래도 기분나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자연이기 때문이였다.
겨울초. 야무진 몸매 단단한 육질... 씹으면 쓰면서 고소한 물이 나올 것같다.
아주까리도 익어간다. 동백기름 사이소~ 하는 방물장수 소리가 들리는 듯...
숲속의 벤치
호젓이 걷는 사람이 더러 있다. (하이델베르그에 있는 철학자의 산책길 못지않다.)
강아지풀
올해도 풍성한 개사과. 겨우내내 새들의 먹이가 될...
우리동 앞에도 이미 절정을 지났다.
또 이렇게 한나절을 가을과 함께 했다.
멀리 떠나고 싶은 그리움을 삭이며...
또 그렇게 이계절도 지나갈 것이고 새 계절도 올 것이다.
언젠가 좋아하는 글귀가 생겼다.
그말을 되내면 모든 것이 덧없어지고 편안해진다.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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