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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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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신변잡기)

원시본능 (아침산책)

by 홀쭉이 2010. 8. 14.

                                                                                                                                                      2010.8.14(토)

아침 동네산책.

서울같은 아파트촌에선 아파트 중심축을 따라 연결된 인근 조그만 동산이다.

그 동산입구에 소체육공원과 숲길이 있다.

왕복 삼사십분이면 족한 산책으로 하루가 즐거워질 수 있다.

 

약수터에는 사시사철 음용가능한 물도 좋아 물을 길어가는 사람도 많다.

그 아래로 비록 인위적이지만 물을 좀 흘리고 꽃창포와 부들을 심고 물이 고이는 자그만 연못에는 개련도 심었다.

 

그곳 새들에게는 물을 마시고 깃털을 단장하는 훌륭한 쉼터가 되었다.

새들이 몰려오는 초저녁 무렵에 그 물가 한모퉁이에 살짝 앉아 쳐다 보고있으면 한동안 

재미거리가 된다. 

 

먼저 덩치가 제일 크고 시끄러운 까치가 거칠 것 없이 물을 마시고

몸을 씻고 단장을 하고 간다.  그러면 직박구리가 그 옆 숲속에서 분란스럽게 왔다갔다 하며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그리고 조금 더 떨어진 나뭇가지에는 그 보다 작은 딱새가 서성대며 다음 차례를

기다린다.  여러 종의 새가 목욕을 다 마치면 제일 작은 오목눈이(뱁새)가 씻고 간다.

 

(모두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부들과 개련이 있는 연못

 

 

부들잎에는 그곳 나방이 알을 슬었다.

 

물이 말라가니 논고동이 진흙속을 파고든다. 

  

 내가 좋아하는 야생방식의 정원 

  

 비비추(옥잠)는 건강하기만 하면 저리도 순백의 화려한 꽃을 피운다.

 

 

대체로 먼저 목욕을 한 새들은 물가로 들어갔던 반대방향의 나뭇가지에 앉아

한동안 몸부림을 치며 깃털을 말리곤 멀리 날아가 잠을 자러 가는 모양이다.

그들은 언제나 그런식으로 저들의 질서를 지켜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근데 오늘 아침산책에서는 재미있는 발견을 했다.

그 조금 흘려놓은 물아래에 놀랍게도 논고동(우렁쉥이)이 있었다.

픽하고 웃음이 터졌다.

 

 

 벌개미취도 화려하다.

 비에 살짝 젖은 산책길

나는 더러 맨발로 걷는다.

 

아마도 양천구 담당공무원이나 동네사람들이 슬쩍 풀어놓았을 것이다.

얼마나 원시가 그리웠으면.....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

 

이런 사람들이 있고 우리네 심성이 이럴지언데 대체 4대강에 댐을 만들고

흐르는 물을 막겠다니....   얼마나 꽉 막혔는지...  정말 소통의 문제다. 

 

장마가 지나고 태풍(테이)가 지나며 뿌린 장대비를 맞아 더욱 짙푸런 숲길을 따라

기분 좋은 아침산책이였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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