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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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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고안될 전설

전설_6 (큰 형2)

by 홀쭉이 2011. 1. 21.

 

에피소드-6 (큰 형)

 

2011. 1. 19(수)

 

큰 형이 고2때였다.  작은 형이 중3, 내가 중1 그리고 동생이 초등학교 4학년때였다.  사형제 모두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고 졸업을 하여 동생들에게 형의 존재는 항상 후광으로 작용했다. 

 

큰 형과 작은 형은 당시 지역의 명문이였던 진주고로 진학하여 우등생 집안으로 치부되긴 했지만 큰 형은 적성과 다른 인문계 고교를 다니며 대학입시에 매진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하여 공부에 열성적이지 않아 기타를 배우는 등 잡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더러 친구들과 담배도 피우고 술도 한잔씩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또래의 다른 친구들이 대학입시에 매달려 책과 씨름하는 것과는 달리 여유가 있어 보였다.

 

큰형이 고2때 어느 가을날 산을 쏘다니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집으로 내려왔는데 바깥에서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바깥에 나가보니 동네 고아원의 덩치 큰 한 녀석이 형에게 소리치며 싸움을 걸었다.  싸움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가운데 고아원에서 떼거리로 몰려나와 큰 형을 거의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우리 형제도 나가 수십명과 영문도 모른체 서로 치고 박는 육박전을 벌였다.  나중에 동네 어른들이 나서 말려도 도무지 진정이 안되는 가운데 같은 고아원 출신의 작은 형 친구인 재익형이 나서 겨우 양측을 떼어 놓았다.  재익형은 고아원 출신이였지만 착실했고 더러 우리집에 와서 우리와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겨우 싸움이 끝났지만 큰 형은 온 몸이 부어오를 정도로 많이 맞은 상태였다. 

 

나중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고2인 형이 산에 갔다가 고3인 선배를 만나 인사도 하지 않고 말을 높이지도 않았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호젓한 산에서 키 작은 고3선배가 덩치가 있는 고2 후배인 큰 형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고 산에서 내려와 동네 고아원에 있는 자기 친구를 불러내 형에게 복수를 하려했던 것이였다.   하여튼 다음날에도 큰 형은 학교에서 고3 선배들에게 불려가 흠씬 두들겨 맞고 왔다.   

 

지나고 보니 부모없이 막가파로 자란 고아원생 수십명을 상대로 큰 형과 우리형제는 한판 싸움을 한 것이였다.  일방적으로 맞기는 했지만...  형제는 용감했다.  인제 모두 50줄에 앉은 우리 사형제에게 다시 그럴 때가 다시 있을까?  빙긋 웃음만 나올 뿐이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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