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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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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고안될 전설

전설_4 (작은 형)

by 홀쭉이 2011. 1. 21.

에피소드_4(작은 형_2)

2011.1.15

 

아들만 넷인 우리 형제는 나이 차이가 두 세살 차이로 쪼르르 붙어 있었다.  그중 중간인 내가 중1, 작은 형이 중3 때였다.  그때가 아마도 박정희 군사정권시절(75) 가을쯤이였던 것같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중학교로 진학하여 자전거로 통학을 하고 있었다.

 

동네에서 걸어 다녔던 초등학교와는 달리 멀리 떨어진 중학교로 진학하니 많은 것이 달랐다.  그중 중학교에서는 군사훈련 성격의 학생간부 이름이 붙었다.  지금의 전교회장은 대대장이란 이름이 붙었고 연병장으로 불린 운동장에서 전교조회를 할 때에는 학생들을 군대식으로 열을 지어놓고 학생회장인 대대장이 가짜 칼을 차고 교장선생님께 보고와 인사를 했던 적이 있었다.  현기증이 심했던 일부 학생들은 전교조회에서 쓰러지기도 했다.

 

초등교부터 활달하고 키가 컸던 작은 형은 줄곧 학급반장과 전교임원을 도맡아 했었다.  당시 진주에서는 가장 큰 중학교였던 진주중학교로 진학했던 형은 그곳에서도 줄곧 학급반장을 하다 중3때는 전교회장격인 대대장을 맡기도 했다.  같은 반에서 동명이인이였던 형의 친구와 가마못에서 멱을 감다 형의 친구가 심장마비로 죽는 바람에 그 책임으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아무튼 형이 중3시절 진주의 모든 중학생이 모인 공설운동장에서 당시 펜텀전투기를 사기 위해 모은 국방성금을 지금의 박근혜대표에게 전달하는 식에서 전체를 지휘할 때 그 자부심은 대단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동네에서는 TV도 없고 책도 귀한 때라 애들이 집에서 놀 꺼리가 변변찮던 때였다.  하여 동네로 나와 바깥에서 또래 친구들과 놀았는데 그중 작은 형과 나이가 같은 대엽이 형이 있었다.  그 형도 덩치가 제법 커서 진주남중에서 선도부장을 맡고 있었고 진주에서는 제법 주먹꽤나 쓴다고 알려졌었다.  작은 형과 친구이기도 한데 형은 우리들 노는 곳에 잘 끼이는 편이 아니였다.  근데 대엽이 형은 짓궂은 데가 있어서 자신보다 어리거나 키 작은 애들 무리에 다가가 노는 것을 방해를 하거나 물건을 뺏어가는 버릇이 있었다.  그때도 그랬다.  같이 딱지놀이를 하다 잃다 보니 골이 났는지 억지를 부리다 딱지를 뺏어 가버렸다.  내가 쫒아가 따지자 그형은 나를 때렸다.  근데 마침 집에서 잠시 나온 작은형이 그걸 보고 달려와 대엽형과 시비가 붙었다.  그러다 둘이 잠시 투닥거리다 불리해진 대엽형이 도망을 쳤다.  형이 잡으러 따라 가는데 달아나던 대엽형이 돌을 주워 형을 향해 던졌다.  형은 사타구니에 돌을 맞아 움찔했으나 피를 흘리면서도 쫒아가 대엽형을 붙잡아 일방적으로 패주었다.  그것은 좁은 진주에는 큰 사건이였다.  진주중의 대대장이 진주남중의 선도부장을 꺾고 팼다는 사실이 무슨 사건이나 되는 것처럼 한동안 떠돌았다.

 

근데 그 푸닥거리가 끝나고 저녁무렵 장사나간 엄마가 돌아와 모처럼 저녁을 지어 자식들에게 먹일 즈음이였다.  대엽이 형의 어머니가 대엽형을 데리고 갑자기 나타나 부어터진 대엽형의 얼굴을 드리대며 엄마에게 따졌다.  영문을 모른 엄마가 어리둥절하며 어림짐작으로 사태파악을 하여 사과를 하려하자 형은 방에서 엉금엉금 나왔다.  악에 받힌 대엽형의 어머니는 차라리 애를 죽이라고 소리를 치며 대엽형을 작은 형 앞으로 떠밀었다.  분위기가 일방적인 가운데 조용히 있던 형이 갑자기 마루에서 휙 몸을 날려 대엽형을 향에 발차기를 하고 넘어진 대엽형을 마구 때렸다.  모인 동네사람들이 겨우 뜯어 말렸지만 형은 분이 안풀린 듯 죽여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이윽고 참다 못한 엄마가 형의 뺨을 때리며 꾸짖자 형은 씩씩대며 불평을 했다.  대엽형 어머니가 맞은 대엽형을 죽여달라고 했으니 그래 주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였다.  이에 대엽형 어머니는 형에게 질려서 그냥 대엽형을 데리고 황망히 나가 버렸다.  지나고 보니 참으로 황당하고 우스꽝스런 일이였다.  따지고 보면 대엽형네는 우리 외가쪽으로 먼 친척뻘이 되고 우리 부모님과는 서로 격식을 차릴 사정이였는데...  암튼 다음날 엄마는 뭘 들고 사과인사를 다녀온 기억이 아삼삼하다. 

 

그 이후 진주에서는 남자 중학생 또래 사이에서는 진주중과 진주남중의 두 걸물이 벌인 일방적인 싸움이 한동안 얘기꺼리였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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