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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태백산

by 홀쭉이 2011. 2. 6.

 

태백산

                                                                                                                      2011.1.30

주말 3주 연속으로 겨울산을 등반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두 주는 PTC OB와 함께 그리고 이번 주는 동네 배드민턴클럽 회원들과 함께

주로 남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 북쪽의 눈이 보고싶었던 모양이다.

글고 이번엔 wife도 꼬셔서 억지로 끌고 간다.

발에 동상이 심한데...  걱정된다.

 

태백산...  해발 1,567m,   남한에서 고산 서열 6위 란다.

정상에는 천제단이라 해서 한반도의 기를 받기 위해 제사도 지낸다 하는 영험있는 산이란다.

근데 국립공원도 아닌 도립공원이라니...

사실 인근의 소백산은 다녀왔어도 태백산은 처음이고 유명세를 별로 들어 본 적이 없다.

(올핸 눈꽃축제를 한다 했다가 구제역 광풍으로 중단됐다 한다.)

 

가보니 그런 의심이 풀렸다.

태백역에서 내리니 이미 해발 600m 정도...

거기서 여행사에서 대기시켜 놓은 버스를 타고 매표소 주차장에 내리니 이미 해발 860m 란다.

밤 11시5분 기차를 탔으니 태백역이 3시 정도 정상에서 일출을 보자면 5시반 정도에 출발하면 된단다.

그래서 버스에서 한시간 남짓 기다리다 좀이 쑤셔 그냥 4시가 조금 지나 출발했다.

아직도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랜턴을 비추고 올라야 했다.

영하 14.5도 만만찮은 추위 거기다 무시무시한 바람소리... 

아! 왜 사서 이고생을 하는지... 돈벌라고 이짓하라면 못하겠다고 나자빠질꺼다.

손은 시리지 발은 쭉쭉 미끄러지지...  중간쯤에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이젠을 착용했다.

wife 것을 먼저 매어주고 내것을 매는데 영하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는 손가락을 굳어버리게 했다.

대충 매고 다시 출발...  옷은 잔뜩 끼어입었지... 배낭은 무겁지...

입김이 나오자 마자 눈썹과 머리카락, 목도리에 걸려 얼어버렸다.

일행들 모두 얼굴 주변이 하얀 눈사람이 되었다.

 

근데 8부 능선근처에서 태백산의 보석, 주목군락이 나타났다.

지난주 덕유산보다 군락도 넓고 수령도 오래된 거목들이 많았다.

이윽고 정산인 천제단에 오르니 칼바람이 몸을 휘청이게 하고 매서운 추위가 살속을 파고 들었다.

아직도 캄캄한데...  천제단 속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등반객들이 오글오글 들어차 있었다.

왠만하면 일출을 볼까했다 5분을 못 견디고 하산을 결정했다.

정상주와 함께 기원도 못하고 "야호!" 소리도 못질러보고...

 

천제단에서 망경사코스로 내려가는 능선길 200m 정도...  죽음의 행진이였다.

기념사진이라도 하나 찍으려고 카메라를 켜니 바로 방전되어 버렸다.

영하 24도, 강풍으로 인한 체감온도 영하 35도

노출된 부분은 모두 마비되고 얼굴을 툭 치면 깨질 것같은...

 

 천제단 부근에선 강풍과 혹한 땜에 사진찍을 엄두를 못내고 망경사로 내려와 겨우 몇장을 찍었다.

다행이 보조카메라를 가져갔기에 망정이지 아님 하나도 못건질뻔 했다. 

 내려오는 길이 미끄러웠는데 바람이 덜 하니 그래도 살만했다.

 좀 살만해졌는지 카메라 앞에서 폼도 잡는다.

 wife는 표정이 달관한 듯한...  얼마나 추위에 떨었으면

입김을 내뿜으면 모두 머리와 눈썹에 걸려 눈꽃이 피었다.

 머리가 백발이 되었다.

 한강의 시작점이라는 검룡소 계곡이다.

 우리 배드민턴클럽 회장이다.

 

 

 망경사에서 아이폰으로 한컷.  (좀 흔들렸다)

 천제단에서 일출을 못보고 망경사에서 어슴프레 떠오르는 해를 쳐다보며...

 맨끝 건물이 해우소다.

화장실 앞에서

 

드디어 능선 사면으로 내려서자 바람은 비껴가 겨우 살만해졌다.

500m 정도를 미끄러져 내려가니 망경사가 나왔다.

등산객 대피소도 겸하고 있는지라 인젠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근데 왠걸 실내를 들어가려는데 먼저 온 등반객들이 꽉 차있어 다시 밀려 나왔다.

 

할 수 없이 일행과 함께 해우소로 들어갔다.

다행이 화장실 물이 얼지 않도록 전기열기구를 켜놓아 온기가 있었다.

일단 볼일을 보고 모두들 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정상에서 못한 정상주 건배를 거기서 하잔다.

남자 화장실에 여자들도 모두 들어와 먹을 것을 꺼내놓고 한잔씩을 돌렸다.

이따금 절에서 묵는 과객들이 들어와 옆에서 응가를 보았지만 우리 일행(8명)은 염체불구하고 왁짜지끌

잔을 돌리며 썰을 풀어댔다.

 

계곡을 내려오니 한강의 시발점이라는 검룡소가 보였다.

더 내려가 태백에는 낙동강의 시발점이라는 황지도 있단다.

계곡의 물은 꽁꽁 얼어붙어 청정계곡의 운치를 더했다.

거의 다 내려와 주차장 근처로 오니 눈꽃축제를 준비한 눈조각들이 휑뎅그레 서 있었다.

 

이글루(Igloo)같이 만들어 카페를 차려놓고 커피나 차를 마시는 곳이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입구를 어설피 막아놓았는데 너무 추워 일단 들어갔다.

눈과 얼음으로 만든 이글루 속은 제법 따뜻했고 뜨거운 물도 나와 가져간 컵라면을 끓여먹었다.

젓가락도 없어 나무가지를 꺽어 대충 먹는데 마침 주인이 나와 가게를 단장했다.

우린 어색한 웃슴으로 빠져나와 주차장 근처의 가게로 가서 다시 오뎅 국물로 2차를 했다.

 

 내려와 케논카메라도 작동을 시작했다.

 모두 살만해져 불가 주위에 둘러섰다

 이래 놓고 눈꽃축제를 한단다

태백시내를 나오니 기온은 제법 누그러졌고 산간도시의 면모가 보였다.

그곳 근처 태생이라는 미란씨 얘길 들으니 한때 탄광촌이였던 그곳은 시내를 한번

다녀오면 옷은 물론 코밑이 시커멓게 될 정도로 탄가루가 많았단다.

기차를 타고 나오는 태백산 자락은 구석구석에 탄광과 스키장, 고산목장 조성으로 산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았다.

불쌍한 산...   그래도 남한 고산서열 6위에 한반도의 한울님을 모시는 천제단이 있는 산인데... 

1500m 이상이나 되는 고산이면서 도립공원이라니... 

 

기차를 타고 오면서 계속 부어라 마셔라를 하다 보니 출발역인 청량리에 도착했다.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 전철을 타고 개봉역에 내려 근처의 돼지갈비집으로 가서 2차를 했다.

시작부터 계에 가입하라고 성화가 심하다.

 

담주는 이틀만 버티면 간만에 5일간의 설연휴다.

영하 24도의 혹한과 야간산행이라는 무리를 하면서도 부담이 적었다.

월급쟁이 그런 것 땜에 빠져나오지 못한다.

동네 배드민턴 클럽 부부 5쌍.

직업은 모두 다르지만 그럭 저럭 노는데는 마음이 맞는 편이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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