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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호명산(청평)

by 홀쭉이 2011. 2. 25.

호명산(청평)

2011.2.19 (토)

주말에도 바쁜 종열성이 간만에 토요일을 허락하여 날을 잡았다.

하여 산행이 다소 빡세더라도 혹은 하산후 뒷풀이가 거해지더라도 담날 뻗어 잘 수 있다는 계산으로 부담이 적었다.

영식이(81)와 혜경(85)이가 다른 선약이 있어 빠졌고 젤 단골멤버인 종열성, 나, 양규와 판용이가 동참했다.

 

전날 나는 비서실을 벗어나 정책기획부서로 옮겨 대빵이 챙겨주는 비서실 송.환영회에서 2차에 걸쳐 곤드레 만드레

취하여 몸이 정상이 아니였다.  하여 일행을 꼬박 30분씩이나 기다리게 했다.  PTC time 아이가? (미안... 부끄...)

암튼 일행은 지난해말 개통한 경춘선 전철을 타고 청평역에서 하차. 

산행 시작점인 조종천변 가게에서 보급품을 사서 나누다가 발동이 걸려 소주 한 병과 라면을 비우고서야 출발했다. 

심상찮았다.

 

 조종천을 지나며...

 아마 조종천은 새 鳥일거다.

 호명산 중턱에서 내려다본 청평댐과 호수

 청평호를 내려다보는 전망대에서

 

 벌써 거의 8부 능선지점이다.

 

 저기 멀리 산정호수가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종열성은 그냥 가게에서 술마시며 포커나 때리며 산행을 갈음 하잔다.

안되지~잉.  체면이 있지.

 

입구에서 지도를 보니 정상을 지나 능선길을 따라 호명산정호수까지가 무려 6.5km 그리고 하산도 5.5km로 도합 12km 짜리 코스다.

이름도 호랑이가 울었다는 산이라 제법 숲도 울창하고 계곡의 깊이가 있었다.

불과 몇일 사이에 날이 풀려 양지바른 곳은 눈이 모두 녹아 질척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음지의 사면에는 발이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미끄럽기도 했다.

 

산이 가파를수록 옷을 하나씩 벗어 나중엔 흐르는 땀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어제 마신 술독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도 안되어 634m의 호명산 정상에서 정상주와 기념촬영을 하고 산정호수를 향해 바삐 서둘렀다.

거기서 부터는 능선길로 한시간을 걸어가니 저 넘어 청평댐의 물을 끌어올려 양수발전하는 산정호수가 나왔다.  

해발 500m가 넘는 고지의 호수는 꽁꽁 얼어있었고 주변은 유원지처럼 꾸며져 있었다.

관리사무실 근처로 가니 산아래에서 마을 버스도 그곳까지 올라 온단다. 

이런...  우린 헥헥 거리며 올라 왔는데 누군 차타고 기냥 올라와?! 

 

암튼 우린 가져간 부식을 꺼내놓고 점심을 차렸다. 

컵라면에다 밥말아 먹고 막걸리 한사발 쭈~욱...  글고 커피까지

인제 허기도 가셨고 해도 창창하니 포커판을 돌렸다. 

판용이가 카드를 미리 준비한 걸 보니 지난번 잃었던 설욕전을 벌일 셈이였던 같다.

암튼 반시간을 정해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 막판에서 종열성이 독식을 하려 무리한 스윙을 했다 나한테 걸렸다.

 

간만에 카메라를 안가져갔더니 내사진이 많다.  정상주 한잔하며

아...  이런 바구덩거리...  싫다.  인제 이런 거 더 이상 않세웠으면 좋겠다.

 

 

사면에는 여전히 눈이 많다

 

드뎌 산정호수에서 컵라면에 막거리 한잔

 

하산길은 북측 사면의 눈길로 5.5km.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해서 한시간 반만에 마을로 내려왔다.

내일이 일요일이니 상천리역 앞의 식당에 들어가 닭갈비와 삽겹살 글고 열무국수를 먹고 단숨에 소주 다섯병을 비웠다.

글고 포커 2차전.  산정호수의 복수전이란다.  내게는 방어전이다.

한시간을 엎치락 뒤치락.  종열성 혀가 꼬이며 목소리가 높아지고...  주위사람 보기에 민망할 정도..

결국 2차전도 나의 대승.

 

 

사실은 연출인데...

조금 오버한거다

왜 씰데없이 눈길로 다니는데?  좋은 길 놔주고...

 

 

 

 

 

 

 

하산후 여기서 먹고 마시며 포커 2차전을 했다.

 

모두들 비틀거리며 별이 쏟아지는 밤길을 따라 상천역으로 걸어와 서울행 전철을 탔다.

종열성의 성화로 여기 저기 선후배들에게 전화를 때리는데...  혜경이가 전화를 받았다.

혜경이가 혼자 사는 아파트로 가잔다.  아! 못말리는 종열성의 토끼 밝힘증.

결국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근처에서 먹을 걸 좀 사서 혜경이네 집으로 갔다.

혜경인 그날 충북 괴산의 예쁜 올레길을 다녀와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

 

불과 한시간 머무는 동안에 집에 있던 술을 모두 비우고서야 일어섰다.

아파트를 나와 종열성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비틀거렸다.

요즘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렇게 내색할 순 없었다.

양규가 도무지 안되겠던지 바로 택시를 잡아 서울로 들어가 종열성을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고맙고 든든한 후배이자 친구다.

 

다음 산행은 인제 날이 풀려 땅이 질척거리니 아차산 야간산행을 하잔다.  시산제도 겸해서...

난 차라리 아직 가보지 않은 북한산의 미개척로를 더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암튼 다음 산행이 기다려진다. 

 

어디 무슨 산이든...  그것이 산이기만 하면...

왜 산을 가느냐고 물으면 "거기에 산이 있어 가지요."라고 한단다.

내인생도 그렇다.

"숨이 붙어있어 그냥 살지요."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는 존재의 목적은 모두 관념이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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