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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삼성산 (쪼까 거시기 하지요 잉?)

by 홀쭉이 2011. 4. 9.

 

삼성산

2011.03.27(일)

삼성산을 다녀온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래도 다녀온 산에 대한 기억이라도 기록하기 위해 글과 사진을 붙인다.

 

아름아름등반대원 중 녹록한 대원은 안양규(84)뿐이였다.

모두들 출장에다 집안일로 바쁜 모양이였다.

몸이 찌푸둥하니 아쉬운대로 양규와 둘이서 서울대입구에서 만나 삼성산코스를 탔다.

 

한달만에 다시 찾아온 서울대 입구의 관악산 계곡은 날이 풀리면서 계곡정비사업을 하고 있었다.

설마 했던 작업이 호수공원을 지나 한참 올라가 연주암과 무너미재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조금 못미친 정자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 계곡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억장이 무너지고 화가 치밀어 군데 군데 작업현장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렇게 등산의 시작은 더러운 기분으로 시작됐다. 

 

서울대 입구에서 호수공원까지는 이미 게임 끝.  완전히 망가져있다.

세상에 이런 철저한 인공을 좋다고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산과 자연이 아프듯이 나도 많이 아프다.

 

우리 인간의 알량한 지식과 의지가 정말 통탄스럽다. 

나중에 자신이 잃은 그 무엇을 알게 되면 얼마나 후회하게 될지...

 

대체 저기 사는 생물한테는 죽음의 사업이다.  초토화가 되었다.

 

작업중 포크레인에 걸려 부러진 단풍나무에서는 수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망가지는 계곡을 바라보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듯이...

 

인제 저길 다니는 사람들에겐 고통의 통과길에 지나지 않는다. 

 

주중에 도심에서 찌들리다 겨우 찾아온 자연인데 저리 망가뜨려 놓다니...  한심한 사람들...

 

 

다음주에 관악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사중지를 요청하는 민원을 올렸다.

3일 후에 문자와 메일을 통해 답변이 왔다.

등산길 보수작업이니 이해해달라는 내용이였다. 

나름대로 현장을 다녀와 살펴본 것에다 작업을 더 이상 상류로 확장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강 마무리를 하려했다.

 

화가 치밀어 구청담당자에게 전화하여 등산로 보수와 상관없는 계곡평탄 작업이나 계단식 잡업은 당장

중지하라고 소리쳤다.  작업을 중지할때까지 민원제기를 계속하기로 하고 2차 민원을 올렸다. 

통하진 않더라도 만년에 걸쳐 다듬어진 자연계곡을 인간의 이기심으로 한순간에 망가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라도 깨우쳐주고 싶은 심정으로...

 

그와중에도 자연은 봄을 알고 봄을 잉태하고 있었다.

물이 고인 여기 저기엔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희망이였다.

기쁜 나머지 숨이 가쁠 정도로...

삼거리에서 오른쪽 삼성산방향으로 올라가니 예사롭지 않은 바위가 나타나고...

삼성산 정상에서 과천방향 능선을 바라보며

이 능선을 따라가면 안양방면으로 삼막사가 나온다.

 

여기가 삼성산 정상이다.

여근석 ㅋㅋㅋ   거시기 하다.

 

좀 거시기 하지만 삼막사에서 500m 정도 떨어진 9부 능선에 안양8경에 속하는

남근석과 여근석이 있다.

둘 사이가 2m 정도.

이렇게 나란히 붙은 남여근석이 또 있을까?

 

남근석은 좀 아니다 싶기도 한데 아래로 내려가 보면 영락없단다.

근데 체면에 굳이 내려가 보기는 그렇고...

 

 

여근석엔 홈이 파여져 사시사철 물이 고여있단다.

전래풍속으로 여기를 만지면 자식도 많이 낳고 풍요로와 진다고 해서 돈을 붙이고 거길

쓰다듬는다고 한다.  양규도 머쓱하게 쓰다 듬는다.  표정이 영 어색하다.

좀 껄쩍지근하네요잉!

남자는 저걸 만지면 우짜라꼬?  뒤에 있는 여자는 경외심으로 쳐다본다???

 

안양예술공원으로 내려오면 자연과 인간의 예술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

근데 예술공원의 명성이 예전같지 않게 한산하단다.

 

 

서울에서 가끔 산을 넘어와 들러는 등산객에서 나는 이 예술공원활성화를 위한 소임을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안양사람들이 "어쭈 제법이네" 라고 하다가 최근 지역명소로서 명성을 잃게되자

고민을 하다 스스로 그 일을 떠안게 되었다.

 

공원아래로 내려오면 가우디의 영감을 받아 만든 의자.

그래도 꽤 어울리는 칭찬받을 만한 구조물이다.

 

여기 있는 건물들은 그래도 예술심의를 받은 것들이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멋을 낸 소위 작품이다.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이런 시도를 했다니 그저 대견스러울 뿐이다.

근데 수준에 안맞는 무리를 했다고 여기저기서 원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가 뒤로 가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다시 찾는 명소를 만들기 위해 화이팅!

어제 TF 구성후 첫 회의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들 못하겠다고 해도 안된다는 자조와 불평이 난무했다.

그래.  인제 시작일 뿐이다.

 

관악산과 삼성산의 대표조류인 찌르레기가 가까운 거리에서 카메라를 곱게 받아들였다. 

 

산을 내려와 최근 발굴한 보리비빕밥집으로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복잡한 심경의 하루를 정리했다.

내일은 또 어떻게 되더라도...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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