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천지
(우리들의 쏠림현상)
2011.4.20(수)
굳이 이런식으로 딴지를 걸어야 할지 망설임이 있었다.
근데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양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굳이 정리를 한다.
나는 부산친구들과 거의 매년 봄을 맞으러 섬진강을 따라 하동과 구례 그리고 곡성과 남원일대를 이틀 정도 쏘다니며 봄바람을 잠재운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남해고속도로에서 하동인터체인지로 나와 섬진강을 따라 지리산방향으로 올라가다 홍쌍리씨의 매실농장이 있는 다압에 들러 매실향을 흠씬 들이켰지만 요즘은 그냥 지나치며 강건너 먼발치에서 쳐다보고 만다. 주인 홍씨가 불굴의 의지로 개척한 매실농장도 좋지만 인위(人爲)가 싫어서이다. 그리고 그런 인위를 찾아서 몰려드는 인파를 피하고 싶어서이다. 그 인파속에 있으면 나조차 헤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우리시 안양천변 한 마을에서 벗꽃축제를 열었다.
아직 때가 약간 일러서인지 벗꽃이 꽃봉오리만 맺고 한 주일을 더 기다리라 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지역주민과 시는 그 행사를 준비해왔고 연기하게 되면 또 다른 행사와 중복관계로 강행을 했다. 하여 벗꽃축제에 벗꽃이 피지 않아 썰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근데 다음날 지방 언론에서 예상을 깨고 토요일 하루 동안 1만2천명의 상춘객이 다녀가 성황을 이루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다행이다 싶었다.
다음날 업무보고로 대장을 만났더니 주말에 그 벗꽃축제 행사에 가봤느냐고 물었다.
변명을 대려다 그냥 가지 않았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사실 그 시간에 다른 지역의 현안파악을 위해 예술공원을 다녀왔었다.
일의 완급을 떠나 벗꽃축제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지난주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전국의 가로수중 22.1%인 118만 그루가 벗나무로 단연 1위라 한다.
다음으로 2위는 99만 그루인 은행나무란다.
그런데 벗나무가 꽃도 화사하고 봄맞이 행사를 하기도 좋아서 인지 앞으로 지자체들이 지속적으로 많이 심을 예정이란다. 그래서 봄이면 전국적으로 벗꽃축제가 벌어진다. 3월말에 진해에서 시작한 벗꽃축제가 서울 여의도 윤중로까지 한달이나 걸린다. 하여 그 한달 동안은 전국을 벗꽃천지로 물들인다.
여기도 저기도 벗꽃의 물결이다.
이렇게 봄나들이를 해야 한번 다녀온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벗꽃이 일본국화든 일본자생종이든 별로 중요치 않는데 아무튼 벗꽃으로 전국을 도배한다는 것에는 좀 문제가 있다. (진해와 여의도의 벗꽃은 일본이 한일국교 정상화를 기념하여 화해의 제스쳐로 보낸 일본산 벗꽃이다. 그리고 그 두곳은 우리나라 대표 벗꽃축제중 하나다.)
겨울을 이겨내고 잎도 없는 메마르고 투박한 가지에서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이야 그지없이 좋은데 여기 저기 너무 많이 심어 헤퍼 보이고 싫증이 난다. 차라리 저 멀리 산중에 홀로 화사하게 피어있는 벗꽃이야 말로 신비와 동경 그리고 엄동설한의 겨울을 이겨낸 장함과 함께 그윽한 향기가 바람결에 풍겨오는 것같다. (왜 자연의 꽃한테 관념의 멍에를 쒸워 스트레스를 주느냐고? 그럼 할 말없다.)
아무튼 왜 그리 한쪽으로만 쏠려 전국을 벗꽃으로 도배를 하는지.... 답답하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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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무를 심고 꽃을 좋아해 봄맞이 행사를 하는 것이야 나쁠 것은 없다.
근데 그런 따라하기나 쏠림현상이 거기서 그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지난 2년간 4대강사업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혼란스러웠고 그 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간다 하니 또 지류정비사업을 또 벌이겠단다. 그리고 그 롤모델은 청계천이란다.
물론 많은 비판도 있겠지만 냄새나고 더럽다고 땅속으로 묻어버린 하천을 콘크리트 칠갑이긴 하지만 바깥으로 내놓은 건 분명 진일보(進一步)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멀쩡한 하천을 굳이 콘크리트 배수로화 할 필요가 있느냐 말이다.
그리고 그런 하천이 피치 못하게 청계천 하나 정도만 있으면 됐지 뭐하러 전국에 비슷한 걸 만드려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
그게 추세라고??? 그게 대세라고???
뭐?! 에라이 밥팔아 똥사먹어라. (부산칭구는 황금에 구리도금을 하는 것이라 했다.)
왜 이럴까? 대체 왜 이럴까?
우린 정말 우리 앞에 선 쥐가 바다로 빠져야 잘못 따라왔구나라고 깨닫게 되는지.
주한 미대사 '워커'가 한국을 떠나며 남긴 말이 기분나쁘게 가슴을 찌른다.
"한국민들은 들쥐근성이 있어요. 누군가 앞장 서 걸어가면 물불 안가리고 우루루 뒤따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인자... 우리 그런 짓 고마하자. 고마해.
쪽 팔린다 아이가?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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