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 (안양 콘써트)
2011.9.28(수)
지금 일하는 곳으로 옮긴 이후 자의반 타의반 문화공연 참석이 늘어났다.
금년 들어서는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아트센터를 들리게 된다.
덕분에 평소 보고 싶었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몇몇 중량급 아티스트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중 조수미, 백건우, 강산에도 있었다.
월 초 이문세공연을 놓친 것은 아직도 아쉽다.
그리고 또래인 강산에가 온다기에 반가웠다.
10년전 강산에의 4집 앨범을 접하고 그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멋적게도 '찬(讚)강산에'라는 글을 지어 친구들에게 돌린 적이 있었다. 그글에서 흥분한 나는 그를 감히 한국판 '퀸(Queen)' 혹은 리더싱어인 '프레디 머큐리'로 불렀다. 그리고 내맘대로 강산에야 말로 신중현-한대수-전인권을 잇는 한국정통 록의 계보라고 자림매김을 해버렸다.
아직도 그는 내가 생각하는 록커로서의 야성(野性)과 실험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는 이렇게 준수한 외모는 아닌 것같은데 아마 포샵질을 많이 한 사진같다.
본명 강영걸. 63년 생. 경남거제生. 부산에서 고교까지 다니고 경희대한방의대 중퇴.
록의 생명인 자유인으로 살아가길 원해 연애인치고 별로 미디어를 타지 않은 희귀동물중 하나.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최근 5곡만 수록한 미니디스크 'KISS'를 발표했고 공연도 그이름으로 한다.
울나라 밴드의 현실이 녹녹치 않아 윤도현밴드와 공연을 자주하는 편.
왼쪽엔 윤도현과 오른쪽은 김C. 서로 가까이 지내는 친구란다.
노무현이후로 김제동도 그 무리에 끼여들었다.
작년 봄 노무현 1주기를 즈음하여 강산에는 KBS1TV 배철수가 진행하는 '콘써트7080'에 초대되어 다른 여러 곡과 함께 불쑥 '사람이 없네'라는 노래를 불렀다. 말을 잘 못하는 (거의 외국인 수준으로) 어눌한 그가 노래를 시작하게 전 "이 노래를 가신 그분에게 바칩니다."라고 멘트를 했다. 순간 청중과 시청자들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싸늘하고 조용해졌지만 그는 아무런 감정의 이입없이 열창을 하고는 무대를 총총 내려왔다. 아직도 나는 그의 대단한 용기와 의연함에 압도당하고 있다.
어제 공연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내마음의 구멍'도 불렀다.
익살스럽게 그는 친근한 갱상도 사투리로 '내맘의 빵꾸'라고 소개했다.
놀랍게도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그 노래를 여태까지 공연중 어제까지 단 두번만 불렀단다.
그만큼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성향이 다른 것이다.
강산에의 노래중 가장 인기를 끌며 노래방에서도 더러 부르는 대표곡이라면 '거꾸로... 처럼'과 '넌 할 수 있어'가 있다.
그중 '거꾸로... 처럼'은 도입부에서부터 강렬한 고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내가 퀸의 프레디 머큐리를 떠올리는 이유이다. 퀸의 대표곡인 'I want to break free'과 비슷한 강렬한 느낌이다.
어디선가 들은 듯 한데 이 두 노래는 잘 나가던 한국경제가 1997년말 IMF를 맞아하여 실의에 빠져 있을때 용기를 북돋아주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한다. (그렇다면 정말 갸륵한 마음 씀씀이에 고마울 뿐이다.)
어제 공연중 앵콜로 부른 엔딩송으로 '넌 할 수 있어'를 불렀고 팬들과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넌 할 수 있어.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그래 그게 바로 나일 것이다..... (속으로 울음이 목젖에 걸렸다. 그것을 털어내려 더욱 악을 써서 외쳤다. 그게 바로 나다고...)
강산에의 음반을 보면 녹음작업을 모두 일본의 스튜디오에서 한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음악반주에는 우리 전통악기가 더러 들어가는데 꽹가리나 장고, 북, 징, 퉁소 등도 모두 일본인 이름으로 되어있다.
알고보니 강산에가 일본에서 유학을 했고 유학중 한국전통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일본여인과 사귀어 결혼까지 했단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그의 부인 미에코와 동료가 한국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일본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 그의 대범한 스케일에 탄복을 하게 된다.
그것이 베일에 싸였던 그의 연애사와 결혼 그리고 음악의 내력이다.
공연 시작에서는 최근 발표한 앨범(KISS)에 수록된 노래를 불렀다.
모두 실험정신이 넘치는 장난스런 곡들인데 달랑 5곡만 넣어 앨범을 발표하였으니 그는 멋적게 디스크를 좀 사달라고 멘트를 했다. 청중들이 웃자 그는 다시 한번 당부를 했다.
순간 나는 코끝이 찡했다. 영화 '와이키키 부라더즈'가 스쳐 지나가고 소설가 '김훈' 그리고 열정의 화가 '고흐'의 고뇌가 연상되었다.
자유분방한 그도 생계의 고통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동병상련이었다.
엔딩송으로 목청껏 부른 '넌 할 수가 있어'에서 그도 나도 무거운 삶을 지고 나가야 하는 동반자로서 기분이 울적했다. 하여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5곡 밖에 없는 빈약한 디스크를 여러 장이나 샀다.
그와 내 친구들을 위하여...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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