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그사람이 바로 너라면...)

가을에

(그 사람이 바로 너라면...)

 

2011.11.6(일)

 

잠든 너를 곁에 두고 살며시 빠져나와

소리나지 않게 커피를 끓여 제일 예쁜 찻잔에 담아

아직도 꿈길을 헤매는 너의 새근대는 코앞에 커피 잔을 대고

피어오르는 커피 향으로 깨울 그 사람이 바로 너라면...

 

첫서리 내린 이른 아침 낙엽진 감나무

잘 익은 바알간 홍시를 따와  그대 볼에 살짝 갖다 대자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

쨍하도록 시리고 달콤한 홍시를 배어문 그 사람이 바로 너라면...

 

이슬에 젖은 노란 국화

그 싱싱하고 진한 향기 속에 코를 박고 큰 호흡으로 폐속 가득히 노랑물을 들이며

가을에 취하여 꾸밈없는 미소를 짓는 그 사람이 바로 너라면...

 

바람은 스산하고 낙엽을 살랑살랑 건드려도

아직 햇살은 따스하고 한가로운 오후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노란 감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듣다 꾸벅 꾸벅 조는 그 사람이 바로 너라면...

 

해가 서산에 걸려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썰렁해진 바람에 하얀 억새가 건들거리며 석양에 반사되어 쓰레질을 하는 초저녁

정원이 보이는 다락방에 앉아

식어진 커피를 버리고 다시 끓인 오늘의 마지막 한잔을 함께 할 그 사람이 바로 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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