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가을 날 김현식을 그리며...
2013.11.2
2년 전 MBC에서 김현식 20주기 추모기획 다큐를 제작하여 방송했다.
길어서 2부로 나누어진 그 다큐는 그의 주변 사람들과 팬들을 흥분시켰고 또한 슬프게 했다.
http://www.youtube.com/watch?v=sL2AUF4E_BQ
http://www.youtube.com/watch?v=tCTZP7Kc3i0
58년생인 김현식은 예전 직장 상사(묵현상 사장)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적이 있어
그로부터 김현식과의 추억담을 가끔씩 들으며 술이 취해서는 거리를 비척거리며 김현식의 노래로
고성방가한 적이 있었다.
80년대 신군부 시절에 가수로서 전성기를 보낸 김현식을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나는 잘 몰랐고 기껏 신촌의 대학가의 지하무대를 전전하는 '언더 락' 가수 정도로
치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당시 서울에서는 이미 그는 대학가와 중년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대중가수로서 골든디스크를 수상하는가 하면 라이브 콘서트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특히, 동료 가수들이 가장 좋아하고 따라하고 싶은 롤모델 같은 가수였다.
어찌보면 내가 88년말에 상경하여 직장을 다니며 한참 좋아할 무렵인 90년 가을에
세상을 떠나 버렸다.
MBC 다큐에서 보인 그는 참으로 감성적이고 순수하며 열정적이고 모성애적이며
고독하고 처절하게 절규하며 자기학대적이기도 했다.
도무지 서로 섞이기 어려운 성격에도 음악으로는 이 가수 저 가수와 합종연횡이 가능한 유연성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같이 음악을 한 동료들을 이루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 중에 봄여름가을겨울, 신촌부루스, 들국화, 유재하, 한영애, 강인원, 신형원...
그리고 전혀 분위기나 노래 스타일이 다른 이문세도 있었다.
알콜중독과 과로로 인한 간암 말기
목소리가 갈라지고 고음불가 상황
복수가 차서 무대에 오르기 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노래를 쥐어짜서 공연을 했고 녹음을 했다.
무대에서 너무도 처절했던 그가 안쓰러웠는지 대부분의 공연을 같이 했던 형뻘인 엄인호가
좀 쉬라고 공연에서 김현식을 제외했을 때 그는 불같이 분노했고 살아있는
이유를 잃어 버린 듯 온 몸의 기가 빠져 주져 앉아 버렸다.
그 다음날... 6집 앨범 녹음장에 나오지 않았고
사흘 뒤 피를 토하며 응급실로 실려가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무대에서 내지른 최후의 절규다.
http://www.youtube.com/watch?v=L2p7QvDhCBw
이미 4집 앨범부터 그랬단다.
자신의 수명을 담보로 음악을 했고
수명을 용돈처럼 써 가며 노래했고 그 용돈이 떨어지자 더 이상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마치 모짜르트처럼...
그의 절규하는 노래에 여러 여자들이 있다.
엄마와 누나
그리고 86년 이혼한 아내
그리고
한영애도 있다.
신촌부루스에서 같이 활동한 한영애는 그랬다.
김현식과 두엣으로 노래를 한번 부르고 나니
그 이후 다른 가수들과 두엣을 못하겠더라고...
아마 김현식도 그랬을 것이다.
나는 김현식과 한영애를 서로 다른 경로로 알게 되어 별개의 가수 그리고 장르로
생각하다 같은 뿌리 어쩌면 연리지 같은 떼어낼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죽어 말이 없는 김현식
그를 보내고 담담한 한영애
이 가을 초입에 피어나는 상사화인
'꽃무릇'이 오버랩되는 것은 또 무엇인지...
kw(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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