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 새가 없는 세상은 인간도 없다.
  • 세상만사 균형이고 조화다.
시사

젊은이들의 분노

by 홀쭉이 2015. 11. 25.

젊은이들의 분노

2015.11.12

한국의 20~40대 청장년층은 대부분 전후 세대(1953~1963)2세들이다.  이들은 그래도 한국이 고도성장기에 다소간 먹고 살만해진 중진국 이상의 위치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다. (지금은 OECD 회원국에다 거의 선진국 수준이라고 봐야 할 듯)  단지 물질적으로 풍족한 것뿐만 아니라 국제수준의 개방과 민주화 환경 속에서 자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6.25 전쟁 후 폐허에서 고생한 전후 세대가 이룩한 환경에서 비교적 평온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들의 부모들이 어려운 조건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의 세대가 꽃을 피우던 고도성장기까지 잠재해있던 그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사회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기말에 급속히 전파된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보급을 통해서였다.  그것은 여태까지 기성세대들이 따라 잡을 수 없는 차별화된 도구였고 새로운 문명이었다.  그 주인공은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그것을 망라하는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들은 그 문명의 이기(利器)를 활용하여 스스로 그들의 대통령을 선택했다.  2001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그들은 선거 역사상 가장 높은 청장년 투표참여와 함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전세계 역사상 인터넷으로 그들의 지도자를 선택한 최초의 나라로 한국을 언급했다.  이후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인터넷 SNS가 선거에서 여론몰이를 하는 주요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후 그들은 거침이 없었다.  지난 군사정권 이후 새로운 산업의 등장에 목말라 있던 한국 경제는 IT산업(정보통신)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성장세를 견인했고 세계적으로도 정보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게 되었다.  또한 문화적으로도 한류(韓流)가 있다.  다소 외설적이고 경박해 보인다는 면도 있지만, 지난 60~70년대 미국식 팝송이나 디스코를 따라 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적인 역동성과 창의성이 보인다.  그리고 한류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비슷한 문화권에서 상당한 붐을 일으키며 어엿한 문화.위락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자연스레 부모세대가 이룩한 세상에 들어가 자리를 잡은 듯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기성세대는 그들이 이룩한 것들을 신세대에게 군소리 없이 뺏기듯이 넘겨주어야 하는 것에 심한 반감과 소외감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신세대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지도자 선출, 그들이 주도하는 IT산업 그리고 한류 붐으로 기고만장해있다가 기성세대가 지지하는 보수지도자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그리고 신보수 2대에 이르러 다시 우향우(右向右)의 조짐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정치적으로는 다시 활기를 찾은 보수는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며 진보말살을 자행하고 지리멸렬한 진보는 벼랑 끝에 서있다.  또한 기성세대는 가정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며 빼앗긴 권위를 세우고 있다.  다시 그들의 케케묵은 훈시가 시작됐다.  내가 옛날에 말이야…….”  그리고 인제 그런 놈들 용서할 수 없어.  너희들도 알겠지?!  알아 몰라?!”  (그렇다.  그들은 우리 자산의 80% 이상을 소유한 주인이고 그것을 가족들에게 다시금 인식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게 대들면 국물도 없다라는 식이다.  협박이다.  말로는 통할 것 같지 않으니 돈과 도리라는 무기로)

 

그런 보수도 예전 청장년에 의해 정권을 뺏긴 생생한 기억 때문에 유인책을 제시했다.  이른바 창조경제, 노동개혁, 청년벤쳐기업장려 등.  하지만 정치의 주류가 우경화되고 예전 군사독재의 망령이 되살아 나는 가운데 정책의 효과는 없고 진정성없는 제스쳐라는 것을 아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따지고 보면 기성세대가 고생했다지만 기회는 많았고 더 여유있지 않았느냐고.  인제 갓 사회에 나온 딸은 내게 항변한다.  아빠는 대학시절 수업도 빠지며 농뗑이도 치고,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연애도 해보고, 데모도 했다지만 졸업 후 큰 어려움이 없이 취직하고 돈 잘 벌었잖아요?!”  요즘 대학생들은 상상하기 힘든 사치이자 낭만이란다.  대학을 예전 식으로 상아탑이라 말하면 덜 떨어진 사람 취급한단다.  그들은 사회에서는 구직자, 실업자 아니면 불공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신세다.  또한 집에서는 돈이라는 무기로 부모세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사정이다.

 

그리고 그들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따지고 든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먹고 살 만한 정도의 돈을 번 것 이외에 우리사회를 좋게 만들어 놓은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에게 기회를 줍니까?  공정한 제도와 분위기에서 노력하여 잘 살고 행복하게 만들었습니까?”라고 말이다.

 

인제 그들은 다시 그들의 선택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시점에 와있다. 

 

KW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0) 2016.01.24
과연 우리에게 통합의 에너지가 있을까?  (0) 2015.11.25
최근 한국의 보수 동향  (0) 2015.11.25
다시 토목의 망령이?  (0) 2015.11.06
국정 역사교과서 단상  (0) 2015.11.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