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곳이 없다
2016.7.1(금)
요즘 주말에 하루는 땀이 흐를 정도로 운동하여 몸을 건사하고
나머지 하루는 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가족 나들이를 하는 편이다.
요즘 새롭게 발견한 호사는 혼자 경기도 장흥이나 파주 일대의 호수나 강가의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거나 차안에서 책을 보거나 낮잠을 때리는 것이다.
차안이라도 하이브리드이니 전기 구동으로 엔진소음이 없는데다 라디오 청취나 TV(DMB)시청도
가능하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유튜브 동영상도 마음대로 볼 수 있어 좋다.
벌써 2주 전이다.
평소 경기도 장흥 부근으로 드라이브를 자주 다니는 편이고 그중 기산지가 조용하게 쉴만한 산속의 호수다.
마침 그늘이 쉬원한 호숫가의 자리를 발견하고 반나절을 소일하기로 했다.
책도 보다 졸기도 음악도 듣다 유튜브 동영상도 보다 그럭 저럭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자 개량한복을 입은 중노인이 다가와서 차를 빼달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거기 그렇게 차를 대고 있으면 멀리 가게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근처에 전통찻집이 있었고 그 간판이 바로 앞에도 서 있었다.
기분이 상했지만 모처럼 호젓한 기분을 잡치기 싫어 50m 정도 자리를 옮겨
그늘에 차를 세우고 읽던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후 다시 아까 중노인이 와서는 좀 더 멀리 차를 옮겨 달라고 했다.
버럭 화가 치밀었지만 싸우기 싫어 아예 차를 그 아래 마장저수지로 옮겨
소나무 숲에 들어가 나머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요즘 전국을 명승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왠만히 조망이 좋은 곳은 개인 별장이나
호텔, 고급식당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최고의 장면을 보기가 어렵다.
참으로 깝깝하고 서글프다.
이 작은 나라에 이래 저래 모두 사유화되고 상업적으로 개발되니 주중에 찌든 도시민이
부담없이 마땅히 쉴 곳을 찾기가 어렵다.
굳이 찾는다면 도심에서 한참이나 운전해 나가 한적한 시골 정도다.
예전 참여정부 시절 전국의 국립공원을 무료로 입장케 하고
심지어 보안상 출입이 금지돼왔던 청와대 뒷쪽에서 북악산으로 연결되는 숙정문도 시민들에게 개방하였다.
그리고 모든 하천은 복개를 금하는 법도 정하고
나아가 산짐승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로 위에는 야생동물통로도 설치한다고 들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근데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의 4대강과 지천정비사업으로 자연상태의 쉴 곳이 많이 사라졌다.
댐으로 수몰도 되고 수변정비로 콘크리트로 직선화 혹은 자전거 도로 설치....
거기다 수자원공사가 엄청난 돈을 들여 4대강 사업을 해놓으니 수변에 상업시설유치를 해야
그 빚을 갚을 수 있으니 점점 사유화되고 개발되어 접근이 어렵게 되어 간다.
그래서 주중에 일에 찌든 평범한 도시민이 쉴 곳이 없어진다.
이미 지난 10년 이상이나 자살율이 세계 최고수준인 것은
열받고 지친 우리 국민이 쉴 곳이 없어 거추장스런 몸을 내던지지 않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나는 영국에 살 적에 '내셔널트러스트'에 가입하여 전국의 명승지를 무료로
관람하고 휴가를 쉬고 온 것을 추억한다.
영국에서는 이미 200년 전에 전국의 보존가치가 있는 유적이나 빼어난 경관이 있는 지역을
그 단체가 사들여 국민에게 연중 무료로 개방해왔던 것이다.
깝깝하다.......
그리고
서글프다......
마른 장마로 가물었던 몸과 마음에 모처럼 내리는 장대비를
하염없이 맞으며 걷고 싶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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