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바로 세우기_1 (기업)
2017.6.6 현충일
TV 드라마를 잘 보지 않지만 다른 가족들은 가끔씩 보는 편이다.
오늘 저녁에도 TV 드라마를 보던 와이프가 한심한듯이 말했다.
"아니 저 회사는 일은 언제 하는지 모르겠어."
내용이 회사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가족간의 암투가
집과 회사 사무실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 황금 시간대 TV 드라마를 보면 어김없이 청춘남녀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가문의 결합(주로 재벌과 평범한 가문 간에)이 나온다.
그리고 주로 아침 드라마에는 불륜과 이혼 그리고 회사 경영권의 이동 등이 나온다.
물론 회사의 경영이나 업무가 테마가 아니라 가정사 혹은 개인사가 줄거리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있다.
하지만 주요 등장인물이 저토록 치열한 경영권 쟁탈이 연루된 가정사를 회사에 깊이 개입시키는 것을 보면
회사의 핵심인물들이 대체 회사경영 본연의 일은 대체 언제 하고, 어느 깊이로 하는가 회의가 든다.
재작년 설에 우리 4형제가 모여 오늘날 경제위기를 얘기하며 나온 결론은
아무리 열강들이 '4차산업혁명'이니 '인구구조혁명'으로 위협적이어도 우리네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재벌과 울나라 최고의 재계 엘리트들은 아직도 '승계'에 목숨을 걸다시피하는 상황이니
그런 대외적인 변화를 제대로 위기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세우겠느냐는 것이였다.
이런 와중에 터진 '최순실 게이트'에서 그런 재벌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삼성그룹에서 지난 5년을 돌이켜 가장 큰 사건은 한마디로 승계였다.
그룹을 쪼개서 이합집산시켜 세 자식(이재용, 이부진, 이서현)에게 적당히 나누어 주고
선대 회장 형제 사이(이맹희와 이건희)에 벌어졌던 상속분쟁도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삼성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의 경영권승계를 장자인 이재용으로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권과의 결탁 그리고 국민들의 노후재산인 국민연금을 건드리고
그 댓가가 전 대통령 일당으로 간 것이 발각되어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켰고 급기야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라는 혁명으로 비화되고 말았다.
그 사건으로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은 물론 전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이 구속되었다.
삼성 측에서는 초유의 오너 회장 구속사태를 당하여 소위 '가신'으로 불리는 삼성실세들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언론에 자주 언급되었던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박상진 사장 등등...
월급쟁이로 연봉이 백억이 넘는 그 자리로 올라간 스타 셀리러맨들
우리같은 월급쟁이의 희망봉이자 최고봉
직원 시절 가장 똑똑하고 일 잘하고 최고의 성과를 만들었던 엘리트 중 초 엘리트
그래서 진급시즌에 탈락 걱정없이 오히려 특진을 거듭하여 승승장구하고
임원이 되어 누구보다 저돌적이고 혁혁한 성과와 세계 1등 삼성을 만든 사람들
이렇게 검증되고 확인되어 단 몇 손가락에 들어가는 가신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가신이 되어 했던 일이란 '삼성가의 상속'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삼성SDS 상장, 섬성 화학/토탈/테크윈/탈레스 매각
2015년 삼성 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그리고 운명의 2016년 경영권 승계 마지막 단계로
이재용의 삼성전자 경영권 굳히기에서 덜커덕 걸려 들었다.
돌이켜 지난 5년 동안 삼성의 오너 포함 최고 경영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한 일이란 바로 이런 작업이었다.
이것은 엄중한 국제경쟁하의 경영전략이 아닌 TV 드라마에서나 보는 일을 한 것이다.
서글프다. 이학수, 김인주,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
그들이 관리자, 임원, 대표 시절 탁월한 업무능력과 성실함을 존경해 따르고자 했던 많은 부하직원들에게
대체 무어라 고개를 쳐들 것인가.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고 지도자라 생각한다면 그래서 이 상황을 치욕스럽고 부끄럽게 느낀다면
자신의 주군을 잘못 모신 것이 아닌 자신을 표상으로 알고 따라온 부하직원과 대한민국의 샐러리맨들한테 그래야 할 것이다.
혁명정부에서 제 1공약이 '적폐청산을 통한 나라 바로 세우기'이다.
나는 무엇보다 국민 대다수의 먹고사는 일이 달린 기업활동.
그것이 곧 경제살리기이고 그 출발을 '기업 바로 세우기' 로 간주한다.
여태까지 우리나라 기업(企業)은 업을 세우는가 했더니 가문을 세우는 일을 더 중요하게 해왔다.
지금부터는 그 업에 보다 집중하여 더 크고 공고히 세워 국민과 나라를 이롭게 하였으면 한다.
잭 웰치, 앤드류 그로브, 아이아코카, 칼리 피올리나....
이런 전문경영인이 오너보다 더 유명하고 우리의 표상이 되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KW(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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