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바람이 분다.
2018.9.15
성장의 관성에 젖어있는 우리에게 닥친 정체의 늪
무성한 말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
권태에 빠져 질러보는 도발?
아니면 절망 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발악인지?
그런 절박함에서 가장 흔한 말은 '변화' '개혁' '혁신' '혁명' 이었다.
그런 말 말 말... 그 속에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희미하게 저 멀리서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사람... 사람이 보인다.
(신영복 교수의 '사람'... 그것은 곧... '삶'의 다른 말이다.)
에피소드 #. 1
최근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대표를 뽑는 선거가 있었다.
유세는 없었고 전단지와 선거벽보에 붙은 이력과 공약으로 보자면 이렇다.
60대 후반의 후보는 주로 돈이었다.
30년된 아파트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경비원을 줄여 관리비를 절감하고
아파트 거래가격 모니터링으로 재산가치를 지키고 등등...
(이력은 전직 금융권 임원 출신)
반면 40대 초반의 후보는 주거환경을 퀘적하게 가꾸고
주민문화생활을 향상하겠다는 취지였다.
사실 다른 뚜렷한 공약도 안보였다.
(이력은 작은 벤쳐기업 대표)
요즘은 주민이 일일히 관리사무소에 가서 투표를 하기보다는
'빌리진' 이란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여 전자투표를 하면 된다.
결과는 40대 초반의 젊은 후보가 단지대표로 당선.
10년 이상 장기근무 중인 우리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흥분하여 얘길했다. 60대 후반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늙은 자신은 영락없이
짤릴 줄 알았다고... 그 양반이 전에도 동대표로 있을 때 경비원 축소를 통한 관리비 절감을
주창하여 주민투표에서 부결된 적이 있는데 단지 대표가 된다면 그 결과가 뻔하다는 얘기다.
최근 몇 년 동안 경비원 축소와 외부 경비 시스템 도입으로 관리비 절감을 외쳤던
몇 명의 간부 혹은 후보들은 몇 차례의 주민투표에서 번번이 물을 먹고 인젠 모두 퇴출이 된 셈이고
이번 단지대표와 대의원 선거에서 마지막 도장을 확실히 찍은 셈이다.
이걸 오히려 변화가 없이 안주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 중에 변화는 사람을 택하고 사람답게 사는 길을 택한다는 것이다.
CCTV로 도배하여 주민 생활이 감시당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대기업 보안업체가 출동하는 것보단 늙은 경비 아저씨의 아날로그적인 그윽한 눈빛과
느리고 따뜻한 가족같은 한 마디와 배려가 더 좋다고 하는 것이다.
에피소드 #. 2
예전 88서울 올림픽 유치 당시 이미 1964년에 올림픽을 치른 적이 있는
일본(동경올림픽)에서 나고야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였다.
하지만 서울이 낙점된 것은 올림픽 기간 동안 나고야의 주민의 일상생활이 침해받고
무분별한 왜래문화가 고유 풍속을 해친다며 주민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였다.
요즘 많은 지자체장 선거에서 관광지 개발 공약을 내걸고
관광지 조성과 지역상품 개발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시끄럽다.
그 중에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 대립과 갈등이 벌이지기도 한다.
일부 유명 관광지의 주민들은 관광으로 오히려 피해를 입는다고
관광객 거부를 하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곳 주민은 피해받고 지역 상인들만 재미를 본다며 살기를 꺼려한단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이런 불평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 사람이 있다.
관광개발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것이냐 아니면 지역주민의 평온한 일상이냐
어떤 것에 가치를 부여하느냐는 것이다.
청계천을 복원할 당시 하천 위로 오래동안 있어왔던 복개도로가 없어지면
그 일대의 교통혼잡이 얼마나 가중될까 걱정으로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복원 후 더 많은 가치를 발견했고 시민의 휴식터가 되어 즐기기 시작했다.
별 것 아니였다. 그냥 원래로 돌리는 것.
그 속에도 사람이 있었다.
에피소드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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