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秋史) 김정희_2
2018. 11.9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 --- 완당평전/유홍준
이 말은 이 책을 쓰고 많이 아는 척은 해도 잘 모르고 틀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작부터 기막힌 탈출구다.
유홍준의 선배와 동료들이 붙여준 별명처럼 '아가리 컬쳐'의 정수같은 표현. 그의 생애 히트작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이은 그의 구라와 글솜씨의 결정판 <완당평전>
유홍준은 1998에 '조선시대 화론연구'로 박사논문을 완성하고 계간지 '역사비평'에 연재하다 그걸 묶어서 2002년에 <완당평전> 상, 하권으로 출간했다. 금새 베스트 셀러가 됐다. (나도 그때 구입해놓고 다 읽어 내질 못하고 10년이나 넘도록 책꽂이 꽂아 두었다.)
그 책이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03.1.9일) 제일 먼저 비평을 쏟아낸 것은 당시 나이 36세의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박철상씨였다. (아마 대리나 과장 정도?) 아버지의 영향으로 한학에 조예가 있었던 그는 유홍준 필생의 대작인 <완당평전>에서 무려 200개가 넘는 오류를 지적하여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유홍준은 교수 외 여러 감투를 쓰고 있었고 좀 있다 참여정부에서 문화재청장을 했다. 아마도 운동권 출신 유홍준의 승승장구를 시기했던 동료 학자나 친구들은 돌아서 웃었을 것이다. (프로가 아마추어한테 졸라 개박살 났으니 말이다.) 암튼 그것을 필두로 사학계와 미술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역사적으로 팩트가 아닌 것을 작가가 오인하거나 상상력으로 기술한 팩트 논란에는 '나는 미술평론가이지 한문학자 혹은, 역사학자가 아니다'는 식으로 발뺌을 하다 심지어 <완당평전>에 실린 많은 작품에서 위작 혹은 모작이 많다라는 지적도 받았고 미술 평론가로서 작품 해설과 심지어 추사가 쓴 글(대부분 한문)도 틀리게 읽고 제대로 이해를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건 뭐... 그래서 그의 필생작인 <완당평전>이 만신창이가 되버렸다. (ㅎㅎ 근데 나는 이미 걸레가 된 그 책을 인제사 다 읽었다.)
그런 비난을 감당하기 힘들었던지 아니면 스스로 그 책은 너무 많은 오류로 인해 추사의 이름을 더럽힌다고 생각했던지 슬그머니 절판을 해버렸다. (어떤 이는 이미 팔린 책도 회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계에선 말썽이 많아도 당시 권당 1만8천원의 베스트셀러였던 책을 절판하자니 저자 개인적으로나 출판사 측으로서는 원통했을 것이다. (상,하권 합해 3만6천원. 와우!)
그러다 유홍준은 문화재청장 임기 중인 2006년에 소박하게 <김정희>라는 제목으로 내용도 <완당평전>의 1/3로 줄이고 위인전 형식으로 개정판을 출간했다. 여태까지의 오류를 다시 고증하고 수정하여... ㅎㅎㅎ. 근데 그 마져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또 추사의 진품과 위작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학계에서는 진품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고 만약 구할 수가 없다면 모작이라고 주석을 달아야 하는 모양이다.) 글고 그 위작을 미사여구로 칭송하니 민망하만 했다. 그래서 또 절판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1년이 지나 2017년 유홍준은 다시 <추사 김정희>로 개정판을 내놓았다. 기본 구조나 내용은 2006년의 <김정희>와 거의 비슷한데 . 오리지널 <완당평전>이 400개의 도해가 있었던 것에 반해 280개로 줄였고 600 페이지로 했지만 값은 무려 2만8천원. 이 책을 내놓으며 유홍준은 학계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듯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한 교양서로 소개를 했다. ㅍㅎㅎㅎㅎ. 근데 또 학계에서는 이마져 위작 투성이고 그 위작을 갖고 추사의 탁월함을 칭송하니 오히려 유홍준의 천박함과 오만함을 지적한다. 오히려 후학들이 추사를 연구하거나 고미술을 연구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혹평까지 한다.
http://weekly.donga.com/List/3/07/11/1420961/1
http://www.g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6361#09xr
http://news.hankyung.com/article/2003010964918
△ 완당평전과 유홍준을 비판하는 기사들
암튼 아직 <추사 김정희, 유홍준>의 절판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ㅎㅎㅎ. 이럴수록 추사는 더욱 신비롭고 대단한 위인이 되어간다.
이 책의 부제는 산숭해심(山崇海深)인데 이것이 또한 절묘한 표현이자 유홍준의 '구라'다.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은 추사가 즐겨 썼던 이 글 <山崇海深>로 추사가 워낙 대가(大家)라 파도 파도 끝이 없다라는 탄식과 그에 대한 흠모일 수도 있고 또한 세상사람들에게 나는 이 정도 밖에 할 수 없으니 더 이상 비난은 말아주세요라는 애교와 당부로 들린다. 이미 일부에서는 학자로서 보다는 대중의 눈높이로 어필하는 인기작가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ㅎㅎㅎ 그래서 유홍준의 추사 관련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유홍준은 1949년 생)
1. 유홍준 40세 (1988) : 추사의 대가였던 이동주 선생과 당시 쟁쟁한 역사, 고미술 학자에게 감히 추사의 예술세계를 박사논문으로 하고 싶다고 지도를 당부했다가 너무 힘들고 어려워 중도 포기함.
2. 유홍준 50세 (1998) : 논문 < 조선시대 화론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음. 이 논문에 추사에 관한 내용이 많음. 이후 추사관련 내용을 계간지 <역사비평>에 연재.
3. 유홍준 54세 (2002) : 역사비평에 연재했던 추사편을 모아 <완당평전, 상하권> 출간. 베스트 셀러. 몇 년 뒤 절판. 56세 (2004) 참여정부 문화재청장 (~2008)
4. 유홍준 58세 (2006) : <완당평전>의 개정판인지 새로 쓴 위인전인지 애매한 <김정희>를 출간. 좀 있다 또 절판.
5. 유홍준 69세 (2017) : 2006년 작 <김정희>와 내용과 구조가 비슷한 <추사 김정희>를 출간.
KW
PS. 추사를 건드렸다가 <완당평전> ▷ <김정희> ▷ <추사 김정희>로 가는 과정이 점점 기름끼와 단물이 빠져가는 과정으로 추사의 서체나 생애와 비슷하게 가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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