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부산 친구 둘과 소청도 탐조여행.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생초보가 프로들을 따라서 그냥 망안경으로 곁눈질 새구경 정도.
울나라 젤로 서쪽 글고 NLL에 부근에 위치하여 육안으로 북한 땅이 보이는 섬, 소청도.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도 4시간이나 걸리는 먼 섬이고 대청도와 백령도가 가까이 보였다.
그곳에 철새가 많고 그래선지 국립철새연구센터도 있었다. 원래 2주 정도를 계획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4박5일로 단축. 그 전날도 악천후로 출항이 취소되어 인천 부근을 돌아다니다 하루 자고 다음날에도 바람 때문에 조마조마. 겨우 출항하고 다소 거센 바람과 파도에 가슴을 졸였지만 입도 성공.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고 미리 와서 기다리던 동호인과 함께 탐조에 나섰다. 역시 때가 때인 만큼 여름 철새가 많았다. 평소 뭍에서 보기 힘든 철새들을 한 자리에서도 여러 마리를 보고... 기분좋은 전조로 육지에서 흔한 텃새는 없고 모두 바로 얼마 전에 남방에서 날아온 철새들이라 구분이 쉬웠다.
첫날에만 30여 종을 보고 4일간 거의 70여종을 본 셈. 탐조인에겐 오히려 악천후로 더 많은 철새를 볼 수 있단다. 서남쪽에서 한반도로 오던 철새들이 악천후로 힘들면 서쪽의 섬에 쉬었다가 좋은 날씨를 기다려 기력을 회복해서 이동한단다. 장거리 이동 간 섬에 중도 기착한 새들은 지쳐선지 몹시 수척해보였다. 털도 칙칙하고 부시시... 눈빛은 가물가물...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놈들도 흔하다. 예전 흑산도와 홍도에 갔더니 고양이들이 지친 철새들을 쉽게 잡아 입에 물고 다녔다. 탐조인 중엔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있다 비처럼 떨어지는 철새떼를 본 적도 있단다. 그것도 육지에선 몇 마리 보이지 않는 희귀조를. 처음에 과장인 줄 알았는데 여러 동호인에게서 같은 얘길 들었고 4~5월 중 서쪽 섬에선 흔한 일이란다. 뱃사람들도 같은 얘길 한단다.
첫 탐조에서 기대 이상이다가 둘쨋날 부터 약간 소강상태. 알고보니 민박지 부근에도 많은 철새들이 바글거렸다. 새 이름을 열거하면 너무 길어질 것같아 생략. 이틀이 지나 신종 추가가 뜸할 즈음 그곳의 철새연구센터장 박진영 박사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몇 일간의 악천후로 어로작업이 안되어 신선한 해산물을 구하지 못했는데 동호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농어회를 구해서 같이 한잔하며 회포를 풀었다. 명실공히 울나라에서 조류분야의 대가. 동호인들에게 큰 추앙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평소 내가 갖고 있던 큰 의문 두가지를 풀 수 있었다. 살며 쌓인 평소의 의문을 이렇게 속쉬원히 해소하긴 참으로 어려운 일. 그 첫번째는 일본 전국시대 3영웅(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토구카와 이에아스)의 성정을 이해할 수 있는 일화이자 내 의문이다. 일본에서 여름철새인 두견이를 이 셋 영웅호걸에게 지저귀게 하는 미션을 주었단다. 우선 오다 노부나가는 두견이가 지저귀도록 소리치고 지저귀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 했고,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새 앞에서 온갖 재롱을 피우며 기필코 지저귀게 만들겠다고 했단다. 마지막으로 토쿠카와 이에아스는 두견이가 지저귈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가상 질문이지만 이들 세 영웅의 성정파악을 위해 여름철새인 왜 하필이면 두견이가 등장했을까. 그리 절박하진 않았지만 항상 품어 왔던 의문이었다. 예쁜 새소리라면 꾀꼬리나 뻐꾸기도 있고 그 밖에 텃새로도 숲속의 찌빠귀류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전문가로서 탐조 고수로서 박진영 박사의 대답은 명쾌했다. 우선 두견이는 여름철새로 일본에선 울나라보다 훨씬 흔하고 더러 애완용으로 새장에서 키운단다. 두견이가 지저귈 땐 붉은 입 속이 드러난다. (귀촉도) 마치 피를 토하는 것처럼. 근데 산속에선 잘 지저귀던 두견이가 새장에 갖혀서는 잘 지저귀질 않는단다. 그래서 그런 일화가 나왔을 것이라 했다. 세상에 이런 명쾌함이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했다.
두 번째 의문은 울나라의 새이름이 왜 그리도 일관성 없이 들쭉 날쭉인지. 어떤 새이름은 기가 막히도록 생김새와 생태습성 그리고 지저귀는 소릴 잘 표현하는가 하면 어떤 새는 전혀 생뚱맞고 또한 많은 새가 동종이 아니면서 같은 패밀리 이름을 달고 있기도 한데. 아마 탐조인의 공통 질문이자 불만일 것이다. 예를 들면 할미새사촌 과의 여러 새들은 전혀 할미새와는 다른 새인데 왜 이름에 할미새가 들어 있는지. 박진영 박사는 이미 다수로부터 받는 하소연이자 궁금증에 대해 또 다시 명쾌하게 설명했다.
본인도 오래 전부터 불편했고 조류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일종의 사명감으로 관계자를 모아 토론 끝에 전혀 얼토당토 않은 일본식 이름의 몇 종은 개명했단다. 예를 들면 원래 이름 '삼광조(三光鳥)'를 '긴꼬리딱새'로 정말 생김새와 패밀리까지 아주 안성맞춤이다. 근데 다른 이름들은 비록 어울리진 않지만 오랜 기간 불러 입에 익었고 역사성과 정서를 지녀 더 큰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고 학자들이 아직 탐구해야할 과제가 지천인데 비난의 소지가 있는 기존 이름의 개명(改名)에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였다. 그것도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전문가 혹은 학자들에게서 그리 명쾌한 해설을 듣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소청도 탐조기행에선 다양한 철새도 보고 살며 쌓인 묵은 의문도 풀게된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KW
PS. 소청도에서 본 여러 새 중 제일 가까이서 본 귀한 새는 '회색바람까마귀'였다. 불쑥 나타난 여러 마리. 또 다시 갔을 때 발 앞에 지쳐 쓰러져 있던 초췌한 한 마리까지...
'미셀러니(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앞 개울 풍경 (0) | 2021.06.25 |
---|---|
내가 소인지... (텃밭에서..) (0) | 2021.06.04 |
삶의 즐거움 (0) | 2021.05.21 |
발칙한 상상? (0) | 2021.01.01 |
도심의 자연 (0) | 2020.07.29 |
댓글